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폐렴구균 예방접종 했었나?”
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있는데 아버지가 엄마에게 물으셨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
“맞지 않았어?”
“언제?”
엄마가 다시 생각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셨다.
나도 식탁에 앉은 채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독감 예방접종 이야기가 나오면 두 분은 비교적 잘 떠올리셨다.
가을이 되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돌아왔던 일이 해마다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폐렴구균은 달랐다.
엄마는 맞은 것 같다고 했고 아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두 분 모두 분명히 기억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서로 다른 기억을 그대로 들었다
“독감은 매년 맞았잖아.”
엄마가 말했다.
“그건 맞는데 폐렴구균은 기억이 안 나.”
아버지가 다시 말씀하셨다.
엄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맞은 것 같은데.”
두 분은 같은 일을 두고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았다.
오래전 일을 두고 부부가 다르게 기억하는 일은 집에서도 가끔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병원에 갔던 일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그날 먹었던 음식이나 들렀던 장소를 기억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억만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기록에서 과거만 확인했다

엄마가 먼저 예전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병원 갔다가 다른 주사도 맞았던 것 같은데?”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독감 아니었어?”
“아니야. 독감은 가을마다 맞았잖아.”
두 분은 기억나는 일을 하나씩 꺼냈지만 폐렴구균을 맞았다는 확실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예방접종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
“예방접종 수첩 있잖아.”
수첩을 꺼내 식탁 위에 펼쳤다.
두 분의 시선이 수첩으로 모였다.
독감 예방접종 기록은 여러 줄이었다.
연도와 날짜가 이어져 있어서 해마다 접종했던 흔적이 보였다.
그 줄들을 따라가던 엄마의 손가락이 어느 순간 멈췄다.
“잠깐만.”
아버지도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
엄마의 손가락 아래에는 다른 기록과 구분되는 한 줄이 있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 기록이었다.
아버지가 수첩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게 폐렴구균이야?”
“응. 여기 적혀 있네.”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던 일이 그제야 한 줄의 기록으로 확인됐다.
과거와 올해를 갈라놓았다
아버지는 수첩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그 한 줄을 가리키며 물으셨다.
“이거 언제 맞은 거야?”
엄마가 적혀 있는 날짜를 읽어드렸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수첩을 엄마 쪽으로 밀어놓았다.
“그럼 올해는?”
이번에는 질문이 짧았다.
조금 전까지는 두 분 모두 과거의 기억을 찾고 있었다.
이제 아버지는 확인된 날짜를 보고 올해 자신의 차례가 어떻게 되는지를 묻고 있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수첩에서 확인된 것은 예전에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다음 접종 여부는 현재의 연령과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의료기관에서 판단할 문제였다.
마지막 질문은 남겨두었다
엄마는 수첩을 접어 서랍에 넣었다.
아버지는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가셨다.
TV를 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식탁 위에 남은 물컵을 치웠다.
조금 전까지 찾고 있던 것은 수첩 안에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마지막에 물은 것은 수첩 안에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럼 올해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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