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현관 의자에 앉아 운동화 끈을 묶다가 휴대전화를 내 쪽으로 내미셨다. “시장 화장실이 어디쯤 있었지?” 장을 보러 나갈 때 엄마가 먼저 확인하던 것은 버스가 언제 오는지와 어떤 반찬을 살지였다. 재래시장 입구에서 두부를 사고, 안쪽 생선가게까지 걸어간 뒤 돌아오는 길에 채소를 고르는 순서도 거의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장바구니를 들기 전에 화장실 위치부터 물으셨다. 밤에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온 뒤부터 낮 외출에서도 소변이 급해질까 걱정되는 날이 생겼다. 집에서는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있었지만 시장 안쪽까지 들어간 뒤 갑자기 급해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입구 쪽 건물 안에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휴대전화 지도를 확대하자 엄마는 화면보다 자신의 기억을 먼저 더듬으셨다. 시장 입구 약국 옆 골목, 공영주차장 건물, 예전에 아버지와 국수를 먹었던 식당 근처를 차례로 떠올리셨다. 엄마는 화장실 위치를 알고 나면 오히려 더 편한 표정으로 장바구니를 드셨다. 그날 시장으로 가는 길은 살 물건보다 어디까지 갔다가 돌아올지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됐다.
화장실을 확인한 뒤에야 걸을 길이 정해졌다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 엄마는 곧바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건물 간판을 올려다본 뒤 공영화장실 표지판부터 확인하셨다. “여기 있는 것만 알아도 마음이 놓이네.” 엄마는 화장실에 바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위치를 확인한 뒤에야 두부 가게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셨다. 가까운 마트에서는 화장실을 걱정하지 않으셨지만 전통시장은 골목이 길고 가게가 많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예전에는 시장 끝에 있는 생선가게까지 한 번에 걸어갔다. 그날은 입구에서 두부와 대파를 산 뒤 중간 골목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엄마가 먼저 정한 순서였다. “생선은 오늘 꼭 안 사도 되잖아. 반찬거리만 보고 가자.” 시장 안쪽 가게를 가리키는 대신 엄마가 정한 동선을 따라 걸었다. 엄마는 화장실에서 멀어지는 거리를 스스로 계산하고 있었다. 입구를 등진 채 오래 걷지 않았고, 가게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좁은 틈을 지나기보다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 중간 골목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뒤를 돌아 입구 쪽 간판이 보이는지 확인했다. 멀리 화장실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도 돌아가는 방향을 알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엄마는 입구 쪽 간판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다음 골목으로 방향을 잡으셨다.

물을 줄이는 대신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바꿨다
집을 나서기 전 엄마는 물컵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으셨다. “시장 갔다 올 때까지 안 마시면 괜찮겠지?” 화장실이 걱정된다고 외출하는 동안 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특히 더운 날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몸이 쉽게 지칠 수 있었다. 나는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하는 대신 작은 물병을 가방에 넣었다. 엄마는 출발 전에 몇 모금만 마셨고, 시장에서도 한꺼번에 들이켜지 않았다. 화장실을 참기 위해 물을 끊는 대신 외출 시간을 짧게 잡기로 했다. 평소 한 시간 넘게 둘러보던 시장을 그날은 삼십 분쯤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시장 입구 카페 앞을 지날 때 엄마는 아이스커피 간판을 보며 잠시 멈추셨다. 예전 같으면 장을 본 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갔겠지만 그날은 집에 돌아가서 마시겠다고 했다. “커피까지 마시면 또 화장실 생각날 것 같아.” 엄마는 커피가 무조건 문제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외출이 길어지는 날에는 카페에서 오래 앉아 있지 않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약을 먹는 시간도 외출 때문에 임의로 옮기지 않았다. 평소 복용하던 시간에 약을 드시고, 화장실 걱정이 반복되면 다음 진료에서 약 이름과 복용 시간을 함께 물어보기로 했다. 시장 안쪽에서 엄마는 잠시 멈춰 장바구니 손잡이를 다른 손으로 바꿨다. 급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오래 머물수록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엄마는 물병을 가방에 넣고 시계를 확인한 뒤 돌아가는 골목 쪽으로 몸을 돌렸다.
두 골목을 남기고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채소 가게 앞에는 제철 과일과 나물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엄마는 참외 가격을 물어본 뒤 한 봉지를 들었다가 내려놓으셨다. 집에 과일이 조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자.” 내가 시계를 확인하기 전에 엄마가 먼저 말씀하셨다. 시장 끝에 있는 생선가게까지는 아직 두 골목이 남아 있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보고 가자고 하셨지만, 엄마는 생선가게가 있는 골목을 잠시 바라본 뒤 돌아가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생선은 다음 날 마트에서 사도 된다고 했다. 장바구니 안에는 두부와 대파, 애호박이 들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영화장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잠시 멈추셨다. 아직 급하지 않지만 집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한 번 다녀오는 편이 편하겠다고 했다. 나는 밖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기다렸다. 잠시 뒤 나온 엄마는 휴대전화로 버스 시간을 확인하셨다. "조금 일찍 나와서 채소부터 보고, 몸이 괜찮으면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되겠네." 엄마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 뒤 벤치에 앉아 장바구니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버스가 도착하자 손잡이를 바로 세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바구니 안의 물건은 많지 않았지만 저녁 준비에는 충분했다.

참외는 다음 장바구니에 남겨 두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장바구니에서 두부와 대파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으셨다. 애호박은 냉장고 채소 칸에 넣고, 두부는 저녁에 바로 먹을 거라며 싱크대 옆에 두셨다. “생선은 못 샀네.” 내가 말하자 엄마는 냉장고 문을 닫으며 웃으셨다. “못 산 게 아니라 오늘은 안 산 거지.” 사람이 적은 오전에 가면 좁은 골목에서도 덜 서두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하셨다. 나는 다음 외출을 위해 화장실 위치를 따로 적어 붙이지 않았다. 엄마는 시장 입구의 약국 간판과 공영주차장 건물을 이미 기억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지도를 다시 보지 않아도 어느 골목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설명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의 이야기는 시장 입구의 채소 가게에서 안쪽 골목으로 이어졌다.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는 시장에서 본 참외를 다시 떠올렸다. "아버지와 함께 가서 한 봉지 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