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6 당뇨 전단계 결과표에서 가장 중요했던 두 숫자 건강검진 결과지의 혈당 항목 옆에는 ‘당뇨 전단계’라는 표시가 적혀 있었다. 아버지는 결과표를 식탁 위에 펼쳐 놓고 같은 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셨다. “나는 운동도 하는데 왜 그렇지?” 아버지는 지금도 일주일에 몇 번씩 테니스를 치러 나가신다. 단 음료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엄마는 오래전부터 흰쌀밥에 보리와 잡곡을 섞어 밥을 지었다. 아버지는 ‘당뇨 전단계’라는 표시에서 손가락을 아래로 옮기셨다. 공복혈당 옆에는 그날 채혈한 수치가 적혀 있었고, 다른 줄에는 당화혈색소가 표시돼 있었다. 나는 두 항목 옆에 적힌 단위부터 확인했다. 수치는 모두 혈당 상태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지만 같은 시간을 보여 주는 검사는 아니었다. 무엇을 먹었는지 되짚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느 항목이 기준 범위를 벗어.. 2026. 7. 9. 두근거린다는 말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어떤 밤에는 심장이 평소와 다르게 뛰는 느낌 때문에 잠에서 깨셨다. 느낌은 밤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아버지는 아침이 되면 전날 밤의 일을 비슷한 말로 설명하셨다. “어젯밤에도 심장이 좀 이상했어.” 낮의 모습만 보면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침을 드셨고 장을 보러 나가거나 테니스 약속을 확인하셨다. 50년 가까이 운동해 온 분이라 가족도 처음에는 피곤해서 잠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많이 한 날이었는지, 잠을 설친 것은 아닌지를 먼저 물었다. 그렇게 몇 번의 밤을 지나면서 처음의 짐작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면 아버지는 다시 멀쩡해 보였고, 전날 밤의 서로 다른 느낌은 모두 ‘두근거림’이라는 한 단어로 줄어들었다. 진료실.. 2026. 7. 9. 엑스레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끝이 아니었다 “엑스레이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모두 마음을 놓았다. 어머니는 의자 위에서 발을 헛디딘 뒤 발등이 붓고 걸음이 불편해 정형외과에 오셨지만, 병원까지 직접 걸어 들어오셨다. 영상에도 뚜렷한 골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며칠 쉬면 괜찮아질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의사는 진료를 끝내지 않았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더니 어머니의 발을 다시 살폈다. 조금 전까지는 검사 결과에 마음이 놓였던 나도 의사가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지켜보게 됐다. 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모습이 판단을 흐렸다어머니는 쌀통에 쌀을 넣으려고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디셨다. 높은 곳에서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넘어진 뒤에도 혼자 일어나 걸으셨다. 처음에는 발이 조금 욱신거릴 뿐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 2026. 7. 9. 로봇수술과 가까운 병원 사이에서 멈춘 선택 병원 이름을 적은 공책에는 동그라미보다 물음표가 더 많았다. 로봇수술을 하는 병원 옆에는 장비 이름을 적었고, 수도권 병원 옆에는 집에서 걸리는 시간을 표시했다. 가까운 지역 병원에는 수술 경험과 재활치료 여부를 따로 적었다. 찾아본 병원이 늘어날수록 공책에 적어야 할 항목도 늘었다. 병원 이름만 비교해서는 어느 곳이 아버지에게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젊을 때부터 테니스를 즐기셨다. 출근 전 새벽에도 코트에 나갈 만큼 운동을 좋아하셨고,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량이 적지 않았다. 가족들은 운동을 오래 해 오셨으니 무릎도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난간을 잡는 일이 늘었고, 외출한 뒤에는 현관 앞에서 한동안 무릎을 펴지 못하셨다. 밤에 자다가 통증 때문에 자세를 바꾸는.. 2026. 7. 8. 이전 1 ···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