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모두 마음을 놓았다. 어머니는 의자 위에서 발을 헛디딘 뒤 발등이 붓고 걸음이 불편해 정형외과에 오셨지만, 병원까지 직접 걸어 들어오셨다. 영상에도 뚜렷한 골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며칠 쉬면 괜찮아질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의사는 진료를 끝내지 않았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더니 어머니의 발을 다시 살폈다. 조금 전까지는 검사 결과에 마음이 놓였던 나도 의사가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지켜보게 됐다.
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모습이 판단을 흐렸다
어머니는 쌀통에 쌀을 넣으려고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디셨다. 높은 곳에서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넘어진 뒤에도 혼자 일어나 걸으셨다. 처음에는 발이 조금 욱신거릴 뿐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등이 부어올랐다. 걸을 수는 있었지만 평소처럼 발을 디디지 못했고, 한쪽 발에 힘을 덜 주려다 보니 걸음도 어색해졌다. 저녁이 되어도 붓기는 눈에 띄게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옮길 때는 다친 발을 조심스럽게 디디셨다. 걸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기다려도 되는지 가족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국 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정형외과에 모시고 갔다.
사진보다 손가락으로 누른 한 곳에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엑스레이 설명이 끝난 뒤 의사는 어머니의 발등과 발가락 주변을 차례로 눌러 통증이 가장 심한 곳을 찾았고, 걸을 때 발에 힘을 어떻게 싣는지도 살폈다. 특정 지점에서 통증이 뚜렷하게 나타나자 의사는 실금 가능성을 설명했다. 깁스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약 6주 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라고 했다. 가느다란 금은 다친 직후 촬영한 엑스레이에서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사진에는 괜찮다는데 왜 조심해야 하느냐”라고 다시 물으셨다.

통증이 줄어든 날에도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며칠이 지나자 처음보다 통증은 줄었다. 하지만 양말을 신기 전이면 발등의 붓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조금만 덜 아프면 다 나은 것 같다고 하셨다. 반대로 발을 한 번 잘못 디뎌 통증이 심해진 날에는 다시 나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셨다. 며칠 뒤 어머니는 거실을 천천히 걸어 보셨다. 처음 다친 날보다 표정은 편해 보였고, 발을 바닥에 디디는 모습도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그래도 특정 부위를 누르면 아직 아프다고 하셨고, 발등의 부기도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다 나은 것 아니냐?” 나는 아직 아픈 곳이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조심하자고 말했다. 어머니는 대답 대신 발등을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다가 곧 손을 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