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예약했던 엄마의 대장내시경은 결국 처음 정해진 날짜에 받지 못했다. 검사 며칠 전 주말 나들이를 다녀오시다가 갑자기 넘어지셨기 때문이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셨고, 수면으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함께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예정대로 진행해도 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엄마는 올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로 하셨다. 아버지도 검사가 필요했지만 늘 다니던 대학병원에서는 80세가 넘으면 대장내시경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는 다른 종합병원을 알아보는 중이고, 엄마는 대장·항문 분야로 알려진 종합병원에서 먼저 검사를 받게 됐다.
겨울에 예약한 검사는 5월로 잡혔다
대장내시경은 전화로 날짜만 정하면 되는 검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먼저 외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엄마와 나는 겨울에 병원을 찾아갔고, 진료실에서는 이전에 대장내시경을 받은 적이 있는지, 가족 중 대장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는지, 현재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진료는 길지 않았다. 의사와 면담을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간호사가 장을 비우는 데 사용하는 물약 세 병과 복용 안내문을 챙겨 주었다. 약 한 병을 마실 때마다 물 1리터를 함께 마셔야 했고, 한꺼번에 들이켜지 말고 약 두 시간 동안 천천히 복용하라는 설명도 들었다. 예약을 하러 간 때는 겨울이었지만 실제 검사 날짜는 5월이었다. 대장내시경을 한 번 받기 위해 세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 그래도 이미 날짜를 정해 놓았으니 안내문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검사일에 맞춰 준비하기로 했다. 5월이 가까워지자 엄마는 식탁 옆에 안내문을 놓고 먹어도 되는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을 자주 확인하셨다. 검사 3일 전부터는 씨가 있는 과일과 깨를 드시지 않았고, 2일 전부터는 잡곡밥과 콩, 김치, 해조류도 식탁에서 제외했다. 대신 계란과 두부, 생선, 닭고기는 먹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검사 전날부터 식사량이 크게 줄어들 것을 생각해 이틀 전에는 두부와 계란을 평소보다 조금 더 챙겨 드렸다. 전날 아침에는 흰죽만 드시고 오후부터 금식할 예정이었다.
넘어진 뒤 검사 날짜와 복용약을 다시 확인했다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엄마가 밖에서 넘어지셨다. 머리를 세게 부딪힌 것은 아니었지만 며칠 동안은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기지 않는지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검사 전에 장을 비우는 약을 먹어야 하고 수면내시경도 받아야 하니 무리해서 일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보였다. 항문외과에 전화를 걸어 낙상 사실을 설명하고 검사 날짜를 변경했다. 세 달을 기다린 일정이라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엄마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지 않은 채 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검사일을 안내받으면서 복용 중인 약도 다시 확인했다. 병원에서는 말초혈관과 관련된 약은 이틀 동안 중단하고, 혈액이 잘 굳지 않게 하는 약은 일주일 정도 중단한 뒤 검사받으라고 설명했다. 대장내시경 중 용종이 발견되면 바로 제거하거나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내로 이해했다. 전화를 받는 도중에 약마다 다른 중단 기간을 달력에 빠르게 표시해 두었다.

엄마는 평소 매일 먹던 약을 며칠 동안 끊는다는 사실을 검사 준비보다 더 신경 쓰셨다. “이 약을 안 먹어도 괜찮겠지?”라고 몇 번이나 물으셨다. 나는 임의로 끊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정해 준 기간만 중단하는 것이라고 다시 설명해 드렸다. 약 이름과 마지막 복용 날짜를 종이에 적어 냉장고에 붙여 놓고 나서야 우리도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검사 준비는 음식만 조절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현재 먹는 약과 몸 상태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과정이었다.
검사 중 제거한 용종은 선종이었다
다시 잡은 검사일이 다가오자 엄마는 장을 비우는 약을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드셨다. 한 병을 마신 뒤 물 1리터를 천천히 마시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 생각보다 힘들어하셨다. 검사 당일 아침에는 약간 어지럽다고 하셨지만 병원에 도착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무사히 마쳤다. 검사가 끝난 뒤 엄마가 회복실에서 쉬고 있을 때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대장 안에서 용종이 발견돼 검사 도중 바로 제거했고, 정확한 종류는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일주일 뒤 다시 외과 진료를 받기로 했다. 결과를 들으러 간 날 의사는 제거한 용종이 선종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종이 곧 대장암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일부는 오랫동안 그대로 두면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발견했을 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3년 뒤 다시 대장내시경을 받으라는 안내가 내려졌다. 예약부터 검사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음식을 조절하고 장을 비우는 약을 마셔야 했으며, 중간에는 낙상으로 검사 날짜까지 다시 잡아야 했다. 복용약을 며칠 동안 중단하는 일도 엄마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래도 검사를 받고 용종을 제거한 뒤 결과까지 확인하고 나니 미뤄 둔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달력의 3년 뒤 날짜 옆에 ‘대장내시경 시기 확인’이라고 작게 적어 두었다. 정확한 예약 날짜는 나중에 정하더라도 다시 검사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