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청소를 끝내고 발판을 들었다.
평소처럼 다시 욕실 앞에 놓으려다가 발판 밑을 뒤집어 보았다. 바닥은 닦아놓았는데 발판 아래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고, 밑면에는 물때도 조금 붙어 있었다.
그대로 다시 놓으면 다음 청소 때 또 젖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은 발판을 욕실 밖으로 빼놓았다. 물기가 마를 때까지 베란다 빨래 바구니 옆에 세워두기로 했다.
청소가 끝났는데 발판을 한 번 더 손봤다
욕실 바닥과 세면대 주변을 닦는 것으로 청소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판을 들어 올린 뒤에는 밑면의 물기를 닦고, 붙어 있는 물때도 살펴봐야 했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하던 일이었다. 그날은 발판을 욕실에 다시 놓지 않으면서, 청소가 끝난 뒤에도 이 물건에 손이 한 번 더 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청소에서는 발판이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욕실을 청소했다.
이번에는 바닥을 닦기 전에 발판을 옮길 일이 없었다.
걸레가 바닥 전체를 지나갔고, 청소가 끝난 뒤에도 따로 발판을 들어 올릴 필요가 없었다.
평소와 달리 한 과정이 빠져 있었지만, 청소가 끝난 뒤에는 오히려 더 간단했다.
엄마는 발판이 있던 자리를 그냥 지나갔다
발판을 치운 뒤 처음으로 엄마가 욕실에 들어가셨을 때 나는 무심코 욕실 쪽을 바라봤다.
엄마는 발판이 있던 자리를 한 번 보더니 그대로 지나가 욕실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발을 발판 위에 올려놓고 욕실 밖으로 나오셨는데, 그날은 바닥을 밟고 바로 거실로 가셨다.
발판이 없어졌다는 말씀도 없었다.
아버지도 며칠 뒤 아침에 욕실을 다녀오셨지만 발판을 찾거나 어디에 치웠느냐고 묻지 않으셨다.
나는 혹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두 분이 실제로 욕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장 발판을 다시 가져다 놓아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발판을 치운 뒤 바닥을 더 자세히 보게 됐다
발판을 없앤 뒤에는 욕실 바닥이 어떤 상태로 남는지도 눈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난 뒤에는 물이 주로 욕실 안쪽에 남았고, 욕실 앞까지 흘러나오는 날에는 걸레로 한 번 더 닦았다.
특히 발을 내딛는 욕실 입구 쪽에 물기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바닥이 젖어 있는 날에는 마른 걸레로 물기를 없앤 뒤 가족들이 오가도록 했다.
청소한 날에도 바닥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는 서둘러 지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발판을 치웠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발판이 없어진 자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만약 물기가 자주 남거나 바닥이 미끄럽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발판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고, 미끄럼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베란다에 세워둔 발판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갈 때마다 발판이 보였다.

욕실에 있을 때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물건이었는데, 밖으로 옮겨놓고 보니 청소할 때마다 발판을 들어 올리고 확인했던 일이 떠올랐다.
발판이 욕실에서 빠지자 그 과정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물건 하나를 두는 데도 작은 일이 따라왔다
발판이 욕실에 있을 때는 그것을 관리하는 일을 특별한 집안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치워놓고 보니 물건 하나를 계속 사용하는 데에도 반복해서 손이 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집 안의 물건을 볼 때 단순히 필요한지 아닌지만 생각하지 않게 됐다.
그 물건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내가 반복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한 번씩 생각해 보게 됐다.
욕실 앞은 지금도 비어 있다
발판은 아직 베란다 빨래 바구니 옆에 세워져 있다.
버린 것도 아니고 다시 욕실로 가져다 놓은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 집에서는 발판 없이 욕실을 사용하고 있고, 나는 청소할 때마다 바닥의 물기와 미끄러운 정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발판을 치우는 것이 모든 집에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늘 그 자리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작은 관리가 물건 하나를 옮긴 뒤에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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