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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난청은 엄마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차렸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4.

"왼쪽 귀는 원래 잘 안 들렸어." 엄마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내 앞에 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결과지에는 청력에 이상이 있으니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엄마는 오히려 담담했다. 청력검사를 받을 때도 오른쪽 귀는 잘 들렸는데 왼쪽은 소리가 잘 안 들려서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 같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TV 소리가 조금 큰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TV를 볼 때마다 다른 가족들보다 볼륨을 조금 더 크게 올리셨다. 대화를 하다가도 "뭐라고 했어?" 하고 다시 묻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이가 드시면 누구나 조금씩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안 들리면 어쩔 수 없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다. 가족들은 귀지가 많이 쌓인 건 아닐까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엄마는 그런 느낌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도, 엄마도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가 아니었다면 그냥 넘겼을 것이다

건강검진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라는 안내가 없었다면 병원을 찾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한 번만이라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자고 말씀드렸고,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먼저 진료를 받은 뒤 순음청력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순음청력검사가 소리의 크기와 주파수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들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검사라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노인성 난청이었다. 의사는 나이가 들면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특히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먼저 듣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변화를 느끼는 일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왼쪽 귀는 청각신경 기능이 많이 손상돼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예전에 귀 안에서 '찡-' 하는 이명이나 먹먹한 증상이 있었다면, 그때 3일 안에 병원을 찾았더라면 치료를 시도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엄마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진료실에서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설명을 들으셨지만, 나는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병원보다 집에 와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당장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현재는 대화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어 보청기를 사용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도 병원에서 들은 설명보다 집 안의 익숙한 소리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엄마는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하시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늘 그렇듯 TV를 켜셨다.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다. 달라진 것은 내 마음뿐이었다.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TV 소리가 그날은 조금 크게 들렸다. 엄마가 대화를 하다 혹시 또 되묻지는 않을까 괜히 귀를 기울이게 됐다.

보청기 이야기는 그때 처음 찾아봤다

병원에서는 아직 보청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집에 돌아온 뒤에는 자연스럽게 관련 내용을 찾아보게 됐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의료기관에서 안내하는 자료를 읽어보니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변화를 늦게 느끼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보청기 착용 시기는 현재 청력 상태와 생활 속 불편함을 함께 고려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보청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다.

집은 그대로였는데 내 마음만 달라졌다

엄마는 지금도 "괜찮아."라고 말씀하신다. 아마 내일도 시장에 다녀오시고, 평소처럼 TV를 보시며 하루를 보내실 것이다. 그날 이후 달라진 것은 엄마보다 내 쪽이다. 저녁을 먹고 엄마가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엄마보다 먼저 리모컨을 바라봤다. 볼륨을 얼마나 올리실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평범한 저녁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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