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오늘은 아무도 안 물어보더라.”
어머니가 웃으며 물으셨다.
“그래서 편했어?”
아버지는 잠시 있다가 대답하셨다.
“응. 물어보지만 않으면 괜찮지.”
그 말을 듣고 나는 결혼식 당일 아버지의 머리를 계속 확인하지 않았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알아보는지 살펴보지도 않았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도 평소와 다르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내가 확인한 것은 아버지가 가발을 썼다는 사실보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오래 머물렀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은 흑채였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흑채를 사용하셨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머리를 손질한 뒤 흑채를 뿌렸다. 혼자 하기보다 어머니에게 부탁하는 날도 많았다.
어머니가 어깨에 수건을 둘러 드리고 옆에서 스프레이를 뿌려 주시면 아버지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 모양을 확인하셨다.
그 과정은 오래 반복되어서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장면도 아니었다.
가발도 하나 있었다.
예전에 마련해 둔 것이었지만 집 안에서 한두 번 써 본 정도였다. 밖에 나갈 때마다 가발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다.
흑채는 익숙했고, 아버지는 이미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가발이 다시 이야기에 등장할 거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은 머리보다 사람 쪽으로 번졌다
가족 결혼식을 앞두고 옷과 출발 시간을 이야기하던 중 머리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아버지가 먼저 가발을 꺼내셨다.
“이번에는 가발을 써볼까?”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예전에 가발을 마련해 두고도 결국 흑채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발을 쓰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으셨다.
나는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다는 정도로만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른 것을 물으셨다.
“사람들이 보면 알까?”
가발의 모양이나 가격을 먼저 묻지 않으셨다.
누군가 알아볼 가능성을 걱정하고 계셨다.
평소 아버지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도 알아챌 수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가발이 머리 모양을 바꾸는 물건인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이었다.
첫 외출에서 반응이 갈렸다
결혼식 전에 가까운 곳에 외출할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날 가발을 써 보셨다.
중요한 날에 처음 착용하는 것보다 먼저 짧게 밖에 나가 보는 편이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나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는 그날 만난 사람 이야기를 하셨다.
“한 사람은 바로 알더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고 했다.
평소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보던 사람이라 가발을 쓴 것을 금방 알아챘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
아버지는 그 말을 하면서 웃으셨다.
나는 그때 가발이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를 한쪽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같은 모습을 보고도 누군가는 알아보고 누군가는 지나쳤다.
가발의 모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사람마다 있었다.
결혼식에서는 질문이 생기지 않았다
결혼식 날 아버지는 가발을 쓰고 나가셨다.
가족들이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길었고 사진도 여러 번 찍었다.
나는 일부러 아버지의 머리를 살펴보지 않았다.
누가 알아보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옮기고 사진을 찍는 동안 그날 해야 할 일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오늘은 아무도 안 물어보더라.”
결혼식 전에 아버지가 걱정했던 것은 사람들이 가발을 알아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는 가발을 쓴 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진도 찍었지만, 그 모습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순간은 생기지 않았다.
그날 아버지가 편했다고 말한 이유도 거기에 가까워 보였다.
흑채와 가발의 자리가 나뉘었다
결혼식이 끝났다고 해서 흑채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평소 외출할 때는 여전히 익숙한 방법을 찾으셨다.
가발을 한 번 써 보았다고 해서 오랫동안 이어온 습관까지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았다.
대신 두 방법을 놓고 이야기하는 일이 생겼다.
흑채는 손에 익어서 편했고, 가발은 준비할 때 신경 쓸 부분이 있었다.
반면 가발을 쓴 날에는 머리 모양을 확인하는 시간이 달랐고, 다른 사람이 알아보는지에 대한 걱정도 실제 경험을 거치면서 조금 달라졌다.
나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흑채만 사용했던 사람이 가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가발이 흑채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두 방법의 우열보다 그날 어떤 모습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가까웠다.
그래서 중요한 일정에는 가발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도 했고, 평소에는 흑채를 사용하는 날도 이어졌다.
다음에도 같은 질문이 남았다
얼마 뒤 가족끼리 외출할 일이 생겼을 때 머리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어머니가 이번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셨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셨다.
“사람들이 안 물어보면 가발도 괜찮은데.”
결혼식 전에는 가발을 쓰면 사람들이 알아볼까를 걱정하셨다.
한 번의 외출에서는 누군가 알아봤고 다른 사람은 지나쳤다.
결혼식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완벽하게 자연스러워 보이는지가 전부는 아니었다.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이제는 알고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지 않는다면 가발을 쓸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뒤에도 아버지가 가발을 매일 사용하게 된 것은 아니다.
흑채를 다시 찾는 날도 있을 것이다.
가발을 쓰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직 어느 한쪽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이제 아버지가 가발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가발이 괜찮은지보다,
“사람들이 물어볼까?”
그 질문이 아버지가 가발을 선택할 때 남아 있는 기준이 되었다.
'부모님 건강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곰탕 한 봉지를 앞에 두자 병원에서 들은 말이 달라졌다 (1) | 2026.07.22 |
|---|---|
| 올여름 부모님 외출 가방에 새로 들어간 것들 (0) | 2026.07.21 |
| 치과 진료가 끝난 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던 며칠 (0) | 2026.07.19 |
| 1인실로 옮기자 잠과 말동무가 서로 다른 문제가 됐다 (1) | 2026.07.18 |
| 여름이 되자 아버지가 체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1) | 202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