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젊었을 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지면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곤 하셨다. 그때마다 뼈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말을 들으셨고, 우리 집 식탁에는 자연스럽게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가 자주 올라왔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엄마는 큰 솥에 멸치와 디포리, 다시마, 파뿌리를 가득 넣어 육수를 끓이셨다. 한 번 끓이고 나면 버려야 할 재료도 적지 않았지만, 엄마는 가족의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다. 나 역시 멸치 육수를 오래 먹으면 골다공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코로나 치료 뒤에 뜻밖의 검사를 받게 됐다
코로나가 크게 유행하던 시기의 막바지에 엄마와 나도 함께 감염됐다. 몸이 너무 아파 직접 병원을 찾아갈 형편이 되지 않아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고, 처방받은 약은 집으로 배송받았다. 진료를 해준 의사는 코로나 증상이 나아지면 어머니를 한번 병원으로 모시고 오라고 했다. 연세가 있으니 엑스레이를 비롯해 필요한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겠다는 말이었다. 코로나에서 회복한 뒤 엄마와 병원을 찾았고,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 끝에 골다공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엄마는 허리가 아파 병원에 다니기는 했지만 자신이 골다공증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별히 뼈가 아프거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의사는 골다공증은 골절이 생기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검사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멸치를 오래 먹었는데 왜 뼈가 약해졌을까
엄마는 의사에게 가장 먼저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늘 먹고 있는데 왜 골다공증이 생겼는지를 물었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나도 같은 점이 궁금했다. 의사의 설명은 음식을 통한 칼슘 섭취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칼슘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이미 진행된 골밀도 감소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뼈가 만들어지는 양보다 빠져나가는 양이 많아질 수 있고,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멸치 육수를 많이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칼슘을 얼마나 섭취하고 흡수했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비타민 D 부족이나 운동량 감소, 체질과 연령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제야 한 가지 음식을 오래 먹었다고 해서 뼈 건강이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먹는 약에서 석 달마다 맞는 주사로 바뀌었다
엄마는 처음 검사를 받은 병원에서 먹는 골다공증 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오랫동안 허리 치료를 받아왔던 정형외과에서도 골다공증에 관해 다시 상담했다. 몇 년 동안 엄마의 허리 상태를 지켜본 의사는 먹는 약보다 주사 치료를 받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엄마는 연세가 많았고 과거에 골절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예전에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쳐 한동안 고정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의사는 이런 과거 골절 경험과 현재의 골밀도 상태를 함께 살펴 주사 치료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엄마는 약을 챙겨 먹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에 석 달에 한 번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방식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한 번은 보호자로 함께 갔는데 골다공증 주사를 맞는 시간이 30분 이상 걸렸던 기억이 난다. 주사 자체가 오래 걸린 것도 있고, 검사 결과와 몸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 포함됐던 것 같다.
주사를 맞을 때마다 치료가 쌓이는 것 같았다
엄마는 몇 년 동안 정해진 시기에 맞춰 골다공증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돌아오는 날이면 치료가 잘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으셨다. 나도 치료가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의사는 당분간 주사를 그만 맞고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엄마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치료가 끝났다기보다는 일정 기간 주사를 쉬면서 골밀도와 골절 위험을 다시 확인하자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골다공증 주사는 종류에 따라 투여 간격과 중단 방법이 다르다. 일부 약물은 오랫동안 사용한 뒤에도 효과가 뼈에 어느 정도 남아 있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휴지기를 갖기도 한다. 반대로 갑자기 중단하면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는 약도 있기 때문에 모든 주사에 같은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줄어든 키를 단순한 노화라고만 생각했다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키가 예전보다 5cm가량 줄었다며 속상해하셨다. 등도 조금씩 굽어졌지만 가족들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변화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적게 해서 자세가 나빠진 것이라고 넘긴 적도 많았다.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보면서 키가 줄고 등이 굽는 변화가 척추뼈의 약화와 관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약해진 척추뼈가 압박되거나 미세한 골절이 생기면 본인이 뚜렷한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키가 줄어들 수 있었다. 물론 키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척추 압박골절을 판단할 수는 없다. 자세 변화나 척추 질환 등 다른 원인도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키가 많이 줄거나 갑자기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엄마 지인 가운데 나이가 들어도 키가 거의 줄지 않은 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단순히 사람마다 다른 노화 과정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치료를 쉬는 동안 생활에서 지킬 것을 정했다
주사를 쉬게 됐다고 해서 골다공증 관리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다음 진료 시기와 골밀도 검사 일정을 지키고, 허리 통증이나 키의 변화가 있는지도 살펴야 했다. 집 안에서 미끄러지거나 문턱에 걸리지 않도록 낙상 위험을 줄이는 일도 중요했다. 식사도 예전처럼 멸치 육수 하나에만 기대기보다 칼슘과 단백질을 골고루 챙기고, 필요하면 비타민 D 검사도 받아 보기로 했다. 담당 의사는 주사를 쉬는 동안 칼슘과 비타민 D를 보충하는 약도 함께 처방해 주셨다. 엄마는 현재 점심 식사 후 칼시마를 반 알씩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주사를 쉬는 기간이라고 해서 아무 치료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재 몸 상태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또한 엄마와 함께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산책을 이어가려고 한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골다공증 치료는 주사를 맞는 기간보다 그 이후의 관리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다음 검사에서는 골밀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먼저 확인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