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다가 엄마가 전날 밤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제는 두 시쯤 깼어.”
나는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깼는지 물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시에 깨서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잤어. 그다음에는 아침 가까이 한 번 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엄마가 자신의 밤을 기억하는 방법은 단순히 몇 시간 잤는지를 세는 것이 아니었다. 몇 시에 눈을 떴는지, 그때 무엇을 했는지, 다시 잠들었는지까지 한 묶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엄마에게 “어젯밤 몇 시간 잤어요?”라고 묻는 일이 많았다. 잠을 얼마나 잤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잤다고 해도 다음 날 엄마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피곤해했고, 어떤 날은 평소처럼 움직였다.
두세 시간마다 깨는 횟수만으로는 엄마의 밤을 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엄마는 밤을 숫자보다 장면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예전에도 밤중에 자주 깨셨다. 작은 침대 옆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누우셨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물을 마시는 날도 있었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채 한동안 누워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엄마가 기억하는 것은 숫자만이 아니었다.
“세 시쯤 한 번 깼는데 그냥 누워 있었어.”
“두 시에는 화장실 갔다가 금방 잤고.”
“다섯 시쯤 깨서는 다시 잠이 안 오더라.”
같은 ‘밤에 깼다’는 말 안에도 서로 다른 장면이 들어 있었다.
나는 어느 날부터 엄마에게 총 몇 시간 잤는지를 먼저 묻기보다 그때 무엇을 했는지를 듣게 됐다. 엄마가 말하는 순서를 따라가니 밤의 모습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였다.
새벽에 눈을 뜬 순간마다 다른 이야기가 붙어 있었다
어떤 날에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바로 잠들었다. 어떤 날에는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웠다. 잠에서 깼다는 사실은 같았지만 이후의 행동은 같지 않았다.
나는 아침 식탁에서 그 이야기를 하나씩 들었다.
“몇 시였어?”
“두 시 조금 넘었어.”
“그때는 다시 잤어?”
“응. 화장실 갔다가 금방 잤어.”
이렇게 묻고 답하다 보니 엄마의 밤을 하나의 숫자로 묶어 놓았을 때 빠지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잠에서 깬 횟수와 다시 잠든 과정,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상태가 서로 이어져 있었다.
고령자의 수면은 나이가 들면서 더 짧고 얕아지고 밤중에 깨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주 깨는 일이 계속되면서 낮 동안 졸리거나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진료 때 구체적인 수면 양상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침대 머리맡의 시계가 밤의 기억에 자꾸 들어왔다
엄마의 침대 머리맡에는 작은 시계가 하나 있었다.
밤중에 눈을 뜨면 손을 뻗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였다.

엄마는 시계를 보고 나면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시간이 보이면 그다음 말이 이어질 때가 많았다.
“두 시네.”
“아직 네 시간은 더 잘 수 있겠네.”
“벌써 네 시야.”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단순히 현재 시각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남은 수면시간을 계산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
수면 전문가들이 밤중에 시계를 계속 확인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잠을 충분히 못 잘 것이라는 걱정이나 시계를 반복해서 보는 행동이 불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계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인 동시에 밤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게 만드는 기준점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아침 기록에는 밤의 장면을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밤에 깬 시간을 적어 두기 시작하면서 숫자 옆에 짧은 말을 함께 남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2시 10분 — 화장실 다녀옴
4시쯤 —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듦
5시 30분 —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함
처음에는 수면시간을 계산하기 위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적어 보니 숫자만 적었을 때보다 엄마의 밤을 설명하기가 쉬웠다.
잠을 얼마나 잤는지를 계산하는 것과 잠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달랐다.
실제로 수면일지는 잠든 시간과 깬 시간뿐 아니라 밤중에 깬 횟수, 낮잠, 낮 동안 얼마나 졸렸는지 등을 기록해 수면 문제의 양상을 파악하고 진료 때 이야기를 나누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엄마에게도 기록의 목적을 설명했다.
“몇 시간 잤는지 맞히려고 적는 게 아니라,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두려고 적어보자.”
진료실에서는 밤의 순서를 먼저 이야기했다
다음에 엄마가 진료를 받을 때는 내가 먼저 수면시간을 정리해서 설명하기보다 엄마가 직접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두 시쯤 깼어요. 화장실 다녀와서는 다시 잤고요. 그다음에는 새벽에 한 번 더 깼는데 그때는 시계를 안 봤어요.”
나는 옆에서 기록해 둔 내용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덧붙였다.
수면 문제를 진료할 때는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밤에 얼마나 자주 깨는지, 다시 잠들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뿐 아니라 아침에 얼마나 개운한지, 낮 동안 얼마나 졸린지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복용하는 약이나 코골이, 숨이 막히는 느낌 같은 내용도 진료 과정에서 확인 대상이 된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의 수면을 대신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엄마가 기억하는 순서를 먼저 듣게 됐다.
시계는 없애지 않고 숫자만 잠시 돌려놓았다
며칠 뒤 침대 머리맡의 시계를 살짝 돌려 숫자가 누워 있는 자리에서 바로 보이지 않게 했다.
시계를 치운 것은 아니었다. 필요하면 몸을 일으켜 확인할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였다. 눈을 뜨자마자 숫자가 들어오지 않는 위치가 된 것이다.
엄마가 밤에 깨는 횟수가 바로 없어지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시계의 역할을 조금 바꿔 본 것이었다.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남은 수면시간을 계산하는 대신, 다시 잠들 수 있는지 몸의 상태를 느껴볼 여지를 남겨 두고 싶었다.
시계를 돌려놓은 것만으로 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수면 문제에는 생활 습관, 질환, 통증, 약물, 수면무호흡 같은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엄마가 기억하는 밤의 순서가 들렸다
며칠이 지나 아침에 다시 물었다.
“어제는 어땠어요?”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두 시쯤 깼는데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잤어. 그다음에는 그냥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잤고.”
예전 같으면 나는 먼저 몇 시에 깼는지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엄마가 이야기하는 순서를 그대로 들었다.
시계를 돌려놓은 뒤에도 밤중에 깨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남는 이야기는 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기록에도 숫자와 함께 상황을 적었다.
2시 — 화장실
4시 전후 — 잠깐 깸, 다시 잠듦
수면일지를 몇 주간 작성하면 취침·기상 시간과 야간 각성, 낮잠, 낮 동안의 졸림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수면 상태를 구체적으로 상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잠을 자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거나 낮 동안 심하게 졸리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을 정도라면 단순히 시계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진료를 통해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대 머리맡의 시계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엄마는 식탁에 앉아 전날 밤 이야기를 꺼내셨다.
“두 시쯤 깼어.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잤고, 네 시에는 그냥 잠깐 눈만 떴어.”
나는 옆에 있던 수첩에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침대 머리맡의 시계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공식 자료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Sleep and Older Adults
-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Insomnia: Diagnosis
-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Insomnia: Causes and Risk Factors
-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Sleep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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