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다. 두 무릎을 한꺼번에 수술한 것은 아니었다. 한쪽 무릎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다른 쪽 수술을 받으셨는데, 지금은 두 수술 사이에 정확히 며칠이나 시간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수술 자체보다 그 뒤에 이어진 재활 과정이 훨씬 길고 힘들어 보였던 장면들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한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쪽 무릎 수술을 마친 뒤 의사가 병실에 와서 아버지에게 일어나 걸어 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아버지는 수술한 무릎이 전보다 단단하게 받쳐 주는 느낌이 들었고, 조심스럽기는 해도 실제로 걸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걸을 수 있다는 것과 편하게 걷는 것은 달랐다
처음 몇 걸음을 옮겼다고 해서 회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수술 직후부터 아버지의 일과에는 재활운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활실은 입원한 병원 안에 있었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간병사가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데려다 드렸다가 치료가 끝나면 다시 병실로 모셔 왔다. 엄마와 나는 면회를 갔다가 아버지가 재활실에 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그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안쪽에서는 물리치료사의 구령과 운동기구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안을 바라보니 아버지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무릎을 굽혔다가 다시 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재활실 앞에서 만난 환자의 눈물
아버지는 원래 아픈 내색을 많이 하지 않는 분이었다. 재활치료가 어땠느냐고 물어도 “좀 아프더라”라는 말만 하셨다. 그래도 무릎을 가능한 범위까지 억지로 굽히고 펴는 동작은 힘들다고 털어놓으셨다. 수술 부위가 아직 부어 있고 무릎을 굽힐 때마다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굽히려면 통증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재활실 앞에서 한 여성 환자분을 만났다. 그분은 치료를 받으러 오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재활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릎을 굽힐 때의 통증이 떠올라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는 잠시 그분 곁에 서서 지금은 힘들어도 퇴원한 뒤에는 일상에서 훨씬 잘 걸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독여 드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수술보다 재활이 힘들다’는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수술은 의료진에게 몸을 맡기는 시간이지만 재활은 환자가 통증을 느끼면서도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과정이었다. 한 번만 참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동작을 매일 반복하고 조금씩 범위를 늘려야 했다.
병동 복도를 오가던 아버지
재활실에 가지 않는 시간에도 아버지는 병동 복도를 걸었다. 처음에는 보행기를 앞으로 밀고 수술한 다리에 조심스럽게 체중을 실었다. 복도 끝까지 갔다가 방향을 바꾸고 다시 병실 앞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버지에게는 또 하나의 운동이었다. 나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빨리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단순히 금방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하루에도 여러 번 복도를 오가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도 배운 동작을 반복했기 때문에 걸음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 뒤 재활에서는 무릎을 굽히고 펴는 관절 운동 범위뿐 아니라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을 회복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 근육은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고 걸음을 지탱할 때 사용된다. 재활실에서는 이 근육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 다리 들어 올리기, 무릎 펴기, 걷기와 같은 운동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시행하고 있었다.
퇴원 뒤에도 운동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퇴원 날짜가 가까워지자 나는 아버지가 보행기 없이도 걸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걸으셨다. 퇴원 전 의사를 만났을 때 나는 앞으로도 병원 재활실에 계속 다녀야 하는지 물었다. 의사는 입원 중 계획된 치료는 마쳤으니 집에서도 꾸준히 걸으며 다리 힘을 회복하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버지에게는 집 주변의 완만한 오르막을 걸어 보라고 했다. 나중에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오르막에서는 평지를 걸을 때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더 사용되었다. 다만 경사 걷기는 모든 환자에게 수술 직후부터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환자마다 균형 능력과 통증, 수술 부위의 회복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담당 의사나 물리치료사가 허용한 범위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놓인 마음
주변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에도 오랫동안 통증을 호소하거나 걷기를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었다. 같은 수술을 받았다고 회복 속도까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수술 전 근육량과 활동 수준, 나이, 체중, 통증에 대한 반응, 골다공증이나 다른 질환의 유무도 회복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자는 입원과 수술을 거치면서 활동량이 줄면 근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여성은 폐경 이후 근육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별만으로 재활 결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평소 운동량이 충분한 여성 환자가 빠르게 회복하기도 하고, 근력이 약한 남성 환자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결국 각자의 몸 상태에 맞는 재활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 가는 일이 중요해 보였다. 퇴원한 날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에서 집까지 올라가려면 계단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중간에 다리에 힘이 풀리지는 않을지, 누군가 양쪽에서 붙잡아 드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난간을 살짝 짚고 한 계단씩 무리 없이 올라오셨다. 아무렇지 않은 듯 현관 안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본 뒤에야 가족 모두 한시름 놓았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퇴원한 날 무사히 집까지 부축도 없이 걸어오셨다는 것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인공관절 수술은 단순히 낡은 무릎을 새 관절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이후 아버지가 고생하신 시간이 너무 길었다. 수술이 다시 걸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면, 그 다리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돌리는 것은 환자가 견뎌 낸 재활의 시간이었다. 아버지가 저녁마다 다리를 천천히 펴고 굽히는 운동을 하시는 모습은 퇴원 뒤에도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