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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영화관에 갈 때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이유 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오전 상영이라 아침부터 시간을 맞춰 움직여야 했다. 영화관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렸다. 운전 시간만 생각하면 영화 시작 1시간 전에 출발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는 일정이라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잡았다.차에서 내린 뒤 주차장을 지나 영화관 입구까지 걸어가야 했다. 주차할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입구에 도착한 뒤 상영관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도 남아 있었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만으로 출발 시각을 정하기에는 고려할 부분이 더 있었다.차로 가는 시간만 계산하지 않았다혼자 움직일 때는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출발 시각을 정하는 편이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예상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고, 주차한 뒤 입구까지.. 2026. 10. 6.
저녁 식탁에서 대화가 잠시 멈췄을 때 “병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주차할 데가 없어서 한참 돌다가 겨우 세웠다고.”아버지가 마지막 말을 다시 말씀하셨다.나는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아, 주차할 데가 없었다는 말씀이죠?”“응.”아버지는 다시 식사를 이어가셨고, 나는 다음 말이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그런데 아버지는 더 말씀하지 않으셨다.평소 같으면 이쯤에서 병원에서 있었던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붙이셨을 텐데, 그날은 조용히 식사만 하셨다.나는 괜히 말을 재촉하지 않고 그대로 기다렸다.식탁에는 TV 소리와 주방에서 그릇을 옮기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나는 아버지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지도 않았다.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말 대신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말끝보다 그 뒤가 더 오래 남았다내가 놓친 것은 아버지가 말한.. 2026. 9. 29.
몇 년째 쓰는 수건, 바꿔야 할까 수건을 개어 넣다가 보니 며칠 전까지 있던 수건 한 장이 또 보이지 않았다.새로 사 온 수건도 있었고 몇 년째 사용한 수건도 있었다.그런데 세탁한 수건을 다시 정리해 두면 며칠 뒤에는 늘 비슷한 수건이 먼저 사용됐다.반대로 몇 장의 수건은 깨끗하게 접힌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처음에는 엄마가 오래 사용해서 익숙한 수건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 어느 날 샤워를 마친 엄마가 수건을 고르는 모습을 보게 됐다.엄마는 손에 익은 수건을 골랐다엄마는 수건 더미 위쪽을 손끝으로 살짝 밀어 몇 장을 넘긴 뒤, 색이 조금 바랜 수건의 모서리를 엄지와 검지로 집었다. 수건을 끌어내 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본 뒤 그대로 어깨에 걸쳤다. 옆에 있던 다른 수건은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그 수건으로 머리카락과 얼굴의 물기를.. 2026. 9. 27.
엄마의 신발을 바꿀지,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엄마가 넘어지고 나서 나는 신발을 새로 사야 하는지부터 결정하지 않았다.오래 신은 슬립온의 밑창을 살펴봤지만,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넘어짐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실제로 무엇 때문에 미끄러졌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이 신발을 계속 신을 수 있는지 역시 내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그렇다면 내가 먼저 할 일은 따로 있었다.엄마가 계속 신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엄마는 몇 년 동안 이 신발을 신어왔고, 계단에서 넘어지기 전에도 자주 신고 다니던 신발이었다.새 신발을 고르는 것보다 먼저 지금 신발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내가 먼저 정할 일은 신발의 결론이 아니었다신발을 살펴보면서 밑창이 많이 닳아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한쪽만 유난히 마모된.. 2026. 9. 22.
아버지의 수첩에는 짧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 ‘소파에서 일어난 뒤 잠시 멈춤.’아버지가 작은 수첩에 남겨둔 문장이었다.‘저녁에 오래 앉았다 일어나면 바로 걷기 어려움.’‘몇 걸음 지나면 괜찮음.’문장은 짧았다.날짜와 상황을 적고, 그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몇 글자로 남겨둔 정도였다.처음 펼쳐봤을 때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라고만 생각했다.적힌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문장을 다시 읽어도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는 상황과 바로 걷기 어려웠다는 경험, 몇 걸음 뒤 괜찮아졌다는 변화만 남아 있었다.처음에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하지만 몇 줄만 보고 내가 원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덧붙이지 않고, 아버지가 직접 겪었다고 남겨둔 부분만 그대로 두었다.그때는 이 짧은 메.. 2026. 9. 19.
대학병원 예약을 잡고 진료의뢰서를 다시 확인했다 아버지의 대학병원 예약을 잡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식탁 한쪽에 놓인 진료의뢰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예약은 이미 잡아두었다.이비인후과 진료 날짜와 시간도 정해졌고 예약 문자도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다.처음에는 냉장고 옆에 붙여둔 작은 메모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진료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예약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집 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냉장고 옆에서는 작은 종이였고, 식탁에서는 진료의뢰서였고, 서랍을 열었을 때는 그동안 먹었던 약 봉투였다.전날 밤에는 그것들이 하나의 가방 안에 들어갔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현관에 놓인 가방이 되었다.처음에는 냉장고 옆 종이 하나면 충분했다아버지는 콧물과 재채기가 계속돼 동네 이비인후과를 다니고 계셨다.약을 먹으면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았지만 증상이 ..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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