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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를 앞두고 가장 오래 확인했던 것

by 브라보인생 2026. 7. 10.

지금도 부모님이 수술이나 검사를 앞두면 아버지는 수술 방법보다 마취 이야기를 먼저 물으신다. “이번에도 완전히 재우는 건가?” 무릎 수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가족의 관심은 병원 선택보다 전신마취로 옮겨갔다. 당시 일흔일곱이었던 아버지가 마취에서 무사히 회복하실 수 있을지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수술실 문이 닫힌 뒤 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가방 속 물건을 정리하고 휴대전화 화면도 여러 번 켰지만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아버지는 금방 끝난다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느냐며 웃으셨다. 그래도 수술이 끝났다는 말만으로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아버지가 우리를 알아보고 평소처럼 말씀하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수술실 문 앞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

수술 당일 아침에는 아버지가 평소 드시던 약부터 다시 확인했다. 아버지는 부정맥을 비롯해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약마다 수술 당일 복용 방법이 다를 수 있었다. 약 이름을 기억에 의지하지 않고 처방전과 약봉투를 준비해 의료진에게 보여 드렸다. 집에서 약을 임의로 빼거나 평소처럼 모두 드시게 하지 않았다. 어떤 약은 그대로 복용하고 어떤 약은 정해진 시점부터 조절해야 할 수 있어 병원에서 받은 안내를 따랐다. 과거에 받았던 수술과 마취 경험, 약물 알레르기가 있었는지도 확인했다. 금식 시간도 다시 살폈다. 아버지는 전날 저녁부터 물도 마시면 안 되는지 여러 번 물으셨다. 음식과 물을 언제부터 중단해야 하는지는 수술 시간과 병원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안내문에 적힌 시간을 그대로 확인했다. 목이 마르다고 임의로 물을 드리거나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을 함께 마시게 하지 않았다.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물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도 의료진의 안내를 따랐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안경과 틀니, 보청기처럼 몸에서 빼야 하는 물건도 정리했다. 아버지는 안경을 벗으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셨다. 간호사가 언제까지 안경을 쓰고 있어도 되는지 알려 주었고, 벗은 뒤에는 내가 케이스에 넣어 가방 안쪽에 보관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약봉투와 안내문을 번갈아 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웃으셨다. “수술하러 온 사람은 난데 너희가 더 바쁘네.” 잠시 뒤 수술실 문이 열렸고 아버지는 침대에 누운 채 손을 한 번 들어 보이셨다.

 

수술실 앞에서 복용약과 수술 안내문을 함께 확인하는 부녀

기다리는 동안 회복실의 역할을 들었다

수술실 문이 닫히자 복도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고령자 전신마취’를 검색했다. 이어서 ‘전신마취 후 깨어나는 시간’, ‘노인 수술 후 섬망’, ‘마취 후 호흡 문제’라는 말도 찾아봤다. 화면에는 메스꺼움과 어지럼, 의식 회복 지연, 호흡 문제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고령 환자가 수술 뒤 사람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평소와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눈에 들어왔다. 검색 결과는 여러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지금 수술실 안에 있는 아버지의 상태를 보여 주는 정보는 아니었다. 화면을 계속 내려 읽을수록 확인할 수 없는 걱정만 늘어났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지나가던 간호사에게 수술이 끝난 뒤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물었다. 수술이 끝나도 곧바로 병실로 오는 것은 아니며, 회복실에서 의식과 호흡,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한 뒤 병실로 이동한다고 했다. 깨어나는 시간에는 개인차가 있어 가족은 의료진이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을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화면이 아래로 향하도록 의자 옆에 내려놓았다.

복도에 걸린 시계만 자꾸 보였다

처음 안내받은 수술 시간이 지나자 복도에 걸린 시계만 자꾸 보였다. 수술실 문이 열리거나 의료진의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보호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다른 환자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나도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복도에 앉아 있는 가족에게는 그 안에서 어느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수술 시간은 수술 범위와 환자의 상태, 손상된 부위를 정리하는 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안내받은 시간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간호사가 지나갈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바쁜 모습을 보면 말을 삼키게 됐다. 한참 뒤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가족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아버지의 무릎이 예상보다 많이 닳아 있었고 손상된 부분을 제거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계획대로 끝났다고 했다. 가족들은 병실로 먼저 올라가 있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수술실 쪽을 몇 번 돌아봤다. 수술이 끝났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아버지는 아직 회복실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복도에 걸린 시계도 보이지 않았다.

 

수술실 근처 병원 복도에서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중년의 보호자 딸

병실에서는 평소 모습이 돌아오는지를 살폈다

아버지가 병실로 돌아오셨을 때는 아직 마취 기운이 남아 있었다. 눈을 완전히 뜨지 못하셨고 이름을 불러도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셨다. 가족들은 침대 가까이 다가가 얼굴과 가슴의 움직임을 살폈다. 간호사는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이니 조금 기다려 보자고 했다. 편하게 숨을 쉬는지,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안정적인지, 부르면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아버지를 빨리 깨우려고 계속 말을 걸기보다, 가족을 알아보는지와 대화·반응이 평소와 비슷한지를 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뒤 아버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침대 옆에 서 있던 가족들을 바라보셨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처음에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아버지의 반응과 호흡 상태를 확인한 뒤 조금 더 쉬도록 했다. 가족들은 침대에서 한 걸음씩 물러나 병실 의자에 앉았다. 얼마 뒤 간호사가 물을 조금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침대 옆 탁자에 물컵을 놓고 빨대를 꽂았다. 아버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물을 한 모금 드신 뒤 다시 눈을 감으셨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고, 휴대전화도 그제야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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