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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시간마다 깨는 밤, 시계부터 치웠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0.

엄마 방의 탁상시계는 원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밤중에 화장실에 가거나 아침 시간을 확인하기에는 그 자리가 가장 편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계는 시간을 알려 주는 물건보다 엄마가 밤새 얼마나 잤는지를 계산하는 도구에 가까워졌다. “실컷 잔 줄 알았는데 두 시간밖에 안 지났네.” 엄마는 시계를 본 뒤 잠든 시간과 깨어난 시간을 손가락으로 계산하셨다. 아침까지 세 시간이 남았는지 네 시간이 남았는지도 다시 세어 보셨다. 잠에서 깬 일보다 숫자를 확인한 뒤 더 오래 뒤척이는 날이 많았다. 시계를 완전히 치우지는 않았다. 몇 시인지 모르는 채 누워 있는 것이 더 답답하다는 엄마의 말도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대신 누운 자리에서는 숫자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시계의 방향을 돌려놓았다.

새벽의 시계는 남은 시간을 계산하게 했다

엄마는 처음 잠드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지만 두세 시간 뒤 다시 눈을 뜨는 일을 더 힘들어하셨다. 화장실에 가려고 깨는 날도 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눈이 떠지는 날도 있었다. 잠깐 뒤척이다 다시 잠드는 날도 있었지만,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시계를 찾으셨다. 지금이 한밤중인지 곧 아침인지 알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시계를 한 번 더 보셨다. 숫자를 확인하고 나면 어떻게든 다시 자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매달리게 됐다. “지금 다시 자도 세 시간밖에 못 자겠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나 창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하셨다. 반드시 다시 자야 한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어깨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아침의 시계는 밤잠에 점수를 붙였다

아침이 되면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몇 시간 주무셨는지부터 물었다. 엄마는 밤중에 확인했던 시각을 떠올리며 잠든 시간과 깨어 있던 시간을 다시 계산하셨다. 네 시간을 잔 날은 실패한 밤처럼 말했고, 여섯 시간을 잤더라도 중간에 두 번 깼다는 이유로 하나도 못 잔 것 같다고 하셨다. 아침 질문이 반복될수록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몸에 기운이 남아 있는지보다 수면 시간이 먼저 대화의 중심이 됐다. 밤에 덜 잔 날은 하루가 시작되기 전부터 피곤한 날로 정해지는 듯했다. 같은 네 시간이라는 숫자도 엄마가 아침에 얼마나 졸린지, 식사를 평소처럼 하는지까지는 보여 주지 못했다.  

낮잠 뒤의 저녁은 매번 같지 않았다

밤잠이 끊긴 날에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소파에 앉자마자 눈을 감는 경우가 많았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고개가 천천히 앞으로 숙어지기도 했다. 밤에 못 잤으니 낮에라도 푹 자야 한다고 여긴 날도 있었고, 낮잠을 자면 밤잠을 더 못 잔다며 깨워 드린 적도 있었다. 오전에 잠깐 쉬었을 때와 늦은 오후까지 깊이 잠들었을 때는 이후의 흐름에도 차이가 있었다. 밤새 거의 못 주무신 날에는 잠깐 눈을 붙인 뒤 식사를 더 편하게 하셨지만, 오후 늦게 깊이 잠든 날에는 밤이 되어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많이 걸었다고 반드시 잘 자는 것도 아니었다. 낮잠 시간이나 걸음 수만으로 그날 밤을 미리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진료실에서는 네 시간이라는 숫자만 말하지 않았다 

내과에서 수면 문제를 이야기하자 엄마는 먼저 “네 시간 정도 자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잠들기 어려운 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아침 식사 중에도 눈을 뜨기 힘든 날이 있는지, 낮에 자신도 모르게 자주 조는지도 함께 설명했다. 야간뇨나 통증, 복용 중인 약처럼 잠을 끊을 수 있는 요인은 가족이 원인을 정하기보다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잠을 설친 다음 날의 모습은 날마다 달랐다  

밤중에 두세 번 깼다고 해서 다음 날의 모습이 항상 같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 식사를 평소처럼 하고 집 안을 움직였지만, 어떤 날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한동안 기운을 내지 못하셨다. 점심 무렵이면 평소처럼 움직이는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오후가 되어도 졸림이 가시지 않았다. 같은 네 시간을 주무신 날에도 어떤 아침에는 식사를 마치고 바로 움직이셨고, 어떤 날에는 소파에 앉아 한동안 눈을 감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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