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다공증 주사를 맞던 달에는 병원에서 오는 문자가 일정표 역할을 했다. 석 달에 한 번 문자가 오면 날짜를 확인하고, 그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으셨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일정이라 엄마도 나도 다음 주사를 언제 맞는지 확인하는 일을 치료의 중심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진료에서는 다음 주사 날짜를 잡지 않았다. 의사는 당분간 주사를 쉬면서 상태를 살펴보자고 했다. "오래 맞았으니 이제 뼈가 좋아진 것 아니니?" 엄마에게 주사를 쉰다는 말은 치료해야 할 일이 하나 줄었다는 뜻에 가까웠다. 다음 주사 날짜가 달력에서 사라진 뒤에는 약 이름과 마지막 투여일, 집 안에서 넘어질 만한 곳을 따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달력에는 주사 이름과 마지막 투여일을 함께 적었다
엄마는 자신이 맞아 온 약을 정확한 이름으로 기억하지 못했다. “석 달마다 맞는 뼈 주사 있잖아.” 주사를 맞은 날 병원 근처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하면서도 약 이름은 따로 알아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병원에서 정해 준 날짜에 빠뜨리지 않고 맞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종류에 따라 중단 뒤 계획이 다를 수 있어 주사 이름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 문의해 엄마가 맞아 온 주사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름을 알고 나니 같은 '골다공증 주사'라도 중단 뒤 계획이 모두 같지는 않다는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언제 마지막으로 맞았는지는 진료 기록에서 함께 확인했다. 달력에는 약 이름과 마지막 투여일을 따로 적어 두었다.
젖은 욕실 바닥과 현관 매트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욕실에서 나온 엄마의 슬리퍼가 젖은 바닥에서 살짝 밀린 적이 있었다.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몸을 급하게 세우느라 세면대 쪽으로 손을 뻗으셨다. 현관에서는 말려 올라간 매트 끝에 발이 걸릴 때도 있었다. 골다공증은 늘 통증이 있는 질환이 아니어서 평소에는 관리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현관 매트 끝이 말려 있거나 자주 걷는 길에 발판과 전선이 놓여 있으면 엄마가 지나가기 전에 자리를 정리했다. 계단을 이용할 때는 양손에 짐을 들지 않아 난간을 잡을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조심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계속 위험하다는 말을 들으면 엄마가 걷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수 있었다. 골절을 막는다는 말보다 평소 걷던 길에서 발을 걸리게 하거나 미끄러지게 하는 조건을 줄이는 쪽이 우리 집에서는 더 구체적인 일이었다.
휴지기에는 다음 주사 날짜보다 확인할 것이 많았다
다음 진료에서 확인할 내용은 최근 골밀도와 과거 골절 여부, 지금까지 사용한 약의 종류와 기간이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골절 위험을 다시 살펴보고 이후 치료 계획을 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다시 맞나요?'라는 날짜 하나보다, 왜 쉬는지와 어떤 조건에서 치료 계획을 다시 바꾸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같은 기간 치료를 받았더라도 약의 종류와 현재 상태에 따라 이후 계획이 달라질 수 있어 다른 사람과 휴지기 기간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었다. 다음 진료 날짜를 달력에 적으면서 그 옆에 주사 이름과 마지막 투여일도 함께 적어 두었다. 욕실 앞과 현관을 지날 때는 매트가 말려 있거나 발에 걸릴 물건이 없는지도 한 번씩 확인했다. 다음 주사 날짜는 아직 비어 있었지만 달력과 집 안에서 확인하는 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