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의 혈당 항목 옆에는 ‘당뇨 전단계’라는 표시가 적혀 있었다. 아버지는 결과표를 식탁 위에 펼쳐 놓고 같은 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셨다. “나는 운동도 하는데 왜 그렇지?” 아버지는 지금도 일주일에 몇 번씩 테니스를 치러 나가신다. 단 음료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엄마는 오래전부터 흰쌀밥에 보리와 잡곡을 섞어 밥을 지었다. 아버지는 ‘당뇨 전단계’라는 표시에서 손가락을 아래로 옮기셨다. 공복혈당 옆에는 그날 채혈한 수치가 적혀 있었고, 다른 줄에는 당화혈색소가 표시돼 있었다. 나는 두 항목 옆에 적힌 단위부터 확인했다. 수치는 모두 혈당 상태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지만 같은 시간을 보여 주는 검사는 아니었다. 무엇을 먹었는지 되짚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느 항목이 기준 범위를 벗어났는지였다. 공복혈당이 높았는지, 당화혈색소가 당뇨 전단계 범위였는지, 두 항목이 함께 높았는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결과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같은 숫자가 아니었다
공복혈당은 일정 시간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하며 검사표에는 보통 mg/dL로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100~ 125mg/dL은 당뇨 전단계 범위, 126mg/dL 이상은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검사 당일 한순간보다 지난 2~3개월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살피는데 이용되며 %로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5.7 ~6.4%는 당뇨 전단계 범위, 6.5% 이상은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두 수치는 같은 혈당 상태를 보더라도 보여 주는 시간과 단위가 달랐다. 결과표에서 두 숫자가 함께 보인다면 먼저 단위를 구분하는 편이 좋다. mg/dL로 적힌 공복혈당과 %로 적힌 당화혈색소는 숫자의 크기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검사 전날의 식사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검사 전날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부터 떠올리셨다. 평소보다 밥을 많이 드신 것은 아닌지, 식사 뒤 귤을 먹어서 수치가 높아진 것은 아닌지를 궁금해하셨다. 공복혈당을 해석할 때는 검사 전날의 식사와 금식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당화혈색소까지 전날 음식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반대로 검사 전날 식사를 조심했더라도 그 이전의 생활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두 검사 결과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나오지는 않을 수 있다. 공복혈당은 정상 범위인데 당화혈색소가 당뇨 전단계 범위일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검사 결과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함께 해석해야 하므로 기준 범위만 보고 가족이 의미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한 번의 수치보다 이전 결과와 같은 항목을 비교했다
나는 서랍에 보관해 둔 지난 건강검진 결과표를 꺼내 이번 결과표를 옆에 펼쳤다. 두 장에서 먼저 찾은 것은 공복혈당이었다. 그다음에는 당화혈색소가 적힌 줄을 찾아 같은 항목끼리 나란히 봤다. 이전부터 비슷한 수준이었는지, 이번에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했다. 검사 기관에 따라 결과표의 배치와 참고 범위가 다르게 표시될 수 있어 항목 이름과 단위를 함께 살폈다. 아버지의 결과표에서는 ‘당뇨 전단계’라는 문구가 가장 크게 보였지만, 그 말만으로 현재 상태의 모든 부분을 알 수는 없었다.

운동을 해도 두 숫자는 따로 읽어야 했다
검사 항목을 구분한 뒤에야 하루의 식사와 움직임을 돌아봤다. 아버지는 단 음료를 자주 드시지는 않았지만 아침 식사 뒤 과일, 오후의 떡, 저녁 식사 뒤 과일처럼 작은 간식이 여러 번 이어지는 날이 있었다. 잡곡밥을 먹더라도 한 번에 담는 양이 많으면 전체 식사량은 줄지 않았다. 테니스를 친 날에도 운동이 끝난 뒤 소파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있었다. 다음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결과표도 함께 꺼내 공복혈당은 공복혈당끼리, 당화혈색소는 당화혈색소끼리 같은 항목의 변화를 확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