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되자 엄마는 아버지가 외출할 때 입는 셔츠부터 신경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땀이 많은 데다 한여름에도 테니스를 쉬지 않으신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실 때면 셔츠의 등과 목 부분이 물에 적신 것처럼 축축했다. 어느 날 현관을 지나가다가 엄마가 아버지 셔츠 안쪽에 향수를 가볍게 뿌리는 모습을 봤다. 혹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불쾌한 냄새가 날까 걱정돼 미리 뿌려 두는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향이 오래 남으면 머리가 아프다며 엄마가 뿌린 사실을 알면 셔츠를 갈아입을 분이었다. 땀이 나면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시지만, 정작 샤워는 물소리가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끝날 때가 많았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물만 묻히고 나온 것 같다며 못마땅해하셨다.
향으로 가리기보다 먼저 바꾼 것
흔히 노인 냄새라고 부르는 체취가 단순히 씻지 않아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 표면의 지방 성분이 산화하면 2-노네날과 같은 냄새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고, 땀과 피지가 피부의 미생물과 섞이면서 냄새가 더 두드러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연세가 있는 사람에게 모두 같은 체취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리는지, 젖은 옷을 얼마나 오래 입고 있는지, 피부가 건조한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운동량과 땀이 많은 편이라 나이로 인한 체취보다 운동복과 피부에 남은 땀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나는 향수 대신 샤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봤다. 감잎이나 감 열매 추출물이 들어간 비누와 바디워시가 체취 관리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감에 들어 있는 탄닌과 폴리페놀 성분이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소개돼 있었다. 다만 감 추출물이 들어갔다고 체취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품의 설명만 보기보다 향이 강하지 않은지,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먼저 살폈다. 아버지는 연세가 들면서 피부가 예전보다 쉽게 거칠어지고 가려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누와 바디워시를 함께 주문해 욕실에 놓아두자 엄마는 향수를 뿌리는 것보다 낫겠다며 반가워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샤워 시간을 길게 늘리라고 하기보다 겨드랑이와 목, 귀 뒤, 발만이라도 세정제를 묻혀 천천히 씻어 달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집 욕실이 달라진 여름
처음에는 새 바디워시를 놓아두어도 아버지의 샤워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욕실에 들어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오셨다. 엄마가 귀 뒤도 씻었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그래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바디워시를 두고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하자 조금씩 달라졌다. 아버지는 운동을 다녀온 날에는 겨드랑이와 목 뒤를 전보다 신경 써서 씻기 시작했다. 엄마는 땀 냄새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눅눅한 냄새가 덜 남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변화가 바디워시만의 효과는 아닐 것이다. 땀에 젖은 셔츠를 집에 들어오자마자 갈아입으시도록 했고, 운동복을 세탁 바구니 안에 오래 두지 않게 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주무시고 난 다음 날에는 베개 커버와 침대 시트가 축축할 때가 많다. 엄마는 아침에 이불을 정리하면서 베개부터 손으로 눌러본다. 땀이 배어 있으면 커버를 바로 벗기고 창문을 열어 침구를 말린다. 속옷과 양말도 매일 갈아입도록 챙기고, 젖은 운동복은 펼쳐 두거나 바로 세탁했다.

씻을 실 때 피부를 강하게 문지르지는 않도록 말씀드렸다. 뜨거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고, 씻은 뒤 피부가 당기거나 가려운 날에는 보습제를 바르도록 했다. 향이나 쿨링감이 강한 제품보다 피부에 자극이 적은 제품이 아버지에게는 더 잘 맞았다. 욕실 선반에는 감 추출물 바디워시와 비누, 보습제가 나란히 놓였다. 어느 한 제품이 체취를 없애 준다기보다, 아버지가 전보다 씻는 부위를 신경 쓰고 가족이 젖은 옷과 침구를 오래 두지 않게 된 것이 더 큰 변화였다.
체취보다 더 먼저 살펴보게 된 변화
한여름에 테니스를 마친 뒤 바로 샤워하기 어려운 날을 위해 바디 시트도 준비했다. 바디 시트는 물로 씻기 힘든 상황에서 땀과 피지를 간편하게 닦는 일회용 제품이었다. 쿨링 성분이나 향이 강한 제품은 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연세가 있는 아버지의 피부에는 자극이 될까 걱정됐다. 향이 거의 없고 피부 자극이 적다고 표시된 제품을 골라 테니스 가방에 넣어 드렸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일반 물티슈와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셨다. 운동이 끝난 뒤 목과 팔을 닦아 보시더니 집에 돌아와 샤워할 때까지 사용하기에는 편하다고 하셨다. 다만 바디 시트는 샤워를 대신하기보다 바로 씻기 어려울 때 잠시 땀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하시도록 했고, 피부가 따갑거나 붉어지면 사용을 멈추시기로 했다. 체취를 관리하면서 알게 된 것은 냄새 자체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을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땀의 양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씻고 옷을 갈아입어도 이전에 없던 냄새가 계속되거나, 심한 갈증과 체중 변화, 부종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는 편이 좋다. 피부과 자료에서도 체취만으로 특정 질환을 판단할 수는 없으며, 이전과 다른 변화가 계속될 때는 냄새만 없애려고 하기보다 건강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체취의 변화가 피부 상태나 복용 중인 약, 다른 건강 문제와 관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이 오면 엄마가 먼저 향수를 꺼내셨다. 지금은 욕실 선반에 바디워시와 보습제가 제대로 놓여 있는지부터 살핀다. 아버지의 체취를 향으로 감추려 했던 여름과, 씻는 습관과 피부 상태를 함께 보게 된 여름은 같은 계절이지만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