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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0.

엄마는 몇 년째 기운이 없고 몸이 달달 떨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겠지 하고 넘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니 가족 입장에서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허리가 아파 다니시는 정형외과에서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어르신들이 기운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완전히 안심되지는 않았다.

 

기운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고령의 어머니 모습

기운이 없다는 말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다

보통 어르신들이 기운이 없다고 하면 한약이나 건강식품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몸을 보해야 한다는 말도 익숙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과에서 신장 관련 수치가 좋지 않으니 그런 약이나 건강식품은 함부로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가족들도 그 뒤로는 좋은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드리는 방식은 조심하게 됐다. 기운이 없다는 말 하나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었다. 피로 때문일 수도 있고, 근육이 줄어서일 수도 있고, 식사 구성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더 먹일지보다, 엄마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먼저 보게 됐다.

내과와 정형외과의 말이 서로 다르게 들렸다

내과에서는 엄마에게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하라고 했다. 하루에 몇 보나 걷는지도 물었고, 6천 보에서 7천 보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허리 때문에 다니는 정형외과에서는 하루 2천 보 정도만 걸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느 말을 따라야 할지 헷갈렸다. 내과에서는 기운 없음과 근력 저하를 생각해 더 움직이라고 하신 것 같고, 정형외과에서는 허리 통증을 생각해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 것 같았다. 결국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많이 걷는 일이 아니라,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셔다 드리는 일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연세가 드시니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차로 모셔다 드리는 일이 많아졌다. 가까운 거리도 힘드실까 봐 태워 드리고, 장을 보러 가실 때도 최대한 걷지 않게 해 드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이 엄마의 움직임을 더 줄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기운이 없다는 말이 꼭 큰 병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자주 걷던 거리를 덜 걷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출도 줄어들면 근육은 조금씩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무조건 모셔다 드리기보다 가까운 거리는 천천히 걸어 다녀오실 수 있게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엄마는 신장 수치 때문에 몸에 좋다는 약을 마음대로 드실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식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말이 그냥 익숙한 표현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 끼를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니라, 식사 시간에 맞춰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챙기는 일이 엄마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관리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엄마와 점심으로 찐 감자를 먹은 적이 있었다. 나는 괜찮았지만 엄마는 오후 4시쯤 배가 고프고 손이 떨린다고 하셨다. 그때 감자만으로 한 끼를 대신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감자는 먹기 편하지만 대부분 탄수화물이라 소화가 비교적 빠르게 될 수 있고, 오래 버티는 식사로는 부족했을 수 있다.

감자만 먹는 한 끼는 오래 버티기 어려웠다

감자와 삶은 달걀, 두부, 견과류가 함께 놓인 고령자 식사 장면

 

그 일을 계기로 엄마의 한 끼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감자를 드시더라도 삶은 달걀이나 두부, 생선 같은 단백질을 함께 드시는 편이 낫겠다고 느꼈다. 여기에 무염 견과류처럼 적당한 지방을 조금 곁들이면 포만감도 더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신장 수치가 좋지 않다면 단백질도 무조건 많이 먹는 방식은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가족이 임의로 과하게 늘리기보다, 병원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건강식품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매일 반복되는 균형 잡힌 밥상이었다.

기운 없음은 가족이 함께 봐야 할 신호였다

엄마가 기운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예전에는 그저 피곤하신가 보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 안에 식사, 근육, 허리 통증, 신장 수치, 활동량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엄마의 몸 상태에 맞춰 조금씩 조절해야 하는 문제였다. 앞으로 가족들은 엄마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일 수 있게 도와드리고, 한 끼 식사를 탄수화물만으로 끝내지 않도록 더 신경 쓰려고 한다. 기운이 없다는 말은 그냥 지나가는 불평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일 수 있었다. 그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아 두는 것부터 부모님 건강 관리는 시작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