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는 작은 낙상도 쉽게 넘기면 안 된다는 말을 예전에도 들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우리 집 일이 되고 나서야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77세이신 어머니는 어느 날 의자 위에 올라가 쌀통에 쌀을 넣다가 미끄러지셨다. 아주 높은 곳도 아니었고, 크게 넘어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어머니도 계속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발을 잘못 디디신 쪽이 조금씩 부어오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이 더 불안하게 들렸다
어머니는 병원에 가자는 말에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셨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고, 걷는 것도 아주 못 하시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 입장에서는 그 말이 더 불안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통증을 참거나, 자식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억지로라도 정형외과에 모시고 갔다.

엑스레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정형외과에서는 먼저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결과만 보면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잠깐 안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료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통증이 있을 만한 부위를 손으로 꾹 눌러보셨는데, 어머니가 너무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셨다. 그 순간 단순히 삔 정도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실금이 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그날 어머니가 걸어서 병원에 오셨기 때문에 기브스는 특별히 필요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6주 동안은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서둘러 걷거나 무리하면 수술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어머니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그냥 집에 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온 뒤 걷는 일도 조심스러워졌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신 뒤 며칠 동안 푹 쉬셨다. 발에 힘을 주지 않으려고 하니 걷는 것도 평소처럼 쉽지 않다고 하셨다. 화장실에 가는 일, 방 안에서 이동하는 일, 잠깐 부엌에 가는 일까지 모두 조심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을 거리도 천천히 짚고 걸어야 했다. 어머니는 미끄러운 양말을 신고 의자 위에 올라간 것이 잘못이었다며 몇 번이나 한탄하셨다. 가족들도 그때부터 절대로 의자나 발판 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계속 말씀드렸다. 쌀통에 쌀을 넣는 일처럼 평소에는 사소해 보이는 일도 고령자에게는 낙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부기가 빠진 뒤 한의원도 조심스럽게 다녀왔다
초기에는 발이 많이 부어 있었지만 며칠 지나자 부기가 조금씩 빠졌다. 가족들은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침을 맞으면 뭉친 근육이 풀리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처음에 겁을 내셨다. 예전에 어깨를 다쳐 한의원에 갔을 때 어깨뿐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침을 놓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발만 봐주는 곳으로 가보자고 설득했다. 다행히 이번 한의원에서는 다친 발 부위에만 침을 놓아주셨다. 처음에는 뜸을 들여주고, 침을 맞은 뒤에는 원적외선을 쬔다고 하셨다. 한의원은 세 번 정도 다녀왔고, 정형외과에서 다시 내원하라는 말은 따로 없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어머니 상태를 보며 조심스럽게 지냈다.
작은 낙상 뒤에 남은 가장 큰 교훈
지금은 어머니 발이 많이 괜찮아지셨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처음 병원에 모시고 간 선택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만약 그날 어머니 말만 듣고 “괜찮겠지” 하고 넘겼다면 실금이 간 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걸어 다니셨을 것이다. 그러다 통증이 심해지거나 뼈에 더 무리가 갔다면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수술까지 생각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연세 많은 부모님은 다쳐도 자꾸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가족은 그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 부기, 통증, 걸음걸이, 눌렀을 때의 반응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넘어졌는데 발이나 손목, 허리, 엉덩이 쪽에 통증이 남아 있다면 병원에서 확인해 보는 편이 훨씬 마음이 놓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가족은 집 안의 의자와 발판을 다시 점검하게 됐다. 미끄러운 양말도 조심하게 됐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은 가족이 대신 꺼내드리기로 했다. 낙상은 큰 사고처럼 시작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고령자에게는 작은 미끄러짐 하나로 인해 회복 기간을 오랫동안 가져야 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괜찮다고 하셔도, 가족이 한 번 더 확인하고 병원에 모시는 일이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