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봅시다.” 병원에서 자주 듣는 말인데도 집에 돌아오면 가장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말이었다. 엄마는 괜찮다는 뜻으로 들으셨고, 나는 아직 끝난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들었다. 안과 진료를 마치고 차에 타자 엄마는 수술하자는 말이 없었으니 상태가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궁금했다. 시야가 조금 흐려져도 다음 예약일까지 기다려도 되는지, 어느 정도 불편해야 병원에 먼저 연락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예전에는 검사나 수술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그날 진료가 잘 끝난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켜봅시다’는 치료가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치료하기보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증상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는 의료적인 판단에 가까울 수 있었다.
괜찮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엄마에게 ‘지켜봅시다’는 걱정을 내려놓게 하는 말이었다.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약도 추가되지 않았으니 상태가 심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셨다. 보호자인 나는 조금 다르게 들었다. 지금 급하지 않다는 말과 앞으로도 계속 괜찮다는 말은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음 진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생활하면서 달라지는 점을 살펴야 한다는 뜻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같은 진료실에서 같은 설명을 들었는데 엄마는 안심했고 나는 질문을 남겨 가지고 나왔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켜봅시다’를 너무 쉽게 ‘괜찮습니다’로 바꾸어 들었던 것 같다. 반대로 보호자는 혹시 상태가 나빠질까 봐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할 수도 있다. ‘지켜봅시다’는 대개 당장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을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거나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과는 다르다. 정확한 의미는 어떤 질환을 두고 한 말인지, 다음 진료까지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지켜본다'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엄마는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셨다. 반면 나는 다음 진료까지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생각한 일은 달랐다. 그 뒤부터는 '지켜봅시다'를 들으면 먼저 생활 속에서 어떤 변화를 확인해야 하는지부터 물어보기 시작했다. 작은 글씨가 전보다 더 흐려졌는지, 저녁 외출이 불편해졌는지, 계단을 내려갈 때 눈부심이 심해졌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그제야 의료진이 말한 경과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다음 진료 때 비교할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병원에서도 검사 결과가 당장 치료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경과관찰을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내장도 시력 수치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불편 정도를 함께 살펴 수술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진료 전까지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다음 안과 진료에서는 의사의 설명이 끝난 뒤 “다음에 올 때까지 무엇을 가장 잘 살펴보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 하나를 던지자 ‘지켜본다’는 말이 전보다 구체적으로 들렸다. 관찰해야 하는 것은 질환에 따라 달랐다. 통증이 생기는지를 볼 수도 있고, 검사 수치가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줄었는지, 새로운 불편이나 부작용이 생겼는지를 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을 지켜보는 엄마에게는 검사 결과만큼 생활 속 변화가 중요했다. 작은 글씨가 전보다 흐리게 보이는지, 밝은 빛이 유난히 눈부신지, 저녁 외출이나 계단을 내려갈 때 불편해졌는지 등을 다음 진료에서 설명할 수 있다. 매일 긴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었다. 평소와 달랐던 일이 있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불편했는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눈이 나빠진 것 같아요”라고만 말하는 것보다 “저녁에 신문 글씨가 흐려 보였어요”라고 설명하는 편이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하기 쉬웠다. 약을 계속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면 되는지, 생활하면서 특별히 피해야 할 행동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켜봅시다’를 들은 뒤 필요한 것은 많은 질문을 외워 가는 일이 아니라, 다음 진료까지 어떤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하나라도 분명히 아는 것이었다.
기다리지 말아야 하는 변화는 따로 있었다
우리 가족은 모든 변화를 걱정하며 기록하지는 않았다. 대신 다음 예약일까지 기다리면 안 되는 변화가 무엇인지만 따로 기억해 두었다. 시력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거나 심한 눈 통증이 생기는 경우, 시야가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처럼 평소와 다른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예약일을 기다리지 않고 병원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새로운 검은 점이 갑자기 많이 보이거나 번쩍이는 빛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증상은 백내장보다 다른 안과 질환과 관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루 잠깐 흐리게 보였다고 가족이 병이 진행됐다고 판단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모든 변화를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고 반복되는 변화인지 구분해 전달하는 일이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안심과 걱정이 달랐다
진료가 끝난 뒤 엄마는 다시 “이번에도 지켜보자니까 아직 괜찮은가 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는 수술을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어 있었다. 엄마에게는 앞으로 생길 가능성보다 지금 치료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나는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다음 예약일까지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시야가 갑자기 달라지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지, 평소의 작은 불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마음에 남았다. 며칠 뒤 저녁 뉴스를 보던 엄마가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말씀하셨다. "오늘은 자막이 조금 흐리게 보이네." 예전 같으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을 말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 달력에 적힌 다음 예약일보다 엄마가 처음 그렇게 말씀하신 날짜를 먼저 기억해 두었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지켜본다'는 것은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다음 진료에서 설명할 변화를 하나씩 남겨 두는 일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