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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엄마가 외출보다 옷 갈아입기를 더 귀찮아하셨던 날

by 브라보인생 2026. 8. 28.

외출할 일이 생기면 나는 엄마에게 같이 나가시겠냐고 물어보는 편이었다.

장을 보러 가거나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을 때도 “엄마도 같이 가실래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엄마는 자주 귀찮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외출 자체가 싫으신가 보다 생각했다.

그날도 가까운 곳에 다녀올 일이 있어 물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는 가고 싶은데 옷 갈아입기가 귀찮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외출과 옷 갈아입기를 한꺼번에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엄마가 말한 두 가지를 나눴다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에서 블라우스와 바지를 꺼냈다.

옷을 갈아입은 뒤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내가 도와드리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내가 하지”라고 하셨고, 나는 옆에서 기다렸다.

준비를 마친 엄마는 겉옷까지 챙겨 현관으로 나왔다.

몇 분이면 끝날 것 같은 옷 갈아입기가 외출 전에 해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제야 ‘귀찮다’는 말이 외출 자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는 이유부터 떠올렸다

그날은 가까운 곳에 잠깐 다녀오는 일이었다.

특별히 차려입어야 할 자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외출한다고 하면 옷부터 바꾸는 것을 당연한 순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입은 옷이 불편하지 않고 날씨에도 맞는다면 굳이 처음부터 갈아입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집에서 입던 옷 위에 겉옷만 더해도 되는 날이 있었다.

그때부터 외출할 것인지와 옷을 갈아입을 것인지를 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점퍼부터 꺼냈다

며칠 뒤 다시 가까운 곳에 나갈 일이 생겼다.

이번에도 엄마에게 같이 가시겠냐고 물었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나는 옷장 옆에 걸린 점퍼를 먼저 집었다.

“지금 입고 계신 옷에 이것만 걸치고 가실래요?”

엄마는 자신의 옷차림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점퍼를 받아 입으셨다.

 

옷을 갈아입지 않고 점퍼를 걸치는 고령의 엄마

 

“이대로 가도 괜찮겠네.”

지퍼를 올리고 가방만 챙긴 뒤 현관으로 나왔다.

그날은 옷을 처음부터 갈아입는 과정이 없었다.

나는 그때 가까운 외출이라면 새 옷을 고르는 것보다 지금 입은 옷에서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먼저 살피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추나 작은 후크처럼 손끝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 불편하다면 큰 지퍼나 벨크로처럼 잡기 쉬운 여밈을 선택할 수도 있고, 허리를 굽히거나 신발 끈을 묶는 일이 번거롭다면 그런 동작이 적은 옷과 신발을 고를 수도 있다.

다만 엄마처럼 익숙한 옷을 직접 입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으니, 옷을 바꾸기보다 먼저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외출 뒤에는 다시 평소대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점퍼를 벗어 제자리에 걸어두셨다.

방 안의 옷장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엄마는 평소 입던 옷차림으로 돌아가 TV를 보셨다.

나는 그날 외출이 어땠는지 묻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는 “귀찮아”라는 말을 들으면 외출 자체를 싫어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에는 가까운 곳에 나갈 때 굳이 두 일을 한꺼번에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가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을 하나 빼는 것만으로도 준비 방법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날 바뀐 것은 엄마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외출하려면 반드시 옷부터 갈아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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