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버지는 발바닥의 감각이 전과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딱딱한 바닥을 밟아도 발밑에 스펀지를 한 장 깔아 놓은 것처럼 물렁하게 느껴지고, 어떤 때는 발바닥 전체의 감각이 둔해진 것 같다고 하셨다. 통증이 심한 것도 아니고 걷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평소와 감각이 다르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겨울 동안 차가운 마루를 맨발로 자주 다녔기 때문에 혹시 가벼운 동상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하셨다. 한겨울 추위가 이미 지나간 뒤였고 발가락의 색이 달라지거나 피부에 상처가 생긴 것도 아니어서 가족들은 다른 원인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발바닥 감각이 둔하다는 말에 혈당부터 떠올렸다
자식들은 발바닥 감각이 둔해지는 이유를 찾아보다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라는 질환을 알게 됐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통증이나 온도를 잘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표현한 증상과 비슷해 보여 가족들은 곧바로 당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바닥 감각 저하가 있다고 해서 원인을 당뇨병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눌린 경우나 혈액순환 문제, 비타민 부족, 발 자체의 질환 등도 감각 변화와 관련될 수 있었다. 아버지는 평소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았고 과거에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도 받으셨기 때문에 신경과나 내과에 가서 증상을 설명하고 확인해 보는 편이 필요해 보였다. 가족들은 아버지께 검사를 받아보자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현재 다니는 내과에서 혈당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으니 다음 혈액검사 결과를 먼저 확인하겠다고 하셨다. 당장 병원을 옮겨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자식들의 말이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다. 결국 가족들은 아버지를 계속 재촉하기보다 예정된 내과 진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공복혈당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지난 몇 달
아버지의 검사일을 기다리면서 자식들은 당화혈색소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가족들은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기준표를 찾아보며,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올지 하나씩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공복혈당은 검사 당시의 혈당 상태를 보여 주지만,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 혈당이 어느 정도로 유지됐는지를 짐작하는 검사였다. 전날 저녁 식사나 검사 당일의 긴장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한 번의 혈당 수치와는 보는 범위가 달랐다. 일반적으로 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이 정상 범위이며, 당화혈색소는 5.7% 미만이 정상 범위로 본다. 수치가 이보다 높다고 해서 한 번의 검사만으로 바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며, 필요하면 재검이나 다른 혈당검사를 함께 확인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당화혈색소가 7%나 8% 정도 나올 것 같다고 예상하셨다. 자식들도 발바닥 증상을 혈당과 연결해 생각한 나머지 결과가 높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가정용 혈당측정기까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 본 내용을 근거로 인슐린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꺼냈다. 지금 돌아보면 검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치료 방법부터 앞서 걱정한 셈이었다.
예상과 달랐던 6.1%라는 결과
지난주 아버지는 예정대로 내과를 방문해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셨다.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당화혈색소가 6.1%라며 무척 기뻐하셨다. 본인이 예상했던 7~8%보다 낮게 나왔고, 의사에게 당뇨병 진단 기준은 6.5% 이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자신의 수치가 정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6.1%는 일반적인 진단표에서는 정상보다 높은 당뇨병 전단계 범위에 해당한다. 다만 아버지가 이미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으므로, 숫자 하나만 보고 새롭게 당뇨병 전단계라고 판단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현재 복용하는 약의 종류와 과거 검사 결과, 처음 약을 처방받았을 때의 진단 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했다. 고령자는 젊은 사람과 당뇨병 진단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으로 치료받을 때 목표 수치를 개인의 상태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혈당을 낮추다가 저혈당이 생기면 어지럼증이나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가 비교적 좋은 고령자와 여러 질환이 있거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의 혈당 목표가 서로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최근 몇 달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가 아버지의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걱정하던 가족들도 검사 결과를 들은 뒤 한결 마음을 놓았다. 무엇보다 결과를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 보여 자식들도 함께 기뻐했다.

과일 하나까지 조심했던 봄철 식사
아버지는 올해 3월과 4월에 혈당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먹는 것을 많이 조심했다고 하셨다. 밥의 양을 줄이고 간식을 예전보다 적게 드셨으며, 달다고 생각되는 음식은 한 번 더 살펴보셨다고 했다. 가족들이 곁에서 보고 있던 것보다 본인이 훨씬 신경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봄에는 식사를 마친 뒤 한라봉이나 천혜향을 한 개씩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걱정한 적도 있었다. 과일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일 하나만으로 검사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하루 동안 먹는 전체 식사의 양과 구성, 활동량, 복용 중인 약, 수면 상태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께 그동안 식사를 조절하느라 애쓰셨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수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식사 관리를 갑자기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다. 반대로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금지하며 지나치게 적게 먹는 것도 고령자의 근육과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다음 진료에서 적절한 식사량을 물어보기로 했다.
혈당 결과와 발바닥 증상은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당화혈색소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가족들이 처음 했던 생각도 달라졌다. 발바닥이 스펀지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듣자마자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고 연결했지만, 6.1%라는 결과만으로 발바닥 감각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혈당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어도 이전부터 생긴 신경 문제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당뇨병과 관계없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병원에서는 말초신경 약을 하나 더 추가해서 처방해 주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앞서 걱정했던 가족들도 이제는 숫자 하나로 병을 확신하기보다, 남아 있는 증상을 차례대로 확인해 보려 한다. 앞으로는 발바닥 감각이 계속 둔한지, 말초신경 약을 복용한 뒤 변화가 있는지도 다음 진료에서 함께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자주 묻는 질문
당화혈색소 6.1%는 정상인가요?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정상 수치가 아니라 당뇨병 전단계 범위입니다. 이미 혈당약을 복용 중이라면 치료로 혈당이 조절된 결과일 수도 있으므로 과거 검사와 처방 내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고령자는 7%까지 정상으로 보나요?
나이가 많다고 당뇨병 진단 기준이 7%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뇨병 치료 목표는 저혈당 위험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젊은 사람보다 여유 있게 정할 수 있습니다.
발바닥이 둔하면 당뇨 때문인가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허리 신경, 혈액순환, 영양 부족 등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내과나 신경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당뇨병이면 인슐린부터 맞아야 하나요?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처음부터 인슐린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혈당 수준과 증상, 다른 질환을 고려해 식사·운동 관리, 먹는 약 또는 주사 치료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