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2

같은 귀에서 잰 체온이 자꾸 달라졌다 엄마가 아침부터 선풍기를 켜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평소에는 조금 더워도 선풍기 바람을 쐬고 계셨는데 그날은 달랐다.“오늘은 바람이 싫네.”이마를 만져 보니 평소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엄마는 머리가 조금 아프다고도 하셨다.나는 체온계를 꺼냈다.귀에 대고 측정하니 36도 후반의 숫자가 나왔다.잠시 뒤 다시 측정했을 때는 조금 다른 숫자가 표시됐다.같은 귀에서 잰 체온인데 숫자가 달랐다.예전 같았으면 어느 숫자가 더 맞는지부터 확인했을 것이다.그런데 그날은 숫자를 다시 보는 동안에도 엄마가 선풍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체온계에 표시된 숫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평소와 달라진 엄마의 행동이었다.선풍기를 먼저 끄게 됐다나는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줄였다.엄마가 계속 춥다고 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지 살폈다.평소.. 2026. 8. 2.
접수창구에서 휴대전화가 필요했던 날 접수창구 앞에서 직원이 휴대전화를 물어본 날이 있었다.“휴대전화 있으세요?”나는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때까지는 이것이 접수에 쓰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엄마와 병원에 갈 때 휴대전화는 연락을 받거나 시간을 확인하는 정도로 사용해 왔다.그날도 별다른 생각 없이 가지고 나왔다.그런데 접수창구에서는 본인확인을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예약을 해두었다는 사실과 접수창구에서 확인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주머니에서 꺼낸 휴대전화가 잠시 다른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주머니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휴대전화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전화가 오면 받을 수 있었고 필요한 연락이 있으면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엄마와 접수창구 앞에 섰을 때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이유.. 2026. 7. 27.
아침 혈압과 병원 혈압 사이에 빠진 시간이 있었다 아침에 집에서 잰 혈압과 병원에서 잰 혈압이 달랐던 날이 있었다.집에서 잰 시각은 알고 있었다.병원에서 다시 혈압을 잰 시각도 확인할 수 있었다.그런데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니 숫자보다 그 사이에 있었던 시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나는 아침에 부모님과 계속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집에서 혈압을 잰 뒤 각자 할 일을 했고, 병원에 가기 위해 다시 만났다.그래서 그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알 수 없었다.몇 시에 집을 나섰는지, 차에 타기 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병원에 도착한 뒤 얼마나 걸었는지, 접수하고 얼마나 기다렸는지도 하나씩 기록해 둔 것은 아니었다.혈압계에는 두 개의 숫자가 남아 있었지만 그 숫자 사이에 있었던 몇 시간의 모습까지 함께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두 숫자가 나란.. 2026. 7. 26.
목에 생긴 돌기 때문에 목걸이를 다시 넣은 날 엄마가 외출 준비를 하다가 서랍을 열었다.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빗은 뒤였다.거울 앞에 선 엄마가 서랍 안에서 작은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평소에도 자주 하던 목걸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오늘도 목에 걸겠거니 했다.엄마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양손을 뒤로 가져갔다.잠금장치를 채우려던 순간 손이 멈췄다.“어?”엄마가 목걸이를 앞으로 가져왔다.“여기에 자꾸 닿네.”엄마는 목 앞쪽을 손끝으로 한번 눌러봤다. 그러고는 체인을 옆으로 조금 옮겨 다시 걸어봤다.이번에도 금세 손을 놓았다.거울 앞으로 얼굴을 조금 가까이 가져간 엄마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겼다.그제야 나도 엄마의 목 앞쪽을 자세히 보게 됐다.아주 작은 돌기 하나가 피부 위로 올라와 있었다.손이 먼저 멈췄다처음부터 눈에 잘 띄는 것은 아니었다.가만히 있을 때.. 2026. 7. 25.
점심 약을 먹은 뒤 무엇을 했는지가 달라졌다 엄마가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말했다.“나 요즘 점심 약 먹고 바로 안 움직여.”나는 엄마를 쳐다봤다.“왜?”엄마는 숟가락으로 밥그릇 가장자리를 한번 정리하듯 움직이더니 말했다.“그냥 좀 앉아 있으려고.”그 말이 특별히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다.요즘 엄마가 점심을 먹고 나면 피곤하다고 말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나는 더 묻지 않았다.엄마가 약을 먹는 방법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 점심 약은 원래 먹던 대로 먹고 있었다.달라진 것은 약을 먹은 뒤에 무엇을 하느냐였다.예전에는 밥을 다 먹으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릇을 정리하고 냉장고에 반찬을 넣고, 싱크대에 물을 받아 놓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그 사이에 잠깐 앉.. 2026. 7. 23.
곰탕 한 봉지를 앞에 두자 병원에서 들은 말이 달라졌다 엄마가 병원에 다녀온 날 저녁이었다.저녁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반찬통을 꺼내고 국을 데우려는데 안쪽에 넣어 둔 곰탕 한 봉지가 보였다.엄마가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물었다.“이거 먹어도 되나?”나는 곰탕 봉지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최근 병원에서 신장 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음식도 조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병원에서는 그 말이 하나의 안내로 들렸을 것이다.그런데 집에 돌아오자 그 한마디는 곰탕 한 봉지와 만나야 했다.국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치는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평소 먹던 다른 국은 어떤지까지 식탁 위에서 다시 구체적인 모습으로 바뀌어야 했다.나는 곰탕을 식탁 한쪽에 놓고 반찬을 꺼내기 시작했다.그러면서 병원에서 들었던 말을 하.. 2026. 7. 22.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