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관리62 같은 반찬인데 엄마만 짜다고 하셨다 엄마는 반찬을 만들 때 간을 여러 번 보시는 편이다.국을 끓이면 국자로 국물을 조금 떠서 맛을 보고, 나물을 무칠 때도 양념이 어느 정도 배었는지 중간중간 확인하신다.예전에는 한 번 맛을 보면 “됐네” 하고 바로 접시에 담으셨다.그런데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던 중 엄마가 무쳐 놓은 나물을 다시 집어 드셨다.“음…”엄마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나는 옆에서 파를 썰고 있었다.“왜요?”“조금 짠 것 같기도 하네.”엄마는 나물을 바로 접시에 담지 않고 젓가락으로 한 번 더 뒤적였다.그날은 평소처럼 간을 보고 바로 끝내지 않으셨다.일단 손을 멈췄다엄마는 나물을 조금 집어 내 접시에 덜었다.“이거 한번 먹어봐.”나는 파를 썰던 칼을 내려놓고 맛을 봤다.내 입에는 크게 짜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저는 괜찮은 것 같은.. 2026. 8. 25. 독감은 여러 줄인데 폐렴구균은 한 줄이었다 “여보, 우리 폐렴구균 예방접종 했었나?”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있는데 아버지가 엄마에게 물으셨다.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맞지 않았어?”“언제?”엄마가 다시 생각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셨다.나도 식탁에 앉은 채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독감 예방접종 이야기가 나오면 두 분은 비교적 잘 떠올리셨다.가을이 되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돌아왔던 일이 해마다 반복됐기 때문이다.그런데 폐렴구균은 달랐다.엄마는 맞은 것 같다고 했고 아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두 분 모두 분명히 기억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서로 다른 기억을 그대로 들었다“독감은 매년 맞았잖아.”엄마가 말했다.“그건 맞는데 폐렴구균은 기억이 안 나.”아버지가 다시 말씀하셨다.엄마는 고개를 갸웃했다.“나는 맞은 것 같은데.”두 .. 2026. 8. 22. 전화가 울리는데 엄마는 식탁부터 살피셨다 전화벨이 울리면 엄마는 바로 전화기를 찾지 않으셨다.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핀 다음, 꼭 한 번 식탁 쪽으로 시선을 보내셨다.전화기가 식탁 위에 있든 다른 곳에 있든 비슷한 순서였다.처음에는 그 장면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엄마가 집 안에서 움직일 때 식탁을 지나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식탁은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여 있었다.아침에는 식사를 하고, 낮에는 차를 마시고, 과일을 손질하거나 우편물을 올려놓기도 했다.엄마가 다른 방으로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이기도 했다.그래서 전화벨이 울릴 때 식탁 쪽을 바라보는 것도 익숙한 곳을 먼저 확인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며칠 사이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전화벨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살핀 뒤 움직이셨다.그때부터 나는 전화기를.. 2026. 8. 19. 엄마는 차에 타기 전에 잠깐 앉으셨다 장을 보러 나가는 날이었다.필요한 것은 두부와 달걀, 대파와 몇 가지 채소였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마트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필요한 것만 골라 차로 돌아올 생각이었다.목록은 먼저 끝났다마트 안에서는 적어 둔 순서대로 물건을 골랐다.두부를 담고 달걀을 골랐다. 대파와 채소도 카트에 넣었다. 처음 적어 온 목록만 보면 이제 계산대로 가도 될 것 같았다.그런데 엄마가 카트를 밀다가 잠시 멈추셨다.“참, 버섯도 있어야 하는데.”이미 지나온 진열대 쪽을 다시 바라보셨다.나는 카트를 돌렸다. 버섯을 담고 나니 다른 채소도 눈에 들어왔다.필요한 것은 중간에 늘어났다엄마는 진열대 앞에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떠올리셨다.“이것도 있으면 좋겠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 카트 안의 물건이 하나씩 늘어났다.필요.. 2026. 8. 16. 엄지발톱 한쪽에 남은 검은 흔적 아버지는 운동을 다녀오시면 현관에서 양말부터 벗으시는 편이다.운동화 안쪽에 들어온 모래가 집 안으로 따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현관에서 모래를 털고 양말까지 벗고 들어오라고 부탁한 뒤로는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현관에서 신발과 양말을 정리하셨다.어느 날 아버지가 양말을 벗다가 손을 멈추셨다.“이게 왜 자꾸 걸리지?”양말 끝이 엄지발톱 한쪽에 걸려 있었다.발톱을 보니 한쪽 끝이 다른 부분보다 조금 두꺼워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검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아버지는 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엄지발톱을 한참 들여다보셨다.“여기 때문인가 보네.” 양말을 당길 때 걸리는 것은 발톱 끝이었고, 검은색은 그보다 안쪽에 있었다.양말 끝이 걸렸다그날 바로 발톱을 자르거나 손을 대지는 않았다.아버지도 운동을 마치.. 2026. 8. 11. 엄마는 지팡이를 신발장 안에 그대로 두셨다 엄마가 지팡이를 마련한 뒤에도 한동안 현관 신발장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병원에서 보행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했지만, 막상 집에 가져오고 보니 어디에 둘지가 먼저 문제가 됐다.엄마는 신발장 안쪽에 지팡이를 세워 두었다.“필요하면 꺼내 쓰지 뭐.”나는 그 말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 그때는 지팡이가 필요한 상황과 실제로 들고 외출하는 것이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신발장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그렇게 지팡이는 현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외출할 때마다 눈에 들어왔지만 엄마가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 신발을 꺼내고 가방을 챙기는 동안에도 지팡이는 늘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나도 지팡이를 현관 앞으로 옮겨놓지는 않았다.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 2026. 8. 10. 이전 1 2 3 4 5 6 7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