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어머니도 한숨을 놓았다.
며칠 전 어머니가 쌀통에 쌀을 넣으려고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디셨다.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니었고, 넘어진 뒤 혼자 일어나셨다. 처음에는 발이 조금 욱신거리는 정도라고 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발등이 붓기 시작했다.
“걸을 수는 있는데 좀 불편하네.”
어머니가 발을 내려다보며 말씀하셨다.
그때까지도 나는 크게 다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붓기가 생긴 상태를 그대로 두고 다음 날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병원에서 한번 확인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검사 결과를 먼저 들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평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차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셨고 진료실까지도 직접 걸어가셨다.
의사는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물었다. 어머니가 의자에서 발을 헛디딘 일을 이야기했고,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등이 부었다는 것과 걸을 때 불편해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의사는 발을 확인한 뒤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사진에서 골절만 확인되면 오늘 일은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여겼다.
잠시 뒤 의사가 사진을 보여주셨다.
“뚜렷한 골절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바로 물으셨다.
“그럼 괜찮은 거예요?”
나는 대답을 기다렸다.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니었고 병원까지 걸어왔으니 사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며칠 쉬면 되는 줄 알았다.
진료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의사는 엑스레이 화면에서 바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잠시 화면을 보던 의사가 다시 어머니의 발을 향해 몸을 돌렸다.
발등과 발가락 주변을 차례로 눌러 보셨다.
어머니는 몇 군데에서는 가만히 계셨지만 한곳에서는 얼굴을 찡그리셨다.
“여기가 제일 아파요.”
나는 그때 조금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는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진료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의사는 같은 부위를 한 번 더 눌러보고 걸을 때 발에 힘을 어떻게 싣는지도 확인했다.
사진에서 크게 보이는 것과 실제로 어디가 아픈지는 따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작은 골절이나 미세한 뼈 손상은 다친 직후 촬영한 단순 X-ray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처음부터 검사 결과만 기다렸던 내 생각이 조금 단순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픈 곳을 찾은 뒤 설명이 달라졌다
어머니는 조금 전 들은 말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다시 물으셨다.
“사진에는 괜찮다는데 왜 조심해야 해?”
이번에는 내가 먼저 대답하지 않았다.
의사가 어머니에게 직접 설명해 주셨다.
“아픈 부위가 있으니까 당분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깁스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약 6주 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조용히 듣고 계셨다.
그러더니 질문을 바꾸셨다.
“그럼 오래 걸으면 안 되는 거네?”
처음에는 뼈가 부러졌는지가 궁금했다면, 그때부터는 발을 얼마나 사용해도 되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나도 집에 돌아가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까지 들어야 덜 헷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 질문이 달라졌다
병원을 나와 차에 타자 어머니는 발을 내려다보셨다.
“사진에는 괜찮다고 했는데 조심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이제 알겠네.”
집에 도착한 뒤에도 어머니는 평소처럼 움직이려고 하셨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거나 발에 힘을 줄 때는 평소보다 속도를 늦추셨다.
며칠 뒤에는 처음보다 통증이 줄었다.
“이제 덜 아파.”
걷는 모습도 병원에 갔던 날보다는 편해졌다.
그래도 발등을 눌러보면 아픈 곳이 남아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그 부위를 살짝 눌러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여기는 아직 아프네.”
통증이 줄었다는 말과 아직 아픈 곳이 있다는 말이 함께 나온 날이었다.
현관에서 걸을 양을 정하셨다
며칠 뒤 다시 외출할 일이 생겼다.
어머니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잠시 멈추셨다.
발등을 한 번 눌러보고 신발을 신으셨다.
그리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기 전에 말씀하셨다.
“오늘은 오래 걷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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