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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접시에 빠져 있던 반찬

by 브라보인생 2026. 7. 10.

오후 4시가 조금 넘었을 때 엄마가 부엌으로 나오셨다. 한 손으로 문틀을 잡고 다른 손을 가볍게 펴 보시더니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배도 고프고 몸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아.” 아침부터 계속 기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점심을 드시고 몇 시간이 지난 뒤 갑자기 허기가 생기고 손끝이 떨리는 듯했다고 했다. 무엇을 드셨는지 묻자 찐 감자 두 개가 전부였다. 감자를 드실 때는 배가 불러 다른 반찬까지 생각나지 않았다고 하셨다. 접시에는 감자가 넉넉히 놓여 있었지만 달걀이나 두부, 채소 반찬은 없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물을 천천히 마셨다. 나는 감자를 치우거나 급하게 다른 음식을 권하지 않고, 그날 점심 접시에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를 먼저 떠올렸다.

손이 떨린 뒤 그날 점심부터 다시 떠올렸다 

엄마가 의자에 앉은 뒤에는 식은땀이나 어지럼, 말이 흐려지는 모습이 없는지를 먼저 봤다. 배가 고프고 손끝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전날 밤에는 잠을 자주 깨셨고 오후까지 물도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잠시 쉬고 물을 마신 뒤에는 떨리는 느낌이 조금 줄었다.  엄마는 당뇨병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집에 혈당측정기도 없었기 때문에 그날 손 떨림만으로 원인을 정하지 않았다.   

오후 늦은 시간 부엌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손끝을 바라보는 연세 드신 엄마와 곁에서 지켜보는 중년의 딸

감자 두 개로 끝난 점심에는 다른 반찬이 없었다

감자는 익혀 놓으면 혼자서도 편하게 드실 수 있고 한두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게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엄마도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날에는 감자나 고구마만 드실 때가 있었다. 배가 찼으니 끼니를 거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감자만으로 식사를 마치면 접시는 금방 비워져도 한 끼의 구성이 단순해질 수 있었다. 점심을 간단히 드시는 날에는 밥 대신 감자를 선택하더라도, 평소 드시던 반찬 가운데 무엇을 조금 곁들일 수 있을지 함께 살펴봤다. 엄마는 내과에서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달걀이나 고기, 두부의 양을 갑자기 늘리지는 않았다. 필요한 양은 신장 기능과 평소 식사량, 영양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찐 감자와 작은 반찬이 놓인 점심 식탁을 함께 살펴보는 고령의 어머니와 딸 보호자

다음 점심에는 작은 반찬 하나를 더 놓았다

며칠 뒤 엄마가 다시 감자를 찌셨다. 이번에도 큰 접시에 감자 두 개를 담으셨지만 식탁에는 작은 반찬통 하나가 더 올라왔다. 평소 드시던 반찬 가운데 부드러운 것을 조금 덜어 놓았다. 달걀이나 생선 반찬을 곁들이는 날도 있었다. 신장 상태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한꺼번에 양을 많이 늘리지는 않았다. 엄마의 치아와 소화 상태도 함께 생각했다.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보다 부드럽게 씹을 수 있는 반찬을 골랐고, 국물이나 간이 센 반찬은 많이 놓지 않았다. 엄마는 처음에는 감자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르다고 하셨다. 그래도 접시에 놓인 작은 반찬을 한두 번 집어 드시고는 남은 것을 억지로 비우지 않으셨다. 

오후 일정이 있는 날에는 점심시간도 함께 봤다 

엄마가 손이 떨렸다고 한 시간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점심을 일찍 드신 날에는 저녁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반대로 점심을 간단히 드셨어도 저녁을 일찍 먹은 날에는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서 한 끼의 양만 보기보다 점심을 몇 시에 드셨는지도 함께 살폈다. 오후에 외출하거나 병원에 가는 날에는 식사 시간이 평소보다 앞당겨지기도 했다. 같은 양을 먹었더라도 저녁까지 남은 시간은 날마다 달랐다. 엄마가 늦은 오후에 출출하다고 하시면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만 묻지 않고 마지막 식사가 몇 시였는지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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