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을 적은 공책에는 동그라미보다 물음표가 더 많았다. 로봇수술을 하는 병원 옆에는 장비 이름을 적었고, 수도권 병원 옆에는 집에서 걸리는 시간을 표시했다. 가까운 지역 병원에는 수술 경험과 재활치료 여부를 따로 적었다. 찾아본 병원이 늘어날수록 공책에 적어야 할 항목도 늘었다. 병원 이름만 비교해서는 어느 곳이 아버지에게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젊을 때부터 테니스를 즐기셨다. 출근 전 새벽에도 코트에 나갈 만큼 운동을 좋아하셨고,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량이 적지 않았다. 가족들은 운동을 오래 해 오셨으니 무릎도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난간을 잡는 일이 늘었고, 외출한 뒤에는 현관 앞에서 한동안 무릎을 펴지 못하셨다. 밤에 자다가 통증 때문에 자세를 바꾸는 날도 있었다. 일흔일곱이 되던 해 아버지가 수술을 받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날부터 우리 가족의 대화에는 병원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아버지는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자고 하셨고, 오빠는 수도권에 있는 큰 병원을 알아보자고 했다. 나는 로봇수술을 하는 병원이 더 정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엄마는 수술 뒤 자주 다녀야 한다면 집에서 가까운 곳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모두 아버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서로 달랐다.
가족마다 첫 번째 기준이 달랐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었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무릎뼈를 절삭하는 범위와 인공관절 위치를 정밀하게 계획할 수 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정밀하다’는 표현을 보면 일반수술보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됐다. 한 번 받는 큰 수술이니 장비가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는 병원 규모를 먼저 봤다. 여러 진료과가 있는 대학병원이라면 아버지의 부정맥이나 복용약도 함께 확인하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도권까지 이동하는 수고가 있더라도 이름이 알려진 병원에서 수술받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아버지는 장비보다 의료진의 수술 경험을 궁금해하셨다.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를 얼마나 많이 수술했는지, 양쪽 무릎 가운데 어느 쪽부터 해야 하는지, 수술 뒤 언제부터 걸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셨다. 엄마는 병원에 얼마나 자주 가야 하는지를 먼저 물으셨다. 입원할 때만 가는 것이 아니라 퇴원 뒤에도 계속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먼 병원은 가족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각자가 다른 항목만 보고 있어 한동안 대화가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로봇수술을 이야기하면 거리가 빠졌고, 가까운 병원을 이야기하면 의료진의 경험이 빠졌다. 큰 병원을 이야기하면 퇴원 뒤 재활치료를 어디에서 받을지가 남았다. 한 가지 기준만으로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했다.
병원 이름을 가리고 같은 항목만 비교했다
우리는 공책에 적어 둔 병원 이름을 새 종이에 다시 옮겼다. 이번에는 홈페이지에서 강조한 문구를 그대로 적지 않았다. 병원마다 같은 질문에 답을 채우는 방식으로 바꿨다. 수술 방법은 무엇인지, 의료진이 아버지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입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수술 뒤 보행과 재활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퇴원 후 외래는 얼마나 자주 가야 하는지, 집에서 병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나란히 적었다. 비용과 병실 상황,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진료받는 절차도 함께 확인했다. 로봇수술을 하는 병원이라고 해서 다른 항목까지 자동으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로봇 장비가 없는 병원이라고 해서 수술 경험이나 회복 관리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수도권 대학병원은 여러 진료과를 함께 확인하기 좋았지만 이동 시간이 길었다. 가까운 병원은 가족이 오가기 쉬웠지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정할 수는 없었다. 상담을 받을 때도 “로봇수술이 더 좋은가요?”라는 질문 하나로 끝내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릎 변형 정도와 통증, 걸을 수 있는 거리, 밤에 통증이 생기는지, 부정맥 약은 수술 전에 어떻게 확인하는지, 수술 뒤 언제부터 보행을 시작하는지를 물었다. 