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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엄마는 지팡이를 신발장 안에 그대로 두셨다

by 브라보인생 2026. 8. 10.

엄마가 지팡이를 마련한 뒤에도 한동안 현관 신발장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

병원에서 보행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했지만, 막상 집에 가져오고 보니 어디에 둘지가 먼저 문제가 됐다.

엄마는 신발장 안쪽에 지팡이를 세워 두었다.

“필요하면 꺼내 쓰지 뭐.”

나는 그 말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 그때는 지팡이가 필요한 상황과 실제로 들고 외출하는 것이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발장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지팡이는 현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외출할 때마다 눈에 들어왔지만 엄마가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 신발을 꺼내고 가방을 챙기는 동안에도 지팡이는 늘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나도 지팡이를 현관 앞으로 옮겨놓지는 않았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용법을 들었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외출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몇 층 아래에서 문이 열리고 우리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그분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엄마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할머니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잠시 뒤 엄마가 지팡이를 보며 물었다.

“그거 오래 쓰셨어요?”

“이거요? 꽤 됐어요.”

할머니가 지팡이 손잡이를 가볍게 들어 보였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없으면 불편해요.”

엄마가 물었다.

“처음부터 잘 쓰셨어요?”

“아니요. 병원에서 방법을 배웠어요.”

“그런 것도 배워야 해요?”

“그럼요. 그냥 아무렇게나 짚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는 지팡이의 높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기 키에 맞아야 하고, 손잡이 잡았을 때 너무 높거나 낮아도 불편해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가지고 있는 것과 쓰는 것은 달랐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지팡이를 단순히 ‘걷기 힘들 때 짚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게 조금 단순했다는 걸 알게 됐다.

지팡이 같은 보행 보조기구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사용 준비가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높이나 사용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실제 걸음에 맞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도 필요했다.

특히 균형이 불안하거나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족이 임의로 높이를 맞추기보다 의료진이나 물리치료사에게 자신의 상태에 맞는 사용법을 배우는 편이 안전하다.

할머니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말했다.

“저는 처음에 병원에서 몇 번 연습했어요. 그러니까 나중에는 혼자서도 괜찮더라고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외출에는 함께 나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먼저 내렸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엄마가 인사했다.

“네. 두 분도 잘 다녀오세요.”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으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우리도 천천히 뒤를 따라갔다.

엄마는 그 뒤로 지팡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나도 먼저 사용해 보라고 말하지 않았다.

조금 전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는 그분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겪은 경험이었다. 엄마에게도 같은 방식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날 우리는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팡이는 신발장 안에 그대로 있었다.

설명서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았다

며칠 후 엄마가 서랍을 열다가 지팡이 설명서를 꺼냈다.

 

지팡이 설명서를 펼쳐 사용 방법을 살펴보고 있는 엄마

 

“이거 어디서 받은 거지?”

“지팡이 살 때 들어 있던 거 아니에요?”

“그런가?”

엄마는 설명서를 펼쳤다.

몇 장 넘겨보더니 말했다.

“높이는 여기서 조절하는 모양이네.”

나는 옆에서 설명서를 같이 봤다.

“병원 갈 때 한번 물어보세요.”

“그래야겠다.”

엄마는 설명서를 다시 접었다.

그날 지팡이를 꺼내 사용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부터 지팡이는 단순히 신발장 안에 세워 둔 물건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맞추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병원에서 물어볼 일이 생겼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지팡이를 들고 외출한 날은 없었다.

보조기구는 필요한 사람이 실제 생활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걷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모두 같은 종류의 지팡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균형 문제나 관절의 불편함, 근력 저하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보조기구가 달라질 수 있어서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엄마도 그 부분은 병원에서 물어보겠다고 했다.

“다음에 병원 가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네. 그게 제일 정확하죠.”

그 대화로 끝이었다.

현관에는 지팡이가 남았다

며칠 뒤 아침, 엄마가 외출 준비를 했다.

신발장을 열자 지팡이가 안쪽에 세워져 있었다.

엄마는 신발을 꺼냈다.

나는 현관에서 가방을 들고 기다렸다.

“다 됐어요?”

“응. 가자.”

엄마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올게.”

“네.”

문이 닫혔다.

현관에는 지팡이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지도, 신발장 안쪽으로 다시 밀어 넣지도 않았다.

그날은 그대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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