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오래 하면 심장이 누구보다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아버지는 50년 가까이 테니스를 치신 분이다. 한때는 너무 좋아하셔서 출근하기 전 새벽마다 코트에 나가 운동을 하셨고, 지금도 80세가 넘은 나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동호회 회원들과 가볍게 테니스를 즐기신다. 그래서 심장만큼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버지는 심장이 이상하게 뛰면 기분이 정말 나빠진다고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단순히 두근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 리듬이 갑자기 달라진 느낌이 들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길게는 하루 정도 걸릴 때도 있다고 하셨다.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에서 깨는 날도 있었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처음에는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심장이 더 튼튼할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평소보다 심장이 훨씬 빠르게 뛰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고, 증상이 시작되면 불안감도 함께 찾아왔다. 주변에서 어떤 사람은 부정맥 증상을 가진 채로 일상을 살아간다고도 했다. 또한 부정맥 증상으로 갑자기 실신하거나 졸도하기도 한다고 해서 가족들도 걱정이 커졌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혹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혹시 오랜 운동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적당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 하지만 아버지는 수십 년 동안 비교적 강도가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오셨다. 그래서 혹시 테니스처럼 활동량이 많은 운동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장기간 고강도 운동을 계속한 일부 사람들에게서 특정 형태의 부정맥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반드시 부정맥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이, 기존 질환, 심장의 구조적인 변화 등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인터넷 글만 계속 읽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전문내과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심장전문내과를 찾아 심전도 검사를 받으셨다. 검사 결과는 부정맥이었다. 가족들은 혹시 입원이나 시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의사는 현재 상태에서는 약물 치료를 먼저 시작해 보자고 설명해 주셨다. 2개월 분량의 약을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하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약을 드신 뒤에는 그동안 반복되던 심장 이상 증상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족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병원을 미루지 않고 찾아간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 주신 의료진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운동은 계속하지만 예전처럼 무리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지금도 운동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으셨다. 대신 예전처럼 승부를 보거나 무리하게 뛰지 않으려고 노력하신다. 가족들도 항상 쉬엄쉬엄 치시라고 말씀드린다. 잠깐 쉬었다가 다시 운동하고,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면 바로 멈추는 것이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좋은 습관이지만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배우게 됐다.
운동을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됐다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운동 경력이 심장 질환을 완전히 막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생활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질환이 생길 수 있고, 심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 역시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가슴이 이유 없이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반복되고, 어지럽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운동만 계속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버지는 지금도 테니스를 좋아하신다. 다만 예전처럼 무리해서 뛰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가족들도 운동을 말리기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확인하고, 이상하면 병원부터 찾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운동은 분명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운동을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심장 질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