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발바닥을 내려다보며 말씀하셨다.
“요즘 발바닥이 좀 이상해.”
아픈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쥐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양말을 신고 있을 때나 맨발로 바닥을 디딜 때 예전보다 감각이 선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발바닥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번 더 설명하셨다.
“아픈 건 아닌데 예전 같지가 않아.”
그 말을 듣자 나는 혈당부터 떠올렸다. 아버지는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의 감각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혈당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진료를 받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처음 머릿속에 떠올렸던 예상과 실제로 확인해야 했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발바닥에서 느낀 일을 설명하셨다
집에서는 ‘발바닥이 이상하다’는 한마디였던 것이 진료실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가 됐다.

아버지는 의사에게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발바닥에 닿는 감각이 전보다 둔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하셨다.
의사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인을 하나로 정하지 않고 발의 감각 변화가 어떤 양상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감각 저하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다른 원인의 신경병증도 함께 고려하면서 평가하는 질환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진료실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처음 떠올린 원인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아버지가 느낀 변화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일이었다.
결과를 보기 전까지 나는 높은 숫자를 예상했다
혈액검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높은 숫자를 예상했다.
아버지가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최근 발바닥의 감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숫자가 예상보다 낮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당화혈색소, 즉 HbA1c는 6.1%였다.
나는 발바닥의 감각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은 뒤라서 혈당 관련 수치가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숫자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 순간 가장 궁금해진 것은 왜 6.1이라는 숫자가 나왔는지가 아니었다.
이 숫자가 실제로 어디까지 보여주는지였다.
6.1이 보여주는 시간을 살펴봤다
당화혈색소는 검사하는 순간의 혈당을 보여주는 숫자와는 달랐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에 따르면 A1C 검사는 최근 약 3개월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검사다.
진단 기준으로 사용할 때 A1C 5.7~6.4%는 당뇨병 전단계 범위이고 6.5% 이상은 당뇨병 범위에 해당한다. 다만 이미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의 A1C는 단순히 이 진단 기준만 놓고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치료 목표와 건강 상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아버지의 6.1%를 보면서 내가 처음 놓쳤던 부분도 이것이었다.
이 숫자는 최근 몇 달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정보였다.
반면 아버지가 그날 말한 것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변화였다.
두 정보가 같은 검사표에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숫자가 다른 하나를 바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숫자를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처음보다 발의 상태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발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낮았다고 해서 아버지가 느낀 변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실제로 발바닥의 감각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료에서 확인할 내용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느 부위의 감각이 달라졌는지, 양쪽 발이 모두 그런지, 통증이나 저림이 함께 있는지, 걸을 때 움직임이나 균형에 변화가 있는지처럼 생활에서 경험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통증이나 저림뿐 아니라 감각 저하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ADA 2026 기준에서도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다른 원인의 신경병증을 함께 고려하면서 평가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경학적 평가와 10g 모노필라멘트 검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발 평가를 권고한다.
그래서 이번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6.1이라는 숫자에 발의 감각 변화를 끼워 맞추는 일이 아니라, 아버지가 실제로 느낀 변화를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평가를 받는 과정이었다.
약을 복용한 상태까지 함께 떠올랐다
아버지는 혈당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검사 결과를 보면서도 단순히 ‘6.1이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혈당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숫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 상태와 치료 과정, 저혈당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 의료진과 개별적으로 정하게 된다.
아버지의 경우에도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치료 방향은 검사 결과와 현재 복용 중인 약,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보고 결정해야 했다.
이번 검사에서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단순히 숫자가 높으냐 낮으냐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결과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그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발의 감각에 필요한 내용을 따로 챙겼다
발의 감각 변화는 집에서 느낀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다.
“발이 이상해요”라는 말에서 끝내기보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어느 부위가 둔하게 느껴지는지, 양쪽 모두 그런지, 통증이나 저림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발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ADA 2026 기준에서는 적어도 매년 종합적인 발 평가를 시행하고 피부와 발의 변형, 신경학적 상태, 혈관 상태 등을 함께 살피도록 권고한다.
아버지처럼 발의 감각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그 느낌을 막연하게 넘기기보다 생활 속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억해 두는 것이 진료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날 이후 아버지가 발바닥의 느낌을 이야기하면 나도 예전처럼 혈당 숫자부터 떠올리기보다, 언제부터 어떤 상황에서 달라졌는지를 먼저 듣게 됐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6.1보다 분명한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물으셨다.
“그럼 발은 왜 그런 거지?”
나도 바로 답을 정할 수는 없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발바닥에서 느낀 변화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6.1이라는 숫자는 최근 몇 달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정보였고, 아버지의 발에서는 실제 생활 속에서 확인해야 할 변화가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
“혈당하고 발은 따로 봐야겠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봤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기억에 남은 것은 6.1이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보여주는 범위였다.
검사 결과 하나가 몸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숫자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알고 나면, 그 숫자 밖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조금 더 선명해진다.
공식 출처
-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 The A1C Test & Diabetes
- 미국당뇨병학회(ADA), 12. Retinopathy, Neuropathy, and Foot Care: Standards of Care in Diabetes—2026
※ 이 글은 건강 정보를 정리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물의 변경이나 중단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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