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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엄마가 밥보다 먼저 고른 것은 따로 있었다

by 브라보인생 2026. 9. 10.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엄마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 놓여 있던 음식들을 치우다가 그날 저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특별한 메뉴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밥솥에는 밥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씻어둔 상추와 두부, 전날 먹고 남은 닭고기가 있었다.

그날 엄마는 밥을 많이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예전 같으면 냉장고 문을 다시 열었을 것이다. 밥 대신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지,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저녁은 내가 메뉴를 정해서 완성한 식사가 아니었다. 집에 있던 것들이 식탁에 놓이고, 그 자리에서 한 끼가 만들어졌다.

저녁은 이미 끝났지만 시작은 조금 전이었다

엄마가 식탁을 떠난 뒤에도 나는 잠시 자리를 정리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엄마가 앉아 있던 자리와 식탁 위를 보면서 그날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떠올려 봤다.

예전에는 저녁을 준비할 때 밥부터 생각했다.

밥을 퍼놓고 국과 반찬을 차리면 식사를 시작할 준비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밥을 많이 먹지 않는 날에는 그 준비가 어긋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하나 싶어 냉장고를 열어본 적도 많았다.

그날은 달랐다.

밥을 많이 먹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바로 다른 메뉴를 만들지는 않았다.

조금 전 엄마는 밥보다 다른 것을 먼저 봤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 밥을 한두 숟가락 정도만 담았다.

그리고 상추를 몇 장 집었다.

“두부도 조금만 줘.”

두부를 잘라 건네자 엄마가 직접 가져갔다.

닭고기는 처음부터 먹지 않고 나중에 몇 조각을 집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먼저 양을 정했을 것이다.

밥은 이 정도, 반찬은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한 끼의 모양을 먼저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식탁에 놓인 음식에서부터 식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무엇을 먼저 먹을지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그날 먹을 음식이 식탁에서 조금씩 정해졌다.

예전에는 밥을 적게 먹는 날부터 다른 음식을 생각했다

사실 나는 엄마가 밥을 잘 먹지 않는 날이면 신경이 쓰였다.

한동안은 무엇을 만들어야 잘 드실지 생각했다.

밥을 조금만 넣고 채소를 많이 담은 포케를 만들어본 것도 그런 이유였다.

두부를 넣기도 했고, 참치나 닭고기를 곁들이기도 했다.

냉장고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포케의 모양도 달라졌다.

엄마가 잘 드시는 날도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남기시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떤 재료를 더 넣어야 할지, 밥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다시 생각했다.

매번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한 끼를 차리는 일을 조금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은 집에 있던 음식으로 저녁을 시작했다

그날 냉장고에는 씻어둔 상추가 조금 있었고 두부 반 모와 전날 먹고 남은 닭고기가 있었다.

밥솥에는 밥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조리대 위에 꺼내놓았다.

 

주방 조리대에서 상추와 두부, 남은 닭고기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는 70대 엄마

 

따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지는 않았다.

엄마가 밥을 적게 먹겠다고 했다고 해서 밥을 대신할 음식을 급하게 찾지도 않았다.

그냥 그날 집에 있는 것들로 저녁을 시작했다.

엄마는 밥을 조금 담았고 상추와 두부를 먹었다. 나중에는 닭고기도 몇 조각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다음 날에는 전날과 다른 음식이 올라왔다

다음 날에는 두부가 없었다.

대신 달걀과 버섯이 있었다.

엄마는 밥을 조금 먹고 달걀 반쪽과 버섯을 곁들였다.

며칠 뒤에는 남은 나물과 김이 식탁에 올라왔다.

어떤 날에는 참치 한 숟가락을 곁들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달랐다.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매번 새로운 메뉴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집에 있는 재료와 그날 먹는 양에 따라 한 끼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한두 끼 밥을 적게 먹었다고 해서 매번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한 끼를 미리 완성해 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식사를 준비할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정해두면 마음이 편했다.

밥을 담고, 국을 놓고, 반찬을 차리고, 부족하면 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식이었다.

그래야 한 끼가 제대로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밥을 적게 먹는 날들을 지나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식사는 내가 처음부터 완성해 놓은 모양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 집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고, 엄마가 실제로 먹는 양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그래서 이제는 식탁을 차릴 때부터 한 끼의 최종 모습을 정해놓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해 놓고 나면 그다음은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계속 적게 먹는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밥을 한두 끼 적게 먹는 것과 식사량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같은 이야기로 볼 수 없었다.

엄마가 며칠 동안 거의 먹지 못하거나 체중이 눈에 띄게 줄고,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거나 계속되는 식욕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히 입맛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와 다른 변화가 지속된다면 무엇을 먹었는지만 보기보다 언제부터 식사량이 달라졌는지, 다른 불편함은 없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필요하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그때부터 밥을 조금 먹었다는 한 끼의 모습만으로 다음 식사를 서둘러 바꾸지는 않게 됐다.

그날 저녁은 그렇게 끝났다

엄마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난 뒤, 나는 조금 전의 저녁을 다시 생각해 봤다.

처음에는 밥을 많이 먹지 않겠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그다음에는 예전처럼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하지만 실제로 그날 내가 한 일은 집에 있던 음식을 꺼내 식탁에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엄마는 밥을 조금 먹고 상추와 두부를 먹었다. 나중에는 닭고기도 몇 조각 먹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났다.

그 과정을 다시 떠올리고 나니, 나는 밥을 적게 먹는 날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한 끼가 시작되기 전에 그 모습을 미리 완성해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식사는 그렇게 미리 정해진 모습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집에 있던 음식이 식탁에 올라왔고, 엄마가 먹은 만큼 저녁이 지나갔다.

그날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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