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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관리

20년 넘게 디스크인 줄만 알고 살았다

by 브라보인생 2026. 7. 15.

엄마 허리에 디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게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어느 병원에서 들었는지, 당시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까지는 지금 와서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디스크’라는 말만큼은 오래 남아 있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디스크 때문이라고 했고, 허리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같은 병명을 떠올렸다.

엄마도 자신의 허리를 이야기할 때면 같은 말을 사용했다.

“내 허리는 원래 디스크가 있잖아.”

나도 그 말을 들으면 더 물어보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그때 어떤 검사를 했는지보다 이미 알고 있는 병명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이라기보다 가족끼리 엄마의 허리를 설명할 때 쓰는 익숙한 표현이 되어 있었다.

‘디스크’라는 말 하나로 오래 설명해 왔다

오랫동안 같은 이름을 사용하다 보니 그 안에는 여러 장면이 들어 있었다.

허리가 아팠던 날도 디스크였고, 오래 걸은 뒤 허리가 불편했던 날도 디스크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에도 같은 이름이 따라붙었다.

그때마다 우리가 먼저 확인한 것은 증상의 구체적인 모습보다 ‘디스크가 있으니까’라는 설명이었다.

가족 입장에서는 그런 방식이 편했다.

엄마가 허리가 좋지 않다고 하면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꺼낼 필요가 없었다. 누구에게 설명하더라도 ‘디스크가 있다’고 말하면 대략적인 상황이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그 편리함 안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병명이 서로 다른 시기의 허리 불편함까지 함께 설명하고 있는지는 따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 익숙한 말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진료를 받으면서였다.

오래된 이름 아래 여러 장면이 겹쳐 있었다

진료를 받고 돌아온 뒤 예전 일을 하나씩 떠올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했던 시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대부분 ‘디스크가 아프다’는 식의 짧은 표현이었다.

언제 걸을 때 더 불편했는지, 앉아 있으면 괜찮았는지, 다리가 저렸는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기억 속에는 구체적인 상황보다 병명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시기의 경험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었다.

그래서 지금 엄마가 허리가 불편하다고 하면 예전의 병명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진료에서는 그 순서가 달랐다.

사진에 보이는 변화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엄마가 실제로 언제 불편한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진료실에서는 익숙한 병명보다 생활 속 장면을 물었다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뒤 의사 선생님이 사진을 살펴보셨다.

나는 사진에서 보이는 허리뼈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는 엄마에게 먼저 걸을 때 어떤 불편이 생기는지를 물었다.

“얼마나 걸으면 다리가 저리세요?”

엄마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한참 걸으면 그래요.”

의사가 다시 물었다.

“쉬면 괜찮아지세요?”

“조금 앉아 있으면 괜찮아져요.”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걷거나 다리가 저릴 때의 증상을 설명하는 고령의 엄마와 의사, 옆에서 듣고 있는 딸

 

나는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 순간 사진에 보이는 변화만 보는 것과 엄마가 실제 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사는 엄마가 말한 증상과 진찰 결과, 영상검사 내용을 함께 살펴본 뒤 척추관협착증에 대해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나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걸을 때 다리의 통증이나 저림이 심해지고 쉬면 완화되는 양상은 진료 과정에서 확인하는 중요한 증상 중 하나다.

반면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 관련 질환은 척추뼈 사이의 추간판이 손상되거나 돌출되면서 신경을 자극해 허리나 다리의 통증과 감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두 질환은 원인이 다르지만 허리나 다리의 불편함처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가족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병명만으로 지금의 증상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새 이름이 붙었다고 예전 이야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척추관협착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디스크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진료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니 두 이름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엄마가 예전에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과 이번 진료에서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은 각각 다른 시점의 정보였다.

새로운 병명이 나왔다고 해서 예전 진단이 자동으로 잘못된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오래전부터 디스크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나타나는 증상까지 모두 디스크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질환을 판단할 때는 병명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진찰에서 무엇이 확인됐는지, 검사 결과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함께 살펴야 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야 우리 가족이 그동안 너무 편리하게 사용해 온 말이 무엇이었는지 보였다.

‘디스크’라는 한 단어가 과거의 진단과 최근의 불편함을 한꺼번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의 통증까지 지금의 병명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오래전 기억이 몇 번 떠올랐다.

예전에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했던 때가 있었고, 다리가 불편하다고 말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나도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때 의사가 무엇을 근거로 디스크라고 판단했는지도 지금의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확인된 병명 하나를 과거의 모든 장면에 끼워 맞추는 것은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없었다.

예전의 통증은 당시의 진료와 기억 속에 남겨두고, 이번에 확인된 증상은 이번 진료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편이 맞았다.

과거의 허리 통증을 다시 판정하는 대신 지금 엄마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래된 병력을 가진 부모님을 돌볼 때도 이미 알고 있는 병명이 현재의 모든 증상을 대신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씩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병원에 갈 때 꺼내야 할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부모님이 병원에 갈 때 어떤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도 다르게 보였다.

예전에는 “허리에 디스크가 있어요”라고 말하면 중요한 설명이 끝난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실제로 이어진 질문은 병명보다 증상의 모습에 가까웠다.

얼마나 걸으면 다리가 저린지, 쉬면 좋아지는지, 허리와 다리 중 어디가 더 불편한지처럼 생활 속에서 경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부모님처럼 오래전부터 허리 질환을 앓아 온 경우라면 과거에 받은 진단명과 함께 현재 느끼는 변화도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걷거나 오래 서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지, 앉거나 쉬었을 때 달라지는지, 다리에 저림이나 감각 변화가 있는지처럼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기억해 두면 의료진이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검사 결과에 적힌 병명 하나만 보고 현재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영상검사에서 보이는 변화와 실제 증상이 항상 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사 결과는 증상과 진찰 내용을 함께 놓고 의료진의 설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거나, 소변이나 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운 변화가 생긴다면 오래된 허리병으로 넘기지 않고 의료기관에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의 경우에도 오래된 병명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보다 이번에 실제로 나타난 증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진료의 출발점이 됐다.

20년 동안 가족이 사용해 온 ‘디스크’라는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이름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한 단어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알게 됐다.

예전의 진단은 그 시기의 이야기로 남아 있고, 이번 진료에서 확인된 증상과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설명은 지금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20년 넘게 디스크라고 알고 지낸 엄마의 허리에 새로운 이름 하나가 붙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익숙해서 하나로 묶어 두었던 여러 허리 이야기를, 이제는 각각의 시간과 증상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더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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