가능한 방법만 설명하는지, 그 방법의 한계와 주의할 점도 함께 말해 주는지를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 가족끼리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들은 말을 공책의 같은 칸에 옮겨 적었다. 어느 병원은 장비 설명이 구체적이었고, 어느 곳은 수술 후 재활 과정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어떤 병원에서는 가족의 질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다른 곳에서는 정해진 설명만 빠르게 이어졌다. 병원 이름을 가리고 작성한 내용을 읽어 보니 처음 보이던 순서와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수술 당일이 아니라 퇴원 뒤 한 달을 그려 보았다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수술 당일 대신 퇴원 뒤 생활을 먼저 생각해 봤다. 아버지가 차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을지,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갈 때 누가 운전할지, 재활치료가 있는 날마다 가족이 동행할 수 있는지를 따져 봤다. 입원 기간에는 필요한 물건이 계속 생길 수 있었다. 세면도구나 옷을 가져다 드리고, 입맛이 없을 때 드실 수 있는 반찬을 챙기며, 의료진의 설명을 함께 들어야 했다. 퇴원 뒤에도 병원에 갈 일은 계속될 수 있었다. 첫 외래나 재활치료가 있는 날마다 아버지가 차에 타고 내리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족 가운데 누가 함께 움직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했다. 먼 병원은 수술을 받는 날 한 번 이동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퇴원 뒤 외래와 재활까지 생각하면 이동은 여러 차례 반복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수술한 다리를 편한 자세로 두고 장시간 차를 타는 일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반대로 가까운 병원은 가족이 자주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거리만 보고 선택했다가 필요한 설명이나 회복 관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병원 가운데 인공관절 수술 경험과 수술 후 관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곳을 다시 살폈다. 엄마의 지인을 통해 들은 추천도 참고했지만 추천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직접 상담을 받고 아버지의 상태를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들었다. 입원 중 통증 관리, 보행을 시작하는 시기, 퇴원 후 재활 계획, 외래에서 확인하는 항목까지 질문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거리도 다른 기준들과 같은 표 안에 놓이게 됐다. 의료진의 경험과 수술 방법뿐 아니라 퇴원 뒤 외래와 재활을 무리 없이 이어 갈 수 있는 조건도 같은 표에서 비교됐다. 가족이 필요한 순간에 병원에 갈 수 있고, 아버지가 무리하지 않고 진료와 재활을 계속 받을 수 있는지도 선택 기준에 포함됐다.
선택한 기준은 회복 과정에서 확인됐다
가족은 집에서 멀지 않은 병원을 선택했다. 로봇수술을 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인공관절 수술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있었고, 상담 과정에서 아버지의 무릎 상태와 기존 질환, 수술 뒤 회복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수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다른 병원을 한 번 더 알아봐야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선택하지 않은 방법의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원이 시작된 뒤 우리가 선택한 기준은 실제 생활에서 드러났다.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한 신문을 집에서 가져다 드릴 수 있었고, 입맛이 떨어진 날에는 드실 수 있는 반찬을 챙겨 갈 수 있었다. 간호사에게 들은 설명 가운데 빠뜨린 부분이 있으면 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가서 확인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처음 보행기를 잡고 일어나는 날에도 가족이 곁에 있을 수 있었다. 복도를 걷다가 통증이 심해진 날에는 병실에서 상태를 지켜보고 의료진에게 전했다. 퇴원 뒤에는 외래 진료와 재활치료 날짜를 맞추기 어렵지 않았다. 병원까지 가는 일이 큰 일정이 되지 않으니 아버지도 진료를 미루지 않으셨다. 가까운 병원이 모든 가족에게 같은 답이 될 수는 없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의료진의 경험과 설명을 확인하면서도 외래와 재활을 무리 없이 이어 갈 수 있는 조건이 중요했다. 퇴원 뒤에도 진료와 재활을 계속 다니면서, 공책에 적었던 선택 기준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