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안과에서 백내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 뒤, 가족마다 알고 있는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아직 수술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진료에서는 현재 상태를 살펴본 뒤 당장 수술할 시기는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데 엄마의 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족이 기억하는 불편은 서로 달랐다.
나는 엄마가 작은 글씨를 볼 때 불편해한다고 생각했다. 식탁에서 약 봉투의 글씨를 읽을 때 종이를 가까이 가져가거나, 식당에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는 모습을 몇 번 봤기 때문이다.
동생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밤에 불빛이 번져 보여 불편하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눈 때문에 크게 불편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같은 엄마를 두고도 가족이 알고 있는 내용이 서로 달랐다.
처음에는 어느 이야기가 더 정확한지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 놓고 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엄마의 눈 자체가 아니라 각자가 함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가족이 가진 내용을 한꺼번에 합치는 것보다, 각각 어떤 장면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먼저 살펴보게 됐다.
한 사람의 눈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본 엄마는 낮에 작은 글씨 앞에서 잠시 멈추는 사람이었다.
동생이 기억하는 엄마는 밤의 불빛을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엄마에게는 눈 때문에 눈에 띄는 불편이 많지 않았다.
세 사람이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함께 있는 시간도 다르고, 눈여겨보는 장면도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주로 집이나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가까운 글씨를 보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반면 밤에 외출하는 상황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빛이나 어두운 곳에서의 모습을 먼저 기억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니 가족이 가진 정보에는 각자의 생활 범위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각자의 이야기가 나온 곳부터 달랐다
내 이야기는 직접 본 행동에서 나온 것이었다. 동생의 이야기는 엄마에게 들은 말에서 시작됐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평소 생활에서 특별한 불편을 발견하지 못했던 경험에 가까웠다.
같은 ‘엄마의 눈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처럼 보여도 정보가 만들어진 과정은 서로 달랐다.
내가 본 행동은 참고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엄마에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내가 대신 정할 수 없었다.
엄마가 가장 불편한 순간을 물었다
결국 엄마에게 직접 물어봤다.
“엄마는 요즘 눈 때문에 제일 불편한 게 뭐야?”
엄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글씨 볼 때 조금 답답하지.”
나는 그때 동생이 말했던 밤의 불빛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엄마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전에 가족이 기억한 내용을 먼저 알려주면, 엄마가 그 기억에 맞춰 대답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대답은 내가 평소 보았던 모습과 비슷했지만 두 가지 정보는 같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엄마가 글씨를 가까이 보는 행동이었고, 엄마가 말한 것은 그때 느끼는 답답함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족이 관찰한 장면과 엄마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을 따로 적어 둘 필요가 있었다.
진료에서 들은 백내장 이야기도 생활 속에서 확인했다
안과에서는 백내장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고,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빛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에게는 작은 글씨를 볼 때 답답한 일이 있었고, 가족에게는 밤의 불빛이 번져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가족이 서로 다르게 기억했던 장면들이 진료에서 들은 설명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
다만 백내장이 있다고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시력 저하가 독서나 운전처럼 일상생활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등을 안과에서 살펴보고 수술 시기를 결정한다. 엄마가 이번 진료에서 “아직 수술할 때는 아니래”라고 들은 것도 그 과정에 해당했다.
그래서 지금은 수술 날짜를 정하는 것보다 엄마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순간에 불편을 느끼는지 기억해 두는 일이 더 현실적인 준비가 됐다.
내가 대신 읽어주던 장면도 다시 보였다
생각해 보니 나는 엄마가 작은 글씨를 볼 때 꽤 자주 대신 읽어주고 있었다.
식당에서 메뉴판의 글씨가 작으면 내가 먼저 내용을 읽어 주었고, 멀리 있는 안내문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으면 가까이 가서 확인해 드리기도 했다.
그동안에는 이런 행동을 단순히 편하게 해 드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이 먼저 읽어주고 먼저 확인해 주는 일이 반복되면, 정작 엄마가 어느 정도 불편한지 말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었다.
불편한 상황을 가족이 먼저 해결하면 당사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도움을 주는 것과 대신 판단하는 것은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씨가 작을 때 읽어드리는 것은 계속할 수 있지만, 그 행동만 보고 엄마가 얼마나 불편한지까지 내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 진료를 위해 확인할 내용을 적어두었다
다음 안과 진료를 앞두고는 가족이 기억하는 내용을 한꺼번에 답처럼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진료실에서 빠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을 몇 가지 적어두기로 했다.
글씨를 읽을 때 얼마나 불편한지, 밤에 불빛을 볼 때 불편한 적이 있었는지, 안경을 써도 불편함이 남는지, 일상생활에서 눈 때문에 달라진 일이 있는지를 적어 두면 진료 때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은 검사 결과나 복용 중인 약, 이전 진료 내용처럼 빠뜨리기 쉬운 정보를 챙길 수 있다.
반면 눈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엄마가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도록 두기로 했다.
가족이 준비할 내용과 엄마가 직접 이야기할 내용을 나누어 두니 다음 진료를 준비하는 방법도 한결 간단해졌다.
가족이 기억해 둔 장면을 남겨 두었다
가족이 이야기했던 내용은 메모해 두었다.
내가 보았던 작은 글씨 앞의 엄마도 적어 두었고, 동생에게 들었던 밤의 불빛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평소에는 특별한 불편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남겼다.
각각의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적어 두니 나중에 다시 읽어도 누가 무엇을 보았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다음 진료에서는 이 내용을 처음부터 길게 설명하기보다 엄마에게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요즘 눈 때문에 제일 불편한 게 뭐예요?”
엄마가 대답하면 그때 필요한 장면을 하나씩 보태면 된다.
가족이 기억해 둔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고, 진료실에서 이어질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다.
공식 자료
- National Eye Institute, Cataracts
- National Eye Institute, Cataract Sur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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