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탁에는 평소 자주 먹던 반찬이 올라와 있었다. 멸치볶음과 나물, 계란찜을 가운데 놓고 각자 밥을 덜어 먹기 시작했다. 몇 숟갈 드시던 엄마가 나물 한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오늘 음식이 왜 이렇게 짜?” 나도 나물을 한입 먹어 봤다. 평소보다 짜게 무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버지도 별말 없이 식사를 계속하셨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엄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음식이 짠 게 아니라 내 입안이 짠 것 같아.” 처음에는 반찬 간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다르게 들렸다. 엄마는 다시 밥을 드셨지만 중간중간 물컵을 평소보다 자주 들었다.
반찬의 간보다 엄마가 한 말이 더 걸렸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맛을 조금씩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음식의 맛은 혀에서 느끼는 맛뿐 아니라 냄새와 온도, 식감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 나이가 들면서 미각과 후각이 예전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음식 맛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단순히 나이 때문이라고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입안 상태나 후각 변화, 입마름, 복용 중인 약처럼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의 변화는 단순히 맛을 덜 느끼는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평소보다 짜거나 쓰게 느껴지기도 하고, 음식의 실제 간과는 다른 맛이 느껴질 수도 있다. 금속 맛처럼 평소 없던 맛이 입안에 남아 있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엄마가 말한 “입안이 짜다”는 표현은 한 번 더 기억해 두었다.
그날 저녁에는 입안만 보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엄마에게 혀가 아프거나 입안이 따갑지는 않은지 물었다. 헐거나 피가 나는 곳이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엄마는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다고 하셨다. 잇몸 질환이나 구강 내 염증, 혀의 변화, 틀니로 인한 불편이 있을 때에는 평소와 다른 맛이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혀와 잇몸만 보고 끝낼 수는 없었다. 코가 막히거나 감기처럼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상태가 생기면 음식 맛도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경우 가운데는 후각 변화가 함께 관련된 경우도 있다. 입마름도 따로 볼 부분이었다. 침은 음식을 삼키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맛을 느끼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입안이 계속 마르면 음식 맛이 달라지거나 삼키는 일이 불편해질 수 있다. 엄마는 그날 코가 막히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도 입안이 마르는지는 며칠 더 살펴보기로 했다. 복용 중인 약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일부 약은 입마름을 일으키거나 미각과 후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고령자라면 새로 시작한 약이나 약이 바뀐 시점과 맛의 변화가 겹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맛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된다. 맛의 변화나 건조감이 계속되면서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체중이 빠지고, 입안 통증이나 삼키기 어려운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복용 중인 약과 변화가 시작된 시점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편이 좋다.
다음 식사에서도 같은 맛이 남는지가 더 중요했다
한 끼에서 잠깐 짜게 느낀 것과 평소와 다른 맛이 며칠 동안 계속되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날 저녁 한 번의 말만으로 원인을 정하기보다 다음 식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지 먼저 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평소 먹던 반찬을 그대로 식탁에 올렸다. 전날 짜다고 했던 나물을 일부러 다시 권하지는 않았고, 다른 음식에서도 같은 말을 하는지만 들었다. 엄마가 국이나 반찬마다 계속 짜다고 하는지,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도 입안에 짠맛이 남는지가 내가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짜게 느껴진다고 반찬의 간을 바꾸지는 않았다
엄마가 입안이 짜다고 말했지만 반찬의 간을 다시 맞추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이 먹었을 때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맛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해서 소금이나 설탕을 바로 늘리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엄마는 나물 대신 계란찜을 한 숟갈 드셨고 잠시 뒤에는 생선도 조금 집으셨다.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도 엄마는 소금이나 간장을 더 찾지 않으셨다. 처음 짜다고 했던 나물만 접시에 조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