분류 전체보기63 대장내시경을 미루고 다시 준비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었다 두 번째 대장내시경을 준비하던 날, 엄마는 식탁에 병원에서 받은 안내지를 펼쳐 놓았다.잡곡밥을 먹던 평소와 달리 그날 식탁에는 흰밥이 올라와 있었다.엄마는 반찬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안내지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이건 먹어도 되나?”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종이를 다시 들여다봤다.나는 옆에서 물을 마시다가 엄마가 같은 종이를 몇 번씩 살펴보는 모습을 보았다.한 번 해본 검사인데도 예전처럼 기억나는 대로 준비하지 않았다.장정결약을 마시는 시간은 휴대전화에 적어 두었고, 물을 마실 시간도 따로 표시해 놓았다.처음 대장내시경을 준비할 때와는 조금 달랐다.나는 그 차이를 보면서 몇 달 전 첫 번째 준비 때의 식탁을 떠올렸다.첫 준비는 식탁에서 시작됐다처음 검사 날짜를 잡았을 때 엄마는 며칠 전부터 식사를 바꾸기 .. 2026. 7. 13. CT를 찍은 날 차 문 앞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가 차에 타는 데 예전보다 몇 초가 더 걸리던 때가 있었다.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는 일은 오랫동안 보아 온 익숙한 모습이었다.그날도 아버지는 평소처럼 차 문을 열었다.왼손으로 문 위쪽을 잡고 몸을 조금 숙였다.한쪽 다리를 먼저 운전석 아래로 넣었다.발끝이 바닥에 닿았는데도 바로 앉지 않았다.잠시 멈춘 뒤 몸을 돌렸다.아버지는 문틀을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차 안으로 들어간 다리를 살짝 끌어당긴 뒤 엉덩이를 좌석에 붙였다.마지막으로 밖에 남아 있던 다른 다리를 안으로 넣었다.차 문이 닫혔다.평소보다 몇 초가 더 걸렸을 뿐이었다.나는 그때 이 모습을 특별한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차 문 앞의 몇 초를 붙잡았다아버지는 테니스를 치러 갈 때면 늘 직접 운전하셨다.차에 타고 시동을 거는 과정.. 2026. 7. 13. 콜레스테롤 검사표에는 서로 다른 네 가지 숫자가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펼치면 익숙한 이름들이 한꺼번에 나온다.엄마가 건강검진을 받고 병원에 다녀온 날도 그랬다.집에 들어오신 엄마는 가방을 내려놓고 결과지를 식탁 위에 펼쳐 놓으셨다.그리고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씀하셨다.“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숫자가 하나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나는 결과지를 들여다봤다.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보던 이름이었다.그런데 네 항목이 왜 따로 적혀 있는지는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엄마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설명해 준 내용을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결과지에 적힌 네 숫자를 펼쳐 보았다엄마는 종이에 적힌 항목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총콜레스테롤이 있고, LDL이 있고, HDL이 있고, 중성지방이 있대.”같은.. 2026. 7. 12. 발바닥이 둔해졌는데 혈당은 예상보다 낮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발바닥을 내려다보며 말씀하셨다.“요즘 발바닥이 좀 이상해.”아픈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쥐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양말을 신고 있을 때나 맨발로 바닥을 디딜 때 예전보다 감각이 선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아버지는 발바닥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번 더 설명하셨다.“아픈 건 아닌데 예전 같지가 않아.”그 말을 듣자 나는 혈당부터 떠올렸다. 아버지는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의 감각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혈당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하지만 진료를 받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처음 머릿속에 떠올렸던 예상과 실제로 확인해야 했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아버지는 발바닥에서 .. 2026. 7. 12. 골다공증 주사를 쉬어도 관리까지 쉬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골다공증 주사를 당분간 쉬게 됐다는 말을 들은 것은 병원에 함께 갔던 날이 아니었다.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먼저 말씀하셨다.“이번에는 주사 안 맞아도 된대.”몇 년 동안 병원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주사 이야기가 이어졌기 때문에 나는 잠시 엄마를 바라봤다.엄마는 외투를 벗고 자리에 앉으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덧붙이셨다.“끝난 건 아니고, 지금은 좀 쉬어도 된대.”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나에게 골다공증 치료는 날짜와 가까웠다.병원에 가는 날을 기억하고, 주사를 맞고, 다음 날짜를 달력에 적어 두면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다음 주사 날짜가 없었다.처음에는 치료가 끝난 것처럼 들렸지만 엄마의 말을 다시 듣고 보니 달랐다.주사를 쉬는 것과 치료를 끝내는.. 2026. 7. 12. 보행기를 잡고 나서야 달라진 걸음의 순서를 알았다 재활실 문이 열릴 때마다 안에서 들리던 구령이 복도까지 퍼졌다. 기구가 움직이는 소리와 바닥에 발을 딛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고, 엄마와 나는 아버지가 치료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수술 전의 아버지는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었다. 수술 뒤 재활치료가 시작되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동작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보행기를 잡는 것부터 순서가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 방법이 있었고, 발을 옮기는 시점도 정해져 있었다. 방향을 바꿀 때도 한 번에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동작으로 나누어 움직였다.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걷는 데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재활치료를 지켜보면서 내가 평소 ‘걷기’라고 한 단어로 묶어 두었던.. 2026. 7. 11.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