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아침, 엄마가 커피를 마시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난번이랑은 다른 것 같아.”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아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가 말했다.
“이번에는 화장실 갔다 와서 바로 잤거든.”
그 말을 듣고서야 며칠 전 아침에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때 엄마는 밤중에 잠이 깬 뒤 한참 누워 있다가 화장실에 갔다고 했다.
두 날 모두 밤에 화장실에 갔다는 점은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기억하고 있는 밤의 순서는 달랐다.
다른 밤의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엄마는 이번에는 잠이 깨자마자 화장실에 갔다고 했다.
“눈 떠 보니까 화장실 가야겠더라.”
“갔다 와서는 바로 잤어요?”
“응. 금방 다시 잤어.”
엄마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나는 며칠 전에는 이야기가 달랐다는 것을 떠올렸다.
같이 살다 보니 엄마가 밤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다음 날 아침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잠든 사이에 언제 눈을 떴는지, 얼마 동안 깨어 있었는지를 직접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에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실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며칠 전 아침에도 그랬다.
엄마는 그날 밤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왜 깼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다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화장실에 다녀온 일이 뒤에 붙었다.
그날 밤에는 잠이 먼저 깼고, 한동안 누워 있다가 화장실에 갔다.
이번 밤에는 화장실에 갔다가 바로 다시 잠들었다.
지난밤의 앞뒤가 드러났다
며칠 전 아침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 보니 그날 엄마가 기억한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시 잠들려고 누워 있었지만 쉽게 잠들지 않았다.
몸을 한 번 돌리고 이불을 다시 끌어당겨 보기도 했다.
그러다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곧바로 잠들지는 못했다.
시계를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깨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는 그 시간을 그냥 ‘한참’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내가 처음 들었던 말은 ‘새벽에 잠이 깼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나서야 화장실에 가기 전부터 이미 정신이 깨어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화장실에 간 일이 잠을 깨운 것이 아니라, 잠에서 깬 뒤에 화장실에 간 것이었다.
두 밤을 나란히 놓아 보니
엄마는 커피잔을 다시 들었다.
“화장실 때문에 깬 날도 있고,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간 날도 있는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둘이 똑같은 건 아니네요.”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난번에는 화장실 갔다 와서도 한참 못 잤잖아.”
“맞아요.”
“이번에는 갔다 와서 바로 잤고.”
두 밤을 놓고 보니 차이는 화장실에 갔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았다.
한 번은 잠이 먼저 깬 뒤 화장실에 갔고, 다른 한 번은 잠에서 깬 뒤 화장실에 다녀와 바로 잠들었다.
둘 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하지 못했다.
몇 분 동안 깨어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는 두 밤의 앞뒤가 어떻게 달랐는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밤에 잠이 깨는 일은 저녁에 마신 음료나 생활 습관처럼 일상적인 요인과 관련될 수도 있고, 약이나 수면 상태, 다른 몸 상태와 관련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집에서 한두 번 있었던 일을 가지고 원인을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밤중에 깨는 일이 반복되거나 다시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낮의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면 의료진에게 이야기해 볼 수 있다.
그럴 때는 단순히 몇 번 일어났는지만 말하기보다 잠이 먼저 깼는지,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잠들었는지처럼 기억나는 순서를 함께 설명하면 당시 상황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횟수보다 순서가 남았다
그래도 그날 밤의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잠이 먼저 깼다는 것.
한참 누워 있다가 화장실에 갔다는 것.
그리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바로 잠들지 못했다는 것.
며칠 뒤의 밤은 그와 달랐다.
잠에서 깬 뒤 화장실에 갔고, 돌아와서는 바로 다시 잠들었다.
엄마가 기억한 것은 정확한 시간도 아니었고, 몇 번이라는 숫자만도 아니었다.
같은 밤중의 화장실 이동이라도 그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 뒤에 무엇이 이어졌는지를 구분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엄마가 커피잔을 들고 했던 말은 짧았다.
“지난번이랑은 다른 것 같아.”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엄마가 기억하고 있던 차이는 바로 그 말 안에 있었다.
화장실에 갔다는 사실보다, 그전에 잠이 깼는지 아니면 잠에서 깬 뒤 바로 화장실에 갔는지였다.
시간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순서는 남아 있었다.
'부모님 건강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식사 중 기침이 나자 아버지가 먼저 꺼낸 말 (0) | 2026.08.06 |
|---|---|
| 약봉지를 꺼내 놓고도 엄마는 바로 약을 먹지 않았다 (1) | 2026.08.05 |
| 엄마가 기억한 날짜보다 방송이 먼저 알려준 것이 있었다 (0) | 2026.08.03 |
| 같은 귀에서 잰 체온이 자꾸 달라졌다 (1) | 2026.08.02 |
| 접수창구에서 휴대전화가 필요했던 날 (0) | 202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