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을 돌아보면 엄마가 기침하지 않은 날보다 기침 소리를 들은 날이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에서 시작했다. 콧물과 목의 불편함이 조금 있었고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드신 뒤에는 다른 증상도 차츰 가라앉았다. 그런데 기침만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며칠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기침은 몇 주가 지나도록 이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도 엄마가 기침하는 횟수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됐다.
집보다 외출했을 때 기침이 더 신경 쓰였다
집에 있을 때는 기침을 하셔도 따뜻한 물을 드리거나 잠시 쉬게 해 드리면 됐다. 문제는 외출했을 때였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기침이 시작되면 한동안 멈추지 않았고,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목이 간질거린다며 말을 멈추셨다. 엄마는 주변 사람들이 감기로 오해할까 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자리를 조금 피하기도 하셨다. 나는 물을 건네면서도 기침이 언제 멎을지 몰라 옆에서 함께 기다렸다. 기침 자체도 걱정스러웠지만, 엄마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더 마음에 남았다. 병원에서는 감기가 나은 뒤에도 자극받은 기도가 바로 회복되지 않아 기침이 얼마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염 뒤 생기는 기침은 3주에서 8주 사이 지속되기도 한다. 다만 기침이 오래가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감기 뒤에 남은 증상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압약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확인해 봤다
엄마는 고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내과를 다니고 계신다. 마침 주변 지인 중 혈압약을 바꾼 뒤 마른기침이 계속됐다는 분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엄마의 기침도 혹시 복용 중인 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다음 진료 때 복용 중인 약 이름을 확인해 의료진에게 물어봤지만, 엄마의 경우에는 혈압약으로 인한 기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흉부 엑스레이도 촬영했는데 크게 걱정할 만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듣고 잠시 안심했지만, 기침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작은 변화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마른기침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엄마는 기침 끝에 가래가 조금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 가래의 색이 짙어지거나 숨이 차지는 않는지, 열이 나지는 않는지도 함께 살폈다. 다행히 그런 증상은 없었지만, 가족들은 기침 양상이 달라지는지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주방에서는 기침에 좋다는 차를 번갈아 끓였다
병원 치료와 별개로 집에서 해 드릴 수 있는 일도 찾아봤다. 배와 생강, 도라지를 함께 끓인 차에 꿀을 조금 넣어 드렸고, 검은콩을 삶은 물이 좋다는 말을 듣고 따뜻하게 데워 드리기도 했다. 주전자 안의 재료가 며칠마다 달라질 정도로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엄마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 그 순간 목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기침 횟수가 뚜렷하게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차를 몇 잔 마셨는지 세어 보거나 특정 재료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과 따뜻한 음료를 조금씩 드시게 했다. 우리 집이 겨울이면 유난히 건조해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거실에는 가습기를 틀었고, 주무시는 방에는 물에 적신 수건을 걸어 두기도 했다. 난방을 오래 켜 둔 날에는 습도를 확인하고 잠들기 전 물컵도 가까운 곳에 놓아 드렸다. 내과에서는 감기 증상이 남아 있는 동안 몸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생활 안내도 받았다. 엄마는 그 말을 들은 뒤 머리를 감거나 샤워한 날에는 물기를 빨리 말리고 따뜻한 옷을 챙겨 입으셨다. 샤워 자체가 기침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몸이 춥지 않게 관리하는 일을 특히 신경 쓰셨다.
먹기 싫어하던 기침약과 스스로 챙긴 목캔디
처방받은 약 중 엄마가 가장 힘들어한 것은 한 포씩 짜서 먹는 코프 시럽이었다. 단맛과 약 냄새가 함께 느껴져 삼키기가 괴롭다고 하셨다. 약을 드셔야 하는 시간만 되면 한동안 포장을 바라보다가 물을 먼저 준비하셨다. 다른 약은 별말 없이 드시면서도 그 시럽만큼은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으셨다. 겨울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기침도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다만 말을 오래 하거나 건조한 장소에 가면 목이 간질거리면서 다시 기침이 나왔다. 어느 날 모임에서 엄마의 기침을 들은 지인이 용각산 목캔디를 하나 건넸다. 엄마는 캔디를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 먹으면 목이 촉촉해지고 기침이 덜 나는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그 뒤에는 외출할 때 손수건과 휴대전화는 잊어도 목캔디만큼은 직접 가방에 챙기셨다. 가족들은 엄마가 드시는 것이 가루 형태의 기침 의약품이 아니라 사탕 형태의 목캔디라는 점을 먼저 확인했다. 제품 표시를 살펴보니 설탕과 물엿을 기본으로 허브 분말과 허브 추출물 등이 들어 있었다. 엄마가 드시는 용각산 캔디에 특정한 도라지나 감초 같은 재료가 동일하게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목이 편해지는 것과 기침이 치료되는 것은 달랐다
엄마가 목캔디를 드신 뒤 편안해하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캔디를 천천히 녹이면 침 분비가 늘면서 건조하고 간질거리는 목이 잠시 촉촉해질 수 있다. 기침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도 줄어들 수 있어 엄마는 효과가 있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목캔디가 기침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었다. 흉부 엑스레이에 큰 이상이 없었고 숨이 차거나 열이 나는 증상도 없었던 엄마에게는 목의 불편함을 줄이는 보조적인 방법이 됐을 뿐이다. 가족들은 캔디를 드신 뒤 기침이 덜하다고 해서 병원 진료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기침이 다시 몇 주 동안 이어지거나 밤잠을 방해할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 숨쉬기 힘들거나 가슴 통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진료를 받아야 한다. 피가 섞인 가래, 고열, 체중 감소처럼 이전에 없던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도 목캔디나 따뜻한 차만으로 지켜볼 일은 아니다. 봄이 가까워지면서 엄마의 기침은 어느새 드물어졌다. 우리는 어떤 차가 가장 잘 들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목캔디 하나가 기침을 낫게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신 다음 겨울에 같은 일이 생긴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는 알게 됐다. 기침이 시작된 날짜와 함께 먹는 약을 적어 두고, 가래와 호흡 상태가 달라지는지 살피며, 오래 지속되면 감기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 것이다. 지난겨울 동안 가족이 알게 된 것은 특별한 민간요법보다도 기침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