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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신호들

by 브라보인생 2026. 7. 11.

마트에서 장을 보던 엄마는 계란 한 판 앞에 한참 서 계셨다. 진열대 아래에 붙은 가격표를 보려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몸을 가까이 가져가셨지만 숫자는 잘 보이지 않는 듯했다. “이거 얼마예요?” 엄마가 지나가던 직원에게 묻기 전에 내가 옆에서 가격을 읽어 드렸다. 약봉투나 메뉴판의 작은 글씨도 자주 대신 읽어 드렸기 때문에 가격표를 읽어 드리는 일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며칠 뒤 식당에서 계란말이가 나오자 엄마는 접시를 얼굴 가까이 끌어당기셨다. 한참 바라본 뒤 내게 물으셨다. “이게 뭐야?” 글씨가 아니라 색과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걱정보다 답답함을 먼저 드러냈다. 안과에 가서 검사도 받고 안경도 맞추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격표를 읽어 드릴 때와 달리, 눈앞의 음식까지 가까이 당겨보는 모습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안경보다 눈에 띈 것은 멈춰 서는 장소였다 

엄마는 일흔이 넘을 때까지 안경 없이 지내셨다. 젊을 때부터 시력이 좋은 편이었고, 얼굴에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 생활도 낯설어하셨다. 주변 친구들이 다초점안경을 맞춘 뒤 어지러워 한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나는 엄마가 안경을 피하는 모습을 고집으로만 받아들였다. “안경 쓰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엄마에게 안경은 물건 하나를 사는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생활을 바꾸는 일이었다. 안경을 썼다가 벗어 둘 곳을 기억해야 했고, 외출할 때 챙겨야 할 것도 하나 늘었다. 렌즈에 얼룩이 묻거나 코가 눌리는 느낌도 싫다고 하셨다. 그러는 사이 외출 중 엄마의 움직임에도 전과 다른 모습이 생겼다.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하는 곳에서는 예전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큰 글씨로 된 텔레비전 자막은 읽으면서도 작은 숫자와 흐릿한 윤곽 앞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작은 글씨가 없는 곳에서도 비슷한 멈춤이 보였다. 식탁에서는 눈앞의 음식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 가까운 글씨를 보기 어려운 문제와 사물의 윤곽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문제는 같은 불편으로만 볼 수 없었다.

엄마는 계단 앞에서 먼저 멈추셨다

낮에는 작은 글씨가 문제였다면 밤에는 불빛과 계단 앞에서 다른 불편이 드러났다.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등이 동그랗게 번져 보였고, 가까운 불빛은 한 덩어리처럼 겹친다고 하셨다. 비가 내린 저녁에는 도로 위에 반사된 빛까지 겹쳐 외출을 꺼리셨다. 횡단보도 신호는 보이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차량의 윤곽이 흐릿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계단 앞에서는 발을 내딛기 전에 먼저 멈추셨다. 바닥과 계단 끝의 색이 비슷하면 높이 차이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난간을 잡은 뒤 발끝으로 계단의 경계를 찾고 나서야 한 발을 내려놓으셨다. 낮에 익숙한 길을 걷는 모습만 보면 불편이 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눈이 부신 장소에서는 고개를 숙였고, 밝은 간판 아래에서는 눈을 가늘게 뜨셨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이다. 사물의 윤곽이 전보다 선명하지 않거나 색이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밝은 곳에서 눈부심이 심해지거나 불빛이 번져 보일 수도 있다.  낮에 마트 안을 걷던 속도와 저녁에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던 속도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안경으로 해결되는 불편인지부터 확인했다 

안과에서는 시력검사와 안압검사를 받고 수정체와 망막 상태도 살폈다. 작은 글씨를 보기 어려운 것과 밤에 불빛이 번지고 계단 경계가 흐려지는 불편도 함께 이야기했다. 검사 결과는 초기 노인성 백내장이었다. 안경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과 수정체 혼탁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초기라는 말은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엄마는 다음 검사 시기를 안내받고 진료실을 나왔다. 

수술 시기는 검사표보다 생활이 먼저였다

백내장이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차라리 빨리 수술하고 싶어 하셨다. 수술을 받은 친구들이 세상이 환해졌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검사에서는 바로 수술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 시기는 검사표 한 줄보다 실제 생활에서 무엇이 어려워졌는지를 함께 보고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안경으로 보완해도 일상에서 보는 불편이 계속된다면 그 변화 역시 수술 시기를 상담할 때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었다. 친구가 수술했다는 이유로 같은 시기에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 ‘초기’라는 말만으로 생활의 불편을 계속 참을 필요도 없었다. 다음 진료 때는 시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만 묻지 않고, 저녁 계단에서 멈추는 일이 늘었는지와 불빛이 번져 외출을 피하는 날이 많아졌는지도 함께 이야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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