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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둔해졌는데 혈당은 예상보다 낮았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2.

외출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현관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다가 양말 신은 발을 바닥에 몇 번 눌러보셨다.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고 발가락에도 천천히 힘을 주셨다. 깔창이 접혔나 싶어 신발 안쪽까지 손으로 훑었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단단한 바닥인데도 발밑에 얇은 스펀지가 깔린 것 같아.” 통증이 심하거나 발이 부은 것은 아니었다. 피부색도 전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맨발로 마루를 밟거나 신발을 신고 걸을 때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는 겨울 내내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다닌 탓이라고 여겼다. 나는 혈당을 낮추는 약을 드시고 있다는 사실부터 떠올렸다. 검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날 아버지는 발을 한 번 더 바닥에 눌러본 뒤 양말을 다시 끌어올리셨다. 아버지는 바닥의 차가움부터 떠올렸고, 나는 혈당부터 떠올렸다. 어느 쪽이 발바닥의 둔한 느낌을 설명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발끝 느낌이 애매한 날에는 차 열쇠를 내려놓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직접 차를 몰고 다니셨다. 통증이 없는 것과 페달을 안전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발바닥 감각이 흐릿한 날에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평소처럼 구분되는지 출발 전에 확인하셨다. 감각이 둔하면 발이 페달에 닿았는지 늦게 알아차리거나 힘을 어느 정도 주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발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두 페달의 위치가 평소처럼 분명하지 않다면 그날 운전을 미루는 편이 나았다. 나는 운전을 그만두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차를 타지 말라고 재촉하면 오히려 발의 변화를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신 출발 전에 평소와 다른 느낌이 있는지만 물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운전석에 앉아 잠시 발끝을 움직이다가 시동을 걸지 않고 차에서 내리셨다. “오늘은 발끝 느낌이 좀 애매하네.” 아버지는 차 열쇠를 다시 현관 선반에 올려놓으셨다.

 

주차된 자동차 운전석에서 출발 전 발끝 감각을 확인하는 노인 남성

6.1%라는 숫자는 걱정했던 것보다 낮았다

내과 검사를 받고 돌아온 아버지는 현관에 서서 결과부터 꺼내셨다. “6.1%래. 나는 7%나 8%쯤 나올 줄 알았어.” 검사 전부터 혈당이 많이 올랐을 것 같다며 걱정하셨던 터라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나도 예상보다 낮은 숫자에 잠시 마음을 놓았다. 다만 6.1%가 어떤 뜻인지 알려면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구분해야 했다. 공복혈당은 일정 시간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한 그 시점의 혈당을 보여 준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몇 달 동안 혈당이 어느 정도로 유지됐는지를 살펴보는 데 이용한다. 일반적인 진단 기준에서 당화혈색소 6.1%는 정상 범위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으로 흔히 사용하는 6.5%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번 결과 하나만으로 새로 당뇨병 전단계라고 판단하거나 당뇨병이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처음 약을 처방받았을 때의 수치와 복용 중인 약, 이후의 변화를 함께 볼 필요가 있었다. 아버지는 봄에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은 뒤 밥과 간식의 양도 스스로 조절해 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결과지를 접어 약봉투 옆에 놓으셨다. “그래도 약은 그냥 먹던 대로 먹는 거지?” 다음 진료에서 확인하기 전까지 복용하던 약과 식사량은 그대로 두었다.

발바닥의 둔한 느낌은 검사 뒤에도 그대로였다 

검사 결과를 본 뒤에도 아버지는 맨발로 마루를 몇 걸음 걸어 보셨다. “생각했던 것보다 낮게 나왔는데 발은 똑같네.” 당화혈색소 결과 하나만으로 현재 발바닥 감각이 둔해진 원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혈당과의 관련성을 살펴야 했지만 허리나 다리에서 오는 신경 문제처럼 다른 원인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진료에서는 6.1%라는 숫자만 보여 주기보다 언제부터 감각이 달라졌는지, 양쪽 발이 비슷한지, 저림이나 화끈거림 또는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는지도 함께 설명했다.

아프지 않다는 말만으로 발 상태를 알 수는 없었다 

감각이 둔한 발은 작은 상처나 물집이 생겨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나 온열기구에 닿을 때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목욕 뒤에는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상처나 붉어진 곳이 없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양말이나 신발 안쪽에 이물질이 없는지도 살폈다.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감각 저하가 심해지고, 발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걷는 모습까지 달라진다면 진료에서 함께 이야기할 변화였다. 어느 날 저녁 아버지는 양말을 신기 전에 발바닥을 한번 내려다보셨다. 발가락 사이까지 살펴본 뒤 양말을 끌어올리며 말씀하셨다. “아픈 데는 없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발을 덮기 전에 피부에 달라진 곳이 없는지만 한 번 더 살펴봤다.

 

현관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은 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연세 드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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