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수첩에는 몇 년 전 날짜가 듬성듬성 적혀 있었다. 독감이라고 적힌 줄은 여러 개였지만 폐렴구균 옆에는 날짜 하나만 남아 있었다. 최근에 병원에서 맞은 주사 중에는 수첩에 적지 않은 것도 있었다. 가을이 가까워지면 부모님은 독감 예방접종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병원 앞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기 시작하거나 텔레비전에서 독감 소식이 나오면 두 분 중 한 분이 꼭 물으셨다. “우리 작년에 맞았지?” 엄마가 물으면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맞은 것 같다고 하셨다. “폐렴주사도 그때 같이 맞지 않았나?” 이번에는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셨다. 독감은 동네 내과에서 맞은 해가 있었고, 폐렴구균은 보건소에서 맞았던 것 같다고 하셨다. 어느 해에는 두 분이 같은 날 접종했지만 다른 해에는 날짜가 달랐다. 몇 년이 지나자 계절은 기억해도 정확한 연도와 백신 이름은 섞이기 시작했다. 예방접종 수첩을 다시 넘겨 보니 독감 날짜는 여러 해에 걸쳐 적혀 있었지만 폐렴구균은 한 번만 기록돼 있었다. 휴대전화에서 확인되는 기록과 수첩에 적힌 날짜도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두 기록을 나란히 펼쳐 놓았다.

작년에 맞았는지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예방접종 날짜가 생각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집에 남아 있는 예방접종 수첩이나 접종 확인서다. 백신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다면 기억을 더듬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종이 기록이 없더라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에서 본인의 예방접종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전산에 등록된 접종이라면 백신 종류와 접종일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온라인 화면에 과거의 모든 접종이 빠짐없이 보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래전에 접종했거나 접종 당시 전산등록이 되지 않은 기록은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첩에는 있는데 전산에서 찾을 수 없거나, 맞았다는 기억은 있는데 어느 백신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접종했던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기록이 남아 있는지 문의할 수 있다. 수첩을 볼 때는 날짜만 훑지 않고 옆에 적힌 백신 이름도 함께 확인했다. 같은 가을에 여러 예방접종을 받은 해라면 날짜만으로는 어떤 주사였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독감과 폐렴구균은 접종 주기가 달랐다
부모님이 두 예방접종을 자꾸 함께 떠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 주사 모두 가을 무렵 자주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았던 기억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독감과 폐렴구균은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맞는 예방접종이 아니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매년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시기에 1회 접종이 권장된다. 지난해 맞았더라도 새로운 절기가 시작되면 그해의 접종 대상과 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폐렴구균은 달랐다.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는 폐렴구균 23가 다당 백신(PPSV23) 접종을 지원한다. 65세 이후 해당 백신을 이미 접종했다면 독감처럼 해마다 다시 맞는 방식은 아니다. 엄마는 수첩에 적힌 폐렴구균 날짜를 다시 들여다보셨다. “이렇게 오래됐는데도 또 맞는 게 아니야?” 단순히 몇 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접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65세 이전에 접종했거나, 예전에 어떤 종류의 폐렴구균 백신을 맞았는지 확실하지 않거나, 기저질환 때문에 별도의 접종 일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전 접종 시기와 백신 종류를 의료진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수첩에 단순히 ‘폐렴주사’라고만 적혀 있다면 날짜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아버지는 작은 글씨를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병원 이름까지 확인하셨다. “언제 맞았는지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주사였는지도 봐야겠네.” 수첩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날짜 하나가 아니었다. 접종 당시 나이와 백신 종류가 다음 일정을 정할 때 함께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다.
접종 날짜를 정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달랐다
독감 예방접종 안내가 시작되면 올해 접종 대상과 기간부터 보면 된다. 지난해 맞았는지를 오래 떠올리기보다 이번 절기의 일정을 확인하는 쪽이 훨씬 간단하다. 폐렴구균은 순서가 반대다. 날짜를 새로 잡기 전에 기존 수첩과 전산 기록에서 이전 접종 여부를 본다. 백신 종류가 분명하지 않다면 그 기록을 진료 때 보여 줄 수 있다. 엄마는 예방접종 수첩을 다시 펼쳐 독감이라고 적힌 여러 날짜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셨다. 페이지를 몇 장 넘기자 폐렴구균이라고 적힌 날짜 하나가 다시 나왔다. 수첩에는 독감 날짜가 여러 줄 이어졌고 폐렴구균 옆에는 여전히 날짜 하나만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비어 있는 줄부터 찾았지만, 이번에는 폐렴구균 옆에 적힌 접종 날짜와 백신 이름부터 다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