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하나만 챙기면 본인 확인 준비가 모두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신분증을 두고 왔을 때는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지, 휴대전화에 찍어 둔 사진도 사용할 수 있는지, 오래 다니던 병원에서도 다시 확인받아야 하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면 보호자가 대신 신분증을 보여 주면 되는지,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그 자리에서 설치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2024년 5월 20일부터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진료받을 때 환자의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시행됐다. 이름과 생년월일만 말하던 때와 달라졌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예외 상황을 나누어 알아두는 편이 좋다.
접수창구 앞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순간
접수창구에서는 "신분증을 두고 왔는데 사진으로는 안 되나요?", "보호자가 대신 보여 드리면 안 되나요?" 같은 질문이 자주 나온다.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병원이 왜 본인 확인을 하는지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은 단순히 접수한 사람의 이름이 맞는지가 아니다. 진료받는 사람이 실제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 본인이 맞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건강보험증을 빌려 진료받는 일을 막기 위한 절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타인 명의의 건강보험증을 빌리거나 도용하는 부정 수급을 막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본인 확인이 끝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국가보훈등록증,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발급한 증명서를 사용할 수 있다. 증명서에는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또는 이에 해당하는 식별번호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 여권을 가지고 갈 때는 종류에 따라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되지 않을 수 있다. 여권만으로 확인이 가능한지는 방문할 의료기관에 미리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신분증의 종류를 많이 외우는 것보다 부모님이 실제로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수단 한 가지를 정해 두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실물 신분증이 없어도 되는 경우가 있다
실물 신분증을 두고 왔다고 해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확인서비스와 같은 정식 전자신분증을 사용할 수 있다. 공동인증서나 금융인증서, 통신사와 금융기관의 본인 확인서비스 등도 제도상 가능한 수단에 포함된다. 다만 이용할 수 있는 수단과 병원 접수 시스템의 사용 방법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병원은 모바일 건강보험증 화면을 직원에게 보여 주는 방식으로 확인하고, 어떤 곳은 QR코드를 이용하기도 한다. 접수창구에서 사용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처음 설치한다면 앱을 내려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인지 확인하고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모님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본인 명의의 전화가 아니라면 접수창구에서 바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처음 설치하기보다 집에서 앱이 정상적으로 열리는지 한 번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보호자가 함께 왔다고 해서 보호자의 신분증으로 환자의 확인을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료를 받는 사람은 부모님이므로 부모님 본인의 실물 신분증이나 정식 모바일 확인 수단이 필요하다. 보호자는 앱 실행이나 인증 과정을 도울 수 있지만, 본인 확인의 대상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휴대전화 화면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갤러리에 주민등록증을 찍어 둔 사진은 신분증처럼 사용할 수 없다. 신분증을 복사한 사본이나 촬영한 사진,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도 본인 확인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진 속 정보가 선명하게 보이더라도 정식 전자신분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분증 사진과 모바일 신분증은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다는 점만 비슷하다. 신분증 사진은 카메라로 찍어 저장한 이미지이지만, 모바일 신분증은 정식 앱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실행되는 전자 확인 수단이다. 모바일 건강보험증도 앱 안에서 현재 화면을 열어 제시해야 한다. 부모님 휴대전화에 신분증 사진만 저장해 놓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접수창구에서 다시 당황할 수 있다. 실물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면 사용할 모바일 수단을 하나 정하고, 앱 이름과 실행 위치를 부모님과 보호자가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기 전에 이것만 확인했다
나도 엄마와 병원에 갔던 날 이런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직원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자 나는 엄마의 휴대폰 지갑을 열었고, 엄마는 외투 주머니를 하나씩 뒤지셨다. 주민등록증은 집에 있었고 휴대전화에는 정식 모바일 신분증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모바일 건강보험증과 관련된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친 뒤에야 접수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병원에 갈 때마다 출발 전에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하게 됐다. 준비물을 무조건 늘린 것이 아니라, 접수창구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 확인 순서를 정해 둔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는 다음 네 가지를 살펴본다.
□ 환자 본인의 실물 신분증이 있는지
□ 모바일 건강보험증이나 모바일 신분증이 바로 열리는지
□ 부모님이 휴대전화 비밀번호와 인증 방법을 알고 있는지
□ 같은 병원에서 본인 확인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는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모든 환자가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재진하는 경우에는 본인 확인을 다시 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다만 병원과 진료 상황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응급환자나 의식이 없는 환자 등은 일반적인 본인 확인 절차와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자세한 적용 기준은 의료기관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내과에 가던 아침에도 엄마는 현관 의자에 앉아 휴대폰 지갑을 열었다. 카드 사이에 꽂힌 신분증을 손가락으로 조금 밀어 올려 보시더니 “있네”라고 말씀하셨다. 병원에 챙겨 갈 물건이 하나 늘어난 것보다, 접수창구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확인할 순서가 생긴 쪽에 가까웠다. 지금은 병원에 갈 때 신분증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본인 확인을 할지까지 함께 확인하고 출발한다. 사용할 수단이 확실하지 않거나 부모님이 예외 대상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면 방문할 의료기관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