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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실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가 1인실에서 그리워한 것

by 브라보인생 2026. 7. 18.

1인실이 다인실보다 무조건 편할까. 아버지가 무릎 수술로 입원하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평생 몇 차례 수술을 받으셨지만 입원할 때마다 1인실을 이용하셨다. 엄마가 곁에서 함께 지내시면서 다른 환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고, 불을 끄는 시간이나 텔레비전 채널도 두 분이 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몇 년 전 무릎 수술을 받으셨을 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게 된 일은 우리 가족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여러 명이 한 병실을 사용했고, 아버지처럼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어깨를 다친 사람과 허리 수술을 받은 사람도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수술 직후의 아버지에게는 다인실이 더 나았다

수술을 받은 직후 아버지는 혼자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일부터 화장실에 가는 일까지 하나하나 도움이 필요했다. 엄마와 내가 하루 종일 병실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나 개인 간병인이 계속 상주하지 않아도 병동 간호 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처럼 수술 직후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이동할 때도 상태를 확인하며 도와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병실을 오가며 환자들을 살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처음 며칠은 우리 가족도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물론 개인 간병인처럼 한 사람이 계속 곁에 머무는 것은 아니었다. 병원의 운영 방식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만큼은 조용한 1인실보다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실이 아버지에게 더 잘 맞았다.

조금씩 걷게 되자 다른 불편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보행기를 잡고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자 병실의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이 회복될수록 통증보다 생활이 더 신경 쓰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원래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다. 밤이 되면 같은 병실 환자가 코를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셨다. 한쪽이 조용해지면 다른 쪽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고, 병동 인력이 환자를 확인하러 드나드는 소리에도 자주 잠에서 깨셨다. 남들과 함께 있으니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이나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생리현상 소리까지 신경 쓰인다고 하셨다. 집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던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다인실에서 지낸다는 것이 불편한 일임을 알아차렸다. 그 무렵에는 프로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아버지는 저녁이면 야구 중계를 기다렸지만 병실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뿐이었다. 다른 환자들이 드라마를 보자고 하면 혼자 채널을 바꾸자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하셨다. 하루 종일 병실에서 지내는 사람에게 저녁 야구 중계는 시간을 보내는 큰 즐거움이었다. 아버지는 보고 싶은 방송 하나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일이 생각보다 답답했다고 말씀하셨다.

1인실 비용을 고민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버지는 결국 1인실로 옮기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엄마와 나는 간호사에게 병실을 옮길 수 있는지 물어봤다. 간호사는 아버지가 보행기를 혼자 밀며 이동할 수 있는 상태인지 먼저 확인했다. 크게 부축받아야 하는 시기는 지났고, 아래층 1인실에서 지내도 괜찮겠다고 안내해 주었다. 병실 이동은 빈 병실 여부와 환자의 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비용은 다인실보다 부담이 컸다. 그래도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엄마와 나는 상의 끝에 1인실로 옮기기로 했다. 첫날 밤 아버지는 여러 번 깨지 않고 푹 주무셨다고 했다. 병실 문을 닫으면 복도 소리도 훨씬 작게 들렸고, 텔레비전도 마음 편히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비용이 아깝지 않냐고 묻자 아버지는 잠이라도 편하게 자야 회복도 빠르지 않겠냐며 웃으셨다. 그 말을 듣고 나니 1인실 비용은 단순히 조용한 방값이 아니라 회복하는 시간을 사는 비용처럼 느껴졌다.

편안함과 외로움은 같은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1인실 생활에 익숙해진 뒤 아버지는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방은 훨씬 편하지만 가끔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다인실에 있을 때는 같은 연배의 환자 한 분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셨다고 한다. 서로 수술 이야기를 하고, 재활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묻기도 했다. 몸 상태가 괜찮은 날에는 병원 옥상에 함께 올라가 잠시 바람을 쐬기도 하셨다. 1인실로 옮긴 뒤에는 그분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분도 퇴원했는지, 지금은 잘 걷고 계신지 가끔 궁금하다고 말씀하셨다. 다인실에서는 코 고는 소리와 텔레비전 때문에 힘들어하셨지만, 그 안에서 생긴 인연까지 싫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우리 가족은 1인실과 다인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쉽게 말하지 않게 됐다. 수술 직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실이 필요했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뒤에는 조용한 공간이 더 절실했다. 하지만 조용함을 얻은 대신 말동무는 사라졌다. 병실을 선택하는 일은 비용만 비교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환자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돌봄인지, 충분한 잠인지, 아니면 옆 침대 사람과 나누는 짧은 대화인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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