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허리 통증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엄마는 방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워 계셨다. 의사가 꼼짝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린 나는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 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때 엄마가 들었던 병명은 허리 디스크였다. 당시에도 수술은 있었지만 의사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버티셨다. 빨래를 오래 널거나 집안일을 많이 한 날이면 허리를 손으로 받치며 쉬셨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움직이셨다. 그래서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우리도 늘 같은 병이 다시 불편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병명이 있었기에 새로운 원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엄마도 우리도 늘 디스크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통증이 생길 때마다 “원래 디스크가 있어서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장을 보고 돌아온 날 소파에 오래 기대 계셔도, 허리를 숙였다 펴며 인상을 쓰셔도 그 말이면 설명이 끝났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쉬시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통증이 가라앉으면 지난 일처럼 넘겼다. 허리가 아픈 위치가 달라졌는지, 다리 저림이 함께 생겼는지, 걷는 시간이 줄었는지를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오래된 통증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변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부위를 아파하니 원인도 계속 같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두 시간을 걷고 돌아온 다음 날은 전과 달랐다
6년 전쯤 엄마는 운동 삼아 왕복 두 시간 정도 되는 길을 걸으셨다. 평소보다 긴 거리였지만 걷는 동안에는 크게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뒤 허리가 점점 아프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셨다. 몇 번이나 팔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 했지만 다시 누우셨고, 겨우 일어나도 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다. 한 발을 내디딘 뒤 한참을 멈춰 서 있다가 다시 움직이셨다. 어릴 적 방에 누워 계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예전에는 허리가 아파도 혼자 화장실에 가거나 식탁까지 걸어오셨는데, 이번에는 옆에서 팔을 잡아 드리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워 보였다. 평소 같으면 하루 정도 더 쉬어 보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은 엄마도 병원에 가야겠다고 먼저 말씀하셨다. 우리는 천천히 옷을 입혀 드리고 정형외과로 향했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허리 4번과 5번 사이를 보았다
병원에서는 허리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화면에 띄운 뒤 허리뼈 4번과 5번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주변의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날 처음 들은 병명은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디스크와는 생기는 과정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돼 신경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고,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뼈와 관절, 인대 등에 변화가 생겨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선생님은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와 다리 저림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입니다. 그런 변화가 있으면 꼭 다시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엄마가 오래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이유도 허리와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밤에 다리가 불편해 잠에서 깨는 증상이나, 걷다가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이라도 오셔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르고 계속 무리하면 어느 날 갑자기 걷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정형외과에서는 엑스레이 사진뿐 아니라 걸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다리 저림의 정도를 함께 살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엄마에게는 프리몬정을 처방했고, 상태를 보면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약 봉투를 받아 들고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하나요?”라고 물으셨다. 의사는 한 번 약을 먹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증상과 보행 상태를 살피며 치료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엄마도 이번 통증을 예전 디스크와 같은 일로만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제는 “허리 아파요?”보다 다른 질문을 먼저 한다
엄마는 예전까지 걷기는 오래 할수록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셨다. 허리가 좋지 않아도 계속 움직여야 몸이 굳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협착증이 있는 상태에서 오래 걷는 것이 다리 저림과 당김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한 번에 20분에서 30분 정도만 걷고, 불편함이 시작되기 전에 쉬라고 했다. 그 뒤로 산책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목적지를 정한 뒤 그곳까지 다녀오는 것이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시간을 먼저 정하고 집 근처를 걷는다. 밤에 다리가 심하게 저릴 때는 처방받은 겔 형태의 약을 다리에 바르신다. 손바닥으로 천천히 문지른 뒤에도 저림이 계속되면 다음 진료 때 말할 수 있도록 기억해 두신다. 걷고 돌아온 날에는 고관절 주변이 아프다는 말씀도 하신다. 허리에서 자극받은 신경 때문에 엉덩이나 고관절 부근까지 통증이 퍼질 수도 있지만, 고관절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어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 쉬고 나면 통증이 줄어들지만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아프거나 걷는 자세가 달라지면 고관절 엑스레이나 허리 MRI가 필요한지 병원에서 확인해 볼 생각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면 “오늘은 좀 쉬세요”라는 말부터 했다. 오래된 디스크 때문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질문이 달라졌다. “다리는 안 저리세요?” “어제보다 걷기는 괜찮으셨어요?” “고관절까지 아픈 건 아니에요?”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살핀다. 그런 증상은 다음 진료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설명도 가족 모두 기억하고 있다.
요즘 엄마는 산책을 나가기 전이면 현관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먼저 켜신다. 예전에는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언제 돌아올지를 먼저 정한다. 예전 같으면 조금만 더 걷자며 길을 더 돌아오셨겠지만, 이제는 정해 둔 시간이 되면 아쉬워도 집으로 발길을 돌리신다. “오늘은 이 정도만 걷고 올게”하고 말씀하시며 문을 나선다. 엄마의 허리 통증을 대하는 우리 가족의 방식도 그 짧은 말만큼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