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반찬을 만들 때 간을 여러 번 보시는 편이다.
국을 끓이면 국자로 국물을 조금 떠서 맛을 보고, 나물을 무칠 때도 양념이 어느 정도 배었는지 중간중간 확인하신다.
예전에는 한 번 맛을 보면 “됐네” 하고 바로 접시에 담으셨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던 중 엄마가 무쳐 놓은 나물을 다시 집어 드셨다.
“음…”
엄마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나는 옆에서 파를 썰고 있었다.
“왜요?”
“조금 짠 것 같기도 하네.”
엄마는 나물을 바로 접시에 담지 않고 젓가락으로 한 번 더 뒤적였다.
그날은 평소처럼 간을 보고 바로 끝내지 않으셨다.
일단 손을 멈췄다
엄마는 나물을 조금 집어 내 접시에 덜었다.
“이거 한번 먹어봐.”
나는 파를 썰던 칼을 내려놓고 맛을 봤다.
내 입에는 크게 짜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엄마는 바로 소금을 더하거나 양념을 걷어내지 않았다.
한동안 나물을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는 물을 아주 조금 받아 왔다.
“많이 넣으면 맛이 없어지니까 조금만.”
물을 한 숟가락 넣고 다시 조물조물 무쳤다.
그날 엄마가 먼저 한 일은 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더 손대기 전에 잠시 멈추는 것이었다.
맛을 따로 나눠봤다
엄마는 나물과 국을 한꺼번에 같은 방식으로 맞추지 않았다.

나물은 물을 조금 보탠 뒤 그대로 두었고, 냄비에 있던 국은 국자로 한 번 떠서 확인했다.
“이것도 조금 진하네.”
엄마가 불을 약하게 줄였다.
나는 국자를 받아 들고 물을 조금 부었다.
엄마가 한 번 저어 보더니 국물을 떠서 입에 대봤다.
“이제 괜찮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음식의 간은 재료의 양이나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나물을 다시 무친 엄마는 곧바로 맛을 보지 않았다.
접시에 펼쳐 놓고 다른 반찬을 준비했다.
나는 다시 파를 썰었다.
잠시 뒤 엄마가 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이번에는 괜찮다.”
집에서 반찬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간을 강하게 하기보다 조금 덜 넣고, 필요할 때 마지막에 조절하는 방법도 편할 수 있다.
식탁에 올릴 때가 됐다
엄마는 나물을 접시에 담고 국 냄비도 불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간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됐어.”
나는 그릇을 받아 식탁으로 옮겼다.
엄마는 자리에 앉아 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드셨다.
“이 정도면 됐네.”
나도 먹어봤다.
주방에서 처음 먹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엄마에게는 그날의 마지막 맛이 이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음식의 간을 맞춘다는 말을 들으면 소금이나 양념의 양을 먼저 떠올렸다.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간을 맞춘다는 것은 얼마만큼 넣을지를 정하는 것뿐 아니라, 언제 더 손대지 않을지를 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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