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친 뒤 엄마가 식탁 위에 약봉지를 하나씩 꺼내 놓았다.
물컵도 옆에 놓였다.
평소라면 식사 후 먹는 약을 챙겨 드실 시간이었지만 그날은 약봉지 옆에 예전에 받아 둔 약 하나가 함께 놓였다.
엄마는 두 약봉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 작은 글씨가 적힌 부분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거 지금 먹는 거 맞나?”
나는 설거지를 하다가 엄마 쪽을 바라봤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어느 병원에서 어떤 약을 받아왔는지는 나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약봉지를 보면 내가 아는 범위에서 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약봉지를 들여다보니 바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약봉지에는 복용 방법이 적혀 있었지만 집에 있는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최근에 받은 약도 있었고, 전에 먹던 약도 남아 있었다.
약봉지에 적힌 내용을 읽는 것과 여러 약을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약봉지를 들여다보다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적혀 있는 내용은 볼 수 있는데, 같이 먹어도 되는지는 내가 정확하게 모르겠어.”
엄마도 약봉지를 다시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약봉지가 식탁에 놓였다
엄마가 가져온 약봉지에는 복용 방법이 적혀 있었다.
‘식후’라는 글자도 보였다.
하지만 그 옆에는 전에 받아 둔 약봉지도 있었다.
엄마는 두 봉지를 나란히 놓고 한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나는 처음에는 약봉지에 적힌 복용법만 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존에 먹던 약이 함께 있다는 것을 보니 궁금한 부분이 하나 더 생겼다.
언제 먹는 약인지와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는 따로 살펴봐야 했다.
그 차이가 그날 식탁 위에서 분명해졌다.
서로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새로 받은 약봉지의 이름과 복용법을 읽었다.
엄마가 궁금해한 것은 우선 저녁을 먹은 지금 복용해도 되는지였다.
그 내용은 약봉지에 적힌 복용법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에 먹던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는 봉투에 적힌 한 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말했다.
“식후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지금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약봉지를 다시 살펴봤다.
“이건 적혀 있는 대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약하고 같이 먹는 건 물어보는 게 좋겠어요.”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따로 물어봐야 할 내용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궁금한 부분을 갈랐다
엄마는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약봉지를 손에 들고 약국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받은 약인데요. 저녁 먹고 지금 먹어도 되는지 궁금해서요.”
약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엄마는 약봉지의 글씨를 다시 확인했다.
“네. 식후라고 되어 있어요.”
잠시 듣고 나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밥 먹고 한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먹어도 되는 거죠?”
엄마는 설명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에 먹던 약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전에 먹던 약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하고 같이 먹어도 되는지는요?”
약사는 기존 약의 이름을 확인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엄마는 서랍에서 전에 먹던 약을 가져와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옆에서 약 이름을 대신 말하지 않고 엄마가 필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
그날은 약을 하나씩 외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정확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약국으로 확인이 넘어갔다
전화가 이어지는 동안 엄마는 들은 말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그러면 이 약은 오늘 먹고, 전에 먹던 약은 같이 먹지 말라는 말씀이세요?”
약사의 설명을 다시 들은 뒤 엄마가 한 번 더 물었다.
“아, 그러면 그건 확인하고 먹어야 하는 거죠?”
이번에는 내가 설명할 차례가 아니었다.
약을 실제로 조제한 곳에서 복용 방법과 함께 살펴봐야 할 내용을 듣는 편이 훨씬 분명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면 가족이 평소 먹는 약 이름이나 복용 시간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약이 생기면 가족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으로 금방 정리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약이 여러 가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에 복용하던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처럼 가족의 기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도 생긴다.
이럴 때는 가족이 알고 있는 내용과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할 내용을 나누는 것이 안전하다.
먹을 약과 남겨둘 약이 나뉘었다
전화를 끊은 뒤 엄마는 식탁 위의 약봉지를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먹기로 한 약만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물컵을 가까이 당겨 약을 먹었다.
아직 물어보지 않은 약은 그대로 식탁 한쪽에 남겨 두었다.
나는 남겨진 약을 다시 꺼내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무엇을 먹어도 되는지와 아직 더 알아봐야 하는 것이 이미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약봉지나 처방받은 내용을 가지고 약사 또는 처방한 의료진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복용 시간이나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가족의 기억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약을 먹은 뒤 이상한 증상이 생기거나 복용에 관한 의문이 계속된다면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물어보지 않은 약은 그대로 있었다
다음 날 저녁이었다.
엄마는 식사를 마치고 식탁 위에 물컵을 놓았다.
그리고 약봉지를 가져왔다.
전날 먹기로 했던 약은 엄마 손에 들려 있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그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식탁 한쪽에는 전날 그대로 남겨 두었던 약봉지가 있었다.
엄마는 그 봉지를 집어 들지 않았다.
아직 물어보지 않은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모든 약의 이름과 복용법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약봉지에 적힌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 내용대로 살펴보고, 다른 약과의 관계처럼 따로 물어봐야 하는 것은 약사나 의료진에게 확인하면 됐다.
그날 식탁에서 남은 것은 내가 약을 대신 판단해 준 일이 아니었다.
먹기로 한 약은 엄마 손에 있었고, 아직 물어보지 않은 약 하나는 식탁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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