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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아버지의 수첩에는 짧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

by 브라보인생 2026. 9. 19.

‘소파에서 일어난 뒤 잠시 멈춤.’

아버지가 작은 수첩에 남겨둔 문장이었다.

‘저녁에 오래 앉았다 일어나면 바로 걷기 어려움.’

‘몇 걸음 지나면 괜찮음.’

문장은 짧았다.

날짜와 상황을 적고, 그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몇 글자로 남겨둔 정도였다.

처음 펼쳐봤을 때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라고만 생각했다.

적힌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문장을 다시 읽어도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는 상황과 바로 걷기 어려웠다는 경험, 몇 걸음 뒤 괜찮아졌다는 변화만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몇 줄만 보고 내가 원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덧붙이지 않고, 아버지가 직접 겪었다고 남겨둔 부분만 그대로 두었다.

그때는 이 짧은 메모가 병원에서 다시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기 전 수첩을 다시 꺼냈다

며칠 뒤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병원에 가기 전 책상 위의 작은 수첩을 챙기는 고령 남성

 

집을 나서기 전 아버지는 평소 챙기던 지갑과 안경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다 가방을 닫으려던 손을 멈췄다.

진료를 받으면 최근에 불편했던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난 듯했다.

아버지는 책상 쪽으로 돌아가 작은 수첩을 집었다.

그 자리에서 몇 장을 넘겨보다가 지난번 적어둔 문장을 찾았다.

“이것도 가져가야겠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수첩을 병원에 가져가는 이유를 알았다.

기억을 남겨두려고 적었던 것이 진료를 앞두고는 설명할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한 준비가 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찾은 페이지를 다시 덮고 가방 안쪽에 넣었다.

그리고 현관을 나섰다.

진료실에서는 한 줄이 먼저 나왔다

대기실에서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버지는 잠시 대답을 멈췄다.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아까 표시해 둔 페이지를 펼쳤다.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이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적어둔 문장을 보고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옆에서 그 장면을 본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그때 실제로 얼마나 불편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필요한 부분을 다시 묻자 아버지가 자신의 기억을 덧붙여 대답했다.

그 정도로 진료실에서의 기록은 역할을 다했다.

모든 것을 대신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말문이 막혔을 때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찾아주는 단서였다.

집에서 증상을 기록한다면 날짜와 당시 상황, 실제로 느낀 불편, 얼마나 지속됐는지와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적어두는 정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원인을 미리 판단해서 적기보다는 실제로 겪은 일을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나중에 설명하기도 수월하다.

다음 외출을 앞두고 다시 가방에 들어갔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수첩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며칠 동안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다음 병원에 갈 날이 가까워져 외출 준비를 하던 아버지가 가방을 열었다.

지갑을 넣고 안경을 챙겼다.

가방을 닫으려던 순간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것을 집었다.

이번에는 펼쳐보지 않았다.

가방 안쪽에 넣은 뒤 지퍼를 닫았다.

잠시 뒤 다시 지퍼를 열어 안을 확인하고는 손으로 수첩이 들어간 자리를 한 번 눌러보았다.

그리고 가방을 현관 옆 의자에 올려두었다.

처음에는 지나간 일을 잊지 않으려고 적었던 짧은 문장이었다.

이제는 다음 진료를 위해 아버지가 먼저 챙기는 물건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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