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면 엄마는 바로 전화기를 찾지 않으셨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핀 다음, 꼭 한 번 식탁 쪽으로 시선을 보내셨다.
전화기가 식탁 위에 있든 다른 곳에 있든 비슷한 순서였다.
처음에는 그 장면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가 집 안에서 움직일 때 식탁을 지나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식탁은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여 있었다.
아침에는 식사를 하고, 낮에는 차를 마시고, 과일을 손질하거나 우편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엄마가 다른 방으로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전화벨이 울릴 때 식탁 쪽을 바라보는 것도 익숙한 곳을 먼저 확인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사이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
전화벨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살핀 뒤 움직이셨다.
그때부터 나는 전화기를 찾는 모습보다 엄마가 집 안에서 어느 길을 따라 움직이는지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거실에서 안방으로 이어졌다
처음 기억에 남은 장면은 거실에서였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고, 휴대전화는 안방 침대 옆에 놓여 있었다.
눈에 쉽게 띄도록 바꿔드린 연핑크색 케이스가 씌워진 전화기가 안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 전화 울려요.”
내가 말하자 엄마가 고개를 드셨다.
나는 곧바로 안방 쪽을 바라보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먼저 식탁을 바라보셨다.

식탁 위에는 물컵 하나와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잠시 그쪽을 바라본 뒤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 옆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침대 옆의 전화기를 집어 전화를 받으셨다.
통화를 마친 뒤에는 다시 식탁 옆을 지나 거실로 돌아오셨다.
그날은 식탁을 바라본 이유보다 엄마가 거실과 안방 사이를 오갈 때 지나가는 길이 더 눈에 들어왔다.
주방에서 나올 때도 같은 자리가 보였다
며칠 뒤에는 엄마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실 때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전화는 거실 소파 옆에 있었다.
엄마는 물을 잠그고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주방에서 나오며 식탁 옆을 지나 거실로 향했다.
소파 옆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전화를 받으셨다.
이번에는 주방에서 시작해 거실로 이동했다.
앞선 날과 출발점과 목적지는 달랐지만, 엄마가 움직이는 길에는 식탁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기억해 두었다.
식탁에 앉아 있을 때는 방향이 달라졌다
그 뒤에는 엄마가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 적도 있었다.
휴대전화는 식탁에서 몇 걸음 떨어진 서랍장 위에 있었다.
엄마는 컵을 내려놓고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살핀 뒤 의자를 밀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식탁을 돌아 서랍장 쪽으로 걸어갔다.
전화기를 집은 뒤에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식탁이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앞서 봤던 장면들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엄마에게 식탁은 한동안 앉아 있는 곳이면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자리이기도 했다.
식탁 위에는 늘 다른 것이 놓여 있었다
그 후로 식탁을 볼 때마다 엄마가 하루 동안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는 밥그릇과 물컵이 올라와 있었다.
점심 무렵에는 마시던 차와 과일이 놓였다.
어떤 날에는 우편물이 한쪽에 놓여 있었고, 장을 보고 온 날에는 비닐봉지가 잠시 올라와 있기도 했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식탁 주변에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도 했다.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식탁으로 옮겼다가 거실로 가기도 했고, 방에서 가져온 물건을 잠시 올려놓았다가 다시 가져가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식탁은 내 눈에도 단순히 밥을 먹는 가구로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의 하루가 여러 번 닿는 자리였다.
가까운 전화기도 바로 집지는 않으셨다
한 번은 휴대전화가 엄마가 앉아 있던 자리 바로 뒤에 놓여 있었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다.
전화벨이 울리자 엄마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식탁 쪽을 바라본 뒤 몸을 돌려 전화기를 집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가까이에 있는 전화기를 왜 바로 집지 않으셨는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날은 전화기의 위치보다 엄마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먼저 보았다.
엄마에게 익숙한 공간이 무엇인지, 그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갈 때 어떤 길을 택하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오셨다
어느 저녁이었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 과일을 드시고 계셨다.
휴대전화는 거실 소파 옆에 놓여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는 과일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잠시 거실을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 옆을 지나 전화기를 집으셨다.
통화를 마친 엄마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과일을 먹던 자리도 그대로였다.
컵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엄마는 의자에 다시 앉아 남은 과일을 드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식탁을 먼저 바라보셨던 이유를 굳이 정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엄마가 움직이는 모습을 이어서 보고 나니, 식탁은 집 안의 한가운데 놓인 가구 하나로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곳이면서 물건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방으로 움직이고, 다시 돌아오는 자리였다.
예전에는 식탁을 보면 그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만 봤다.
지금은 엄마가 그 주변에서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돌아오는지를 한 번 더 보게 된다.
전화기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그날마다 달랐다.
하지만 엄마의 하루 속에서 식탁이 차지하는 자리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전화벨이 울리면 나도 모르게 식탁을 먼저 보게 된다.
엄마가 그곳에서 어디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궁금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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