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침을 드시다가 전날 밤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제는 좀 이상했어.”
며칠 전부터 가끔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나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것 같더라.”
나는 처음에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하셨다.
“그런데 두근거린다는 게 맞나 모르겠네.”
가슴 앞을 가볍게 짚으며 한참 생각하셨다.
“빨리 뛴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한 번 쿵 한 것 같았어.”
그리고는 더 설명하지 않고 식사를 이어가셨다.
처음 들은 말에 나도 그대로 생각했다
처음 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두근거린다’는 말이 워낙 익숙해서 그 안에 어떤 느낌이 들어 있는지 굳이 따져 보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버지는 처음 했던 설명을 스스로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빨리 뛴 건 아닌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처음의 표현만으로 아버지가 느낀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아버지가 말을 멈추고 생각할 때 바로 질문을 이어 가지 않았다.
내가 먼저 답을 만들어 주기보다 아버지가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하도록 두었다.
며칠이 지나자 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이야기가 몇 차례 이어진 뒤 아버지가 먼저 병원에 가보겠다고 하셨다.
“이게 가끔 반복되니까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나는 그 말에 맞춰 진료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병원에 가는 날 아침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고,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한 뒤 진료를 기다렸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아버지는 특별히 긴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동안 들었던 내용을 내가 대신 정리해서 전달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직접 설명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진료실에서는 집에서보다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해졌다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가 어떤 불편함이 있었는지 묻자 아버지는 밤에 느꼈던 일을 처음부터 설명하셨다.
처음에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고 하셨고, 곧 그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이셨다.
의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 그런 느낌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나타났는지 등을 물었다.
아버지는 기억나는 범위에서 하나씩 대답하셨다.
나는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집에서는 짧게 나눴던 이야기가 진료실에서는 의사의 질문을 받으며 조금씩 자세해졌다.
그 과정을 거쳐 아버지는 부정맥 진단을 받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며칠 전 아침 식탁에서 시작됐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처음 사용했던 표현 하나만으로 진단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있었던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뒤 내려진 결과였다.
진단 뒤에도 말은 하나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아버지가 느꼈던 경험을 특정한 표현 하나로 정리하려 하지는 않았다.
부정맥이라는 진단명이 생겼다고 해서 아버지가 그동안 고민했던 말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자신이 느낀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생각하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 뒤로 아버지가 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내가 먼저 의미를 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정확히 어떤 거예요?”라고 바로 묻기보다 아버지가 설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기다렸다.
몸의 느낌은 본인에게도 말로 옮기기 어려울 수 있으니, 처음 나온 단어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에는 더 묻지 않았다
며칠 뒤 아버지가 그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셨다.
“그때 말한 거 있잖아.”
잠시 생각하시더니 짧게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니까 두근거린다기보다는 한 번 쿵 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
이번에는 말을 덧붙이지 않으셨다.
나도 더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처음 꺼냈던 말은 ‘두근두근’이었지만, 며칠 동안 생각한 끝에 남은 표현은 달랐다.
나는 그 짧은 말을 그대로 기억해 두었다.
“한 번 쿵 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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