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틀어 놓고 따라 하시면 되잖아.” 언니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었다. 우리는 엄마가 운동하려면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집에 있는 실내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으로 운동 영상을 틀어 놓는 방법은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떠올리지 못했다. 엄마도 그 말을 듣자 헬스장 이야기를 할 때와 달리 별다른 망설임 없이 “집에서 하는 거면 한번 해 볼까?”라고 말씀하셨다.
걷는 것과 다리에 힘을 기르는 일은 조금 달랐다
엄마는 허리와 발이 불편해 바깥에 나가도 오래 걷지 못하신다. 멀리 산책하기 어려운 날에는 집 안에서 거실과 부엌을 오가며 조금이라도 움직이시라고 말씀드렸다. 계속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만으로 다리에 필요한 힘이 충분히 생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발의 통증 때문에 들른 한의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걷는 운동은 몸을 움직이고 활동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걷기만으로는 근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걷기와 함께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는 동작을 꾸준히 해 보는 것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다. 다만 연세가 있고 허리와 발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속도를 무리하게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다. 동작 중 통증이 생기거나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바로 멈추고, 몸 상태에 맞는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많이 걷게 하는 일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으면서 다리에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헬스장과 실내 자전거는 시작하기 전부터 부담이 됐다
처음에는 헬스장에 다녀 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요가를 해 본 적은 있지만 헬스장에는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었다. 처음 운동을 배우는 만큼 개인 맞춤 운동 지도인 PT를 받으면 연세와 몸 상태에 맞는 동작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운동보다 일주일에 몇 번씩 꼭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먼저 느끼셨다. “등록해 놓으면 안 빠지고 계속 가야 하잖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낯선 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은 눈치였다.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출석 횟수를 걱정한다면 오래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별로 내켜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 권하지 않았다. 집에는 텔레비전을 보며 탈 수 있는 실내 자전거도 있었다. 가까이에 있으니 이용하기 편할 것 같았지만 아래쪽 나사 하나가 빠져 있어 타고 내릴 때 조금 흔들렸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면 탈 수 있었지만, 엄마에게도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발을 올리는 순간 균형을 잃으면 운동보다 낙상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나사를 제대로 수리해 안정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구령에 맞춰 자신의 속도로 움직였다
언니가 추천해 준 유튜브 운동 영상을 거실 텔레비전에 틀었다. 화면에서는 구령에 맞춰 동작을 반복했고, 남은 횟수가 숫자로 표시됐다. 현재 동작이 끝나기 전 다음에 할 움직임도 미리 보여 줘 엄마가 준비하기 쉬웠다. 엄마는 화면 속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려고 애쓰지 않았다. 팔을 높이 들기 어려우면 어깨까지만 올렸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은 소파 등받이를 짚고 천천히 따라 하셨다. 힘들면 잠깐 앉아 쉬었고, 동작을 하나 놓쳐도 다시 이어서 하셨다. 헬스장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외출하지 않아도 됐다. 임영웅을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노래에 맞춰 하는 건강 체조 영상도 잘 맞았다. 익숙한 노래가 나오면 운동 영상보다 음악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표정이 되셨다. 동작을 틀려도 웃으면서 다시 박자를 맞추셨고, 노래가 끝나면 “이건 힘든 줄도 모르겠네”라고 말씀하셨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다리에 힘이 조금 생기는 것 같다고 하셨다. 실제 근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침마다 소파에 기대 졸던 시간에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이게 된 것은 눈에 보이는 변화였다. 운동 영상 하나가 끝나자 엄마는 물을 한 모금 드셨다. 나는 이제 그만 쉬시라고 말하려다가 가만히 있었다. 엄마는 리모컨을 들고 화면에 뜬 다음 영상 제목을 한참 바라보셨다. “이거 하나만 더 해 볼까?” 잠시 뒤 거실에 다시 구령 소리가 흘러나왔다.