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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CT를 찍은 날 차 문 앞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3.

아버지가 차에 타는 데 예전보다 몇 초가 더 걸리던 때가 있었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는 일은 오랫동안 보아 온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날도 아버지는 평소처럼 차 문을 열었다.

왼손으로 문 위쪽을 잡고 몸을 조금 숙였다.

한쪽 다리를 먼저 운전석 아래로 넣었다.

발끝이 바닥에 닿았는데도 바로 앉지 않았다.

잠시 멈춘 뒤 몸을 돌렸다.

아버지는 문틀을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차 안으로 들어간 다리를 살짝 끌어당긴 뒤 엉덩이를 좌석에 붙였다.

마지막으로 밖에 남아 있던 다른 다리를 안으로 넣었다.

차 문이 닫혔다.

평소보다 몇 초가 더 걸렸을 뿐이었다.

나는 그때 이 모습을 특별한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차 문 앞의 몇 초를 붙잡았다

아버지는 테니스를 치러 갈 때면 늘 직접 운전하셨다.

차에 타고 시동을 거는 과정도 오랫동안 반복해 온 일이었다.

그래서 그날의 차이는 아주 작게 느껴졌다.

한쪽 다리를 먼저 넣은 것.

발을 바닥에 놓고 바로 앉지 않은 것.

몸을 돌릴 때 문틀을 조금 더 세게 잡은 것.

안으로 들어간 다리를 한 번 끌어당긴 것.

지금 생각하면 동작이 몇 단계로 나뉘어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냥 차에 타는 모습으로 보였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불편하세요?”

아버지는 짧게 대답하셨다.

“괜찮아.”

그 뒤 차는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날의 일도 평소의 여러 장면 가운데 하나로 지나갔다.

 

차 문틀을 잡고 한쪽 다리를 먼저 넣으며 운전석에 타는 80대 남성

손과 다리의 순서를 세어 보았다

며칠 뒤 차를 탈 때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는 먼저 손을 문에 올렸다.

한쪽 다리를 넣었다.

몸을 돌리는 동안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남아 있던 다리를 차 안으로 넣었다.

나는 그제야 ‘차에 탄다’는 하나의 행동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게 됐다.

손으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이 있었고, 한쪽 다리를 넣는 동작이 있었다.

몸을 돌리는 과정이 있었고, 마지막 다리를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있었다.

어느 한 부분이 늦어지면 전체 동작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그때 내가 떠올린 것은 무릎이나 허리의 불편함 정도였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몸을 움직일 때 조심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게 남은 것은 아버지가 차에 타는 모습 하나였다.

병실의 한마디가 장면을 겹쳐 놓았다

얼마 뒤 아버지는 테니스를 치다가 넘어지셨다.

공을 따라가던 중 다리를 움직이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다리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잘 올라가지 않았고, 다시 움직여 보려다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 CT를 찍었고, 머리 안에 출혈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줄 알았던 날은 입원으로 바뀌었다.

수술을 준비하면서 평소 복용하던 약을 확인했고, 아버지가 드시던 아스피린도 의료진에게 알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필요한 약과 물건을 챙겨 병원으로 가져왔다.

그날 아버지는 수술을 받으셨다.

며칠 뒤 회복 중인 병실에서 아버지가 그날 테니스를 치던 상황을 이야기하셨다.

“다리를 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잘 안 올라가더라고.”

그 말을 듣자 차 문 앞에서 보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쪽 다리를 먼저 넣었던 모습이었다.

발을 바닥에 놓고 잠시 멈췄던 모습이었다.

문틀을 잡고 몸을 돌리던 모습도 함께 생각났다.

내가 본 것은 차에 타는 동작이었고, 아버지가 말한 것은 테니스를 치던 순간의 몸 상태였다.

두 장면을 같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넘어짐과 검사 사이의 시간을 이어 보았다

아버지는 넘어지기 전부터 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평소와 달랐다고 했다.

그 뒤 넘어졌고 머리를 부딪쳤다.

병원에서는 CT를 통해 머리 안 출혈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다리를 잘 들어 올리지 못했던 증상도 머리 안 출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내가 다시 떠올린 것은 차 문 앞에서 보았던 몇 초였다.

그렇다고 그 동작을 출혈의 증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날 내가 직접 본 사실은 아버지가 차에 들어갈 때 평소보다 동작이 느렸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들은 사실은 테니스를 치던 중 다리를 들어 올리기 어려웠고, 이후 CT에서 머리 안 출혈이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각각의 장면에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범위는 달랐다.

그래서 지나간 일을 떠올릴 때도 병명을 끼워 맞추기보다 실제로 보았던 움직임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왼손으로 문을 잡았다.

한쪽 다리를 먼저 넣었다.

잠시 멈췄다.

몸을 돌렸다.

남은 다리를 차 안으로 넣었다.

그때 내가 본 것은 바로 그 순서였다.

병원에 전할 말을 구체적으로 남겼다

머리를 다치거나 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달라졌을 때는 언제부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의료진에게 설명하는 일이 중요할 수 있다.

특히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힘이 빠지는 등 신경학적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도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를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 가운데 하나로 안내하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가도록 권고한다.

아버지의 경우에도 테니스를 치던 당시 다리를 들어 올리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병원에서 중요한 상황 설명이 됐다.

머리를 부딪친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과 그 전에 몸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가족의 변화를 기억할 때도 ‘걸음이 이상했다’처럼 한 문장으로만 남기기보다 어느 쪽 다리를 먼저 움직였는지, 손을 어디에 짚었는지, 움직임 중간에 멈췄는지처럼 실제로 본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약 이름과 복용 사실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아버지가 복용하던 아스피린 역시 입원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알렸다.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복용 방법을 바꾸기보다는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날 이후 나는 아버지의 움직임을 기억할 때 ‘괜찮아 보였다’는 말 하나로 장면을 끝내지 않았다.

실제로 보았던 동작이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떠올렸다.

아버지는 그날을 짧게 말하셨다

병실에서 아버지는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냥 다리가 좀 이상한가 보다 했지.”

아버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셨다.

그러고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알았으면 바로 병원에 갔지. 그때는 나도 몰랐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차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는 몇 초 늦어진 동작으로만 보였던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 동작 하나만으로 당시 몸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기억 속에는 차 문을 잡던 손과 먼저 들어가던 한쪽 다리, 잠시 멈추던 몸의 움직임이 남아 있다.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가 지나간 장면의 의미를 하나의 답으로 바꾼 것은 아니었다.

대신 평범하게 지나갔던 몇 초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으로 남겼다.

차 문은 닫혔고 차는 출발했다.

내가 오래 기억하는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차 문 앞에서 아버지가 한쪽 다리를 먼저 넣고 잠시 멈추던 그 몇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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