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관리62 변비라고 말할 때 엄마가 세던 것은 날짜가 아니었다 엄마가 변비라고 말했을 때 나는 며칠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았는지부터 생각했다.그런데 엄마가 말하는 변비에는 날짜가 먼저 나오지 않았다.그날도 엄마는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다슬기국을 끓였는데 냄비를 열어보니 다슬기보다 배추가 더 많이 보였다.엄마는 국을 평소보다 넉넉하게 담아 식탁에 가져오셨다.식사를 하던 중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다.엄마는 며칠 동안 못 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그저께 다녀왔다고 했다.나는 순간 별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그런데 엄마는 다시 말했다.“가긴 갔는데 시원하지가 않아.”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생각하고 있던 ‘변비’와 엄마가 말하는 ‘변비’가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먼저 며칠이었는지를 생각했다나는 변비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날짜를.. 2026. 9. 13. 엄마가 밥보다 먼저 고른 것은 따로 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엄마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나는 조금 전까지 놓여 있던 음식들을 치우다가 그날 저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떠올렸다.처음부터 특별한 메뉴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밥솥에는 밥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씻어둔 상추와 두부, 전날 먹고 남은 닭고기가 있었다.그날 엄마는 밥을 많이 먹지 않겠다고 했다.그 말을 들었을 때 예전 같으면 냉장고 문을 다시 열었을 것이다. 밥 대신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지,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그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저녁은 내가 메뉴를 정해서 완성한 식사가 아니었다. 집에 있던 것들이 식탁에 놓이고, 그 자리에서 한 끼가 만들어졌다.저녁은 이미 끝났지만 시작은 조금 전이었다엄마가 식탁을 떠난 뒤.. 2026. 9. 10. 아버지는 낮에도 거실 불을 켜놓으셨다 친구와 부모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낮에도 부모님이 집 안에서 불을 켜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친구는 부모님이 낮에는 불을 잘 켜지 않으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우리 집 거실에서 아버지가 낮에도 전등을 켜놓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아침에 햇빛이 들어와 거실이 환한 날에도 아버지는 전등을 켜놓으셨다.나는 그동안 그 모습을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했다.내 눈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았기 때문이다.우리 집에서는 내가 불을 껐다우리 집은 식탁이 있어도 아침을 꼭 식탁에서 먹지는 않는다.쟁반에 밥과 반찬을 조금씩 담아 거실로 가져와 TV를 보면서 먹는 날이 종종 있다.그런 아침이면 나는 거실 불을 잘 켜지 않았다.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TV 화면도.. 2026. 9. 8. 욕실 발판을 치웠는데 아무도 찾지 않았다 욕실 청소를 끝내고 발판을 들었다.평소처럼 다시 욕실 앞에 놓으려다가 발판 밑을 뒤집어 보았다. 바닥은 닦아놓았는데 발판 아래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고, 밑면에는 물때도 조금 붙어 있었다.그대로 다시 놓으면 다음 청소 때 또 젖어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그날은 발판을 욕실 밖으로 빼놓았다. 물기가 마를 때까지 베란다 빨래 바구니 옆에 세워두기로 했다.청소가 끝났는데 발판을 한 번 더 손봤다욕실 바닥과 세면대 주변을 닦는 것으로 청소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발판을 들어 올린 뒤에는 밑면의 물기를 닦고, 붙어 있는 물때도 살펴봐야 했다.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하던 일이었다. 그날은 발판을 욕실에 다시 놓지 않으면서, 청소가 끝난 뒤에도 이 물건에 손이 한 번 더 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다음 청소에서는 .. 2026. 9. 3. 저녁이면 아버지 양말 자국이 더 깊어졌다 아침에 양말을 신을 때는 발목에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그런데 같은 날 저녁 양말을 벗고 나니 고무줄 선이 눈에 띄었다.며칠 동안 지켜보니 잠깐 외출한 날보다 늦게 돌아온 날, 특히 테니스를 치고 온 날에 더 선명했다.같은 양말을 신어도 하루를 보낸 시간과 활동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다.그래서 그때는 이유를 정하기보다 아침과 저녁의 차이만 기억해 두었다.아침에 보인 모습부터 기억해 두었다아버지는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방에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는 편이 아니었다.현관에서 신발을 벗어 신발장 아래쪽에 밀어 넣고 거실 소파에 앉은 뒤에야 양말을 벗으셨다.어느 날 오전에 잠깐 외출하고 돌아오셨을 때는 발목에 흔적이 거의 없었다.며칠 뒤 오후 늦게 돌아오신 날에는 같은 양말을 벗었는데 선이 조금 더 또렷했다.테니스를 치.. 2026. 8. 31. 엄마가 외출보다 옷 갈아입기를 더 귀찮아하셨던 날 외출할 일이 생기면 나는 엄마에게 같이 나가시겠냐고 물어보는 편이었다.장을 보러 가거나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을 때도 “엄마도 같이 가실래요?” 하고 물었다.그런데 엄마는 자주 귀찮다고 하셨다.나는 그 말을 들으면 외출 자체가 싫으신가 보다 생각했다.그날도 가까운 곳에 다녀올 일이 있어 물었다.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가기는 가고 싶은데 옷 갈아입기가 귀찮아.”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외출과 옷 갈아입기를 한꺼번에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엄마가 말한 두 가지를 나눴다엄마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에서 블라우스와 바지를 꺼냈다.옷을 갈아입은 뒤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내가 도와드리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내가 하지”라고 하셨고, 나는 옆에서 기다렸다.준비를 마친 엄.. 2026. 8. 28.